신종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산지역 제조업체에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용 상승이 또 다른 복병이 되고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앞당겨져 달러 가치 상승(원·달러 환율 하락)까지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부산지역 제조업체들이 경영에 미치는 최대 부담 요인으로 ‘원자재 가격 상승’ ‘코로나19 재확산’ ‘금리 인상’을 꼽고 있다.

부산상공회의소가 최근 지역 대표 제조기업 100여 곳을 대상으로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영향을 분석한 조사보고서를 보면 원유 철강 구리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지난해보다 배 이상 급등하면서 거의 모든 업종에서 큰 타격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산업 인프라와 친환경 관련 투자가 확대된 가운데 일부 투기 자본까지 원자재 시장에 유입되면서 원자재 가격 상승 랠리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제조업 원자재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철강의 주원료인 철광석은 지난해 5월 ｔ당 91.63달러였지만 지난달 13일 기준으로 159.3%가 오른 237.57달러를 기록했다. 원유(두바이유 기준)도 같은 기간 무려 148% 급등했고, 구리와 알루미늄도 각각 96.7%, 68.3%나 올랐다. 원재재 중 오르지 않은 것을 찾는 게 어려울 정도다.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지만, 기업들은 이를 제품 단가에 반영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수익성 악화를 모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역 제조업체는 원자재 가격 인상으로 매출원가가 60% 이상 올랐다고 아우성이다.

현재 조달청에서는 코로나19 확산과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경영난을 겪는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경제 방역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납품이 지체되거나 이행하지 못한 경우 각종 제재 면제(부정당업자 제재, 지체상금 부과, 계약보증금 몰수 등), 납품기한 연장 등 중소기업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한시적 계약특례 조치’, 창업·벤처기업 상품몰 ‘벤처나라’ 판매액 1200억 원을 목표로 연말까지 공공수요 유도 및 비대면 온라인 해외조달시장 진출 지원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미주 조달시장 개척단 온라인 상담회(9월), 외교부·코트라 공동 공공조달수출상담회(11월 15~26일)를 열 예정이다. 원자재 가격이 급등할 때 증빙자료를 첨부해 납품단가 조정을 신청하면 즉시 처리하는 원자재 가격 납품단가 조정, 비축 원자재 제도 개선 등도 있다.

국제원자재가격은 글로벌 경기 회복, 위험자산 선호 지속 등 가격변동의 공통 요인에 크게 영향을 받으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상승세를 당분간 이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소기업 입장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경영 환경 악화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생산 공정과 사업장 내에서 에너지 및 자원 절약을 생활화하고, 소재의 소형화와 경량화, 재활용 증가를 통해 원자재 수요를 직접적으로 감소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대체 에너지·소재 분야로의 신규 진출, 원자재 수출국에 대한 해외 마케팅 강화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을 새로운 사업기회로 활용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하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은 원가 상승분을 판매가격 인상으로 충분히 전가할 수 있는 비가격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일 것이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빚어진 문제를 개선하려면 원자재 가수요가 발생하지 않도록 수급 안정을 지원해야 한다. 또 매점매석 등 시장 왜곡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원자재 구매자금의 공급을 원활히 하고 관세 인하 등을 통한 원자재 가격 상승 부담을 완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원자재 가격 변동이 합리적으로 납품단가에 반영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도입 또한 시급하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세계 경제의 패러다임은 변화가 예상된다. 과거에는 세계의 공급 사슬은 원가 절감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글로벌화를 추구했지만, 코로나19 이후 안정적인 운영 체계 구축을 목표로 세계 각국은 자국 기업에 대한 어드밴티지를 국가의 방패로 사용할 것이 예상된다. 과거 선진기술의 도입으로 빠르게 기술집약적인 산업으로 발전해온 우리나라는 앞으로 기술과 융합이라는 혁신 성장을 동력으로 첨단기술을 적용한 제품과 서비스가 필요하다.

정부와 기업이 수년간 연구개발(R&D)에 노력해 온 결과가 하나씩 나오고 있다. 반도체와 친환경 수송기계 등 주력산업은 물론 소재·부품·장비 분야에서도 선진국 수준으로까지 나아가고 있다. 원자재, 물류비, 금리 인상 등으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기업은 첨단기술로 무장한 제품을 생산해 부가가치를 높이고, 정부는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때 난관 극복은 먼 일이 아니다.

부산시 기계공업협동조합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