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치권은 프레임 전쟁 중이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야 간, 경선후보 간의 치열한 여론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고발 사주에서 제보 사주로, 다시 대장동에서 최근엔 ‘ 퇴직금 50억’으로 핵심 프레임이 바뀌었다. 여야의 후보가 선출되고 본격 대선전에 돌입하면 여야 간 프레임 전쟁은 한층 더 격화될 건 불을 보듯 뻔하다.

사고의 틀로 이해되는 프레임(frame)과 비슷한 의미로 프레이밍(framing)도 많이 쓰인다. 이는 간단히 ‘프레임 만들기’로 이해할 수 있겠다. 사회적 사건에 대한 해석 만들기, 혹은 해석의 설계로도 정의된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카너먼(Kahneman, D.)은 마케팅에서 ‘같은 내용이라도 사용자에게 어떤 방식으로 질문하느냐에 따라 사용자의 판단과 선택이 달라지는 현상’을 발견하고 이를 프레이밍 효과라고 명명했다. 언론의 본질적인 기능인 ‘선택과 강조’도 바로 프레이밍이다. 정치 영역에서 프레임은 먼저 건 쪽이 유리하다. 조지 레이코프의 책 제목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는 프레임의 속성을 잘 반영한다. 강력한 프레임을 씌우기 위해, 혹은 프레임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새로운 프레임 짜기, 프레이밍이 시도된다. 이 과정에서 사실에 바탕하지 않은 여론조작이 행해지기도 한다. 그래서 프레이밍은 여론조작이라는 의미로도 쓰인다.

프레이밍의 목적이 우호적인 여론 형성임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여기에는 인간의 인지 구조와 관련이 있다. 인지심리학 연구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대중은 안정되고 일관된 신념 체계를 갖고 새로운 정보를 스스로 해석하고 판단·선택하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힘들이지 않고 편한 방식을 취한다고 해서 이를 인간의 ‘인지적 구두쇠 속성’이라고 부른다.

정치커뮤니케이션 연구에 따르면 시민은 정치적 이슈에 관한 정치인과 정당, 언론의 프레이밍에 반응한다. 쉽게 말하면 대중은 정치권과 언론의 프레이밍, 사건의 해석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한다. 그 결과 여론이 변한다. 정치권이 여론 선점을 위해 프레이밍에 매달리고, 캠프마다 스핀닥터(정치홍보전문가)가 득세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문제는 선거전략 핵심인 프레이밍이 결과적으로 여론조작으로 이어지기 쉽다는 점이다. 스핀닥터(spin doctor)의 스핀은 돌리거나 비틀어서 왜곡한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선거전략가이자 정치홍보전문가인 스핀닥터는 프레이밍에 골몰하면서 여론조작도 서슴지 않기 때문에 붙여진 단어다. 언론도 매일 프레이밍과 여론조작 사이에서 외줄을 타는 셈이다. 언론이 대학생의 리포트와 다른 점은 ‘선택과 강조’를 통한 프레이밍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칫 선택과 강조가 자의적일 때, 혹은 곁가지를 본질인 양 선택하고 강조할 경우 여론조작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심지어 객관적인 여론을 조사해야 할 여론조사기관이 프레이밍 기법을 사용해 특정 답변을 유도한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데일리안의 의뢰로 여론조사공정㈜이 지난 19일 발표한 국내현안정기여론조사 중 10번 ‘대장동 개발사업 관련’이 문제의 문항이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위위원회 홈페이지에 올라 있는 그 문항은 다음과 같이 구성돼 있다.

<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성남시장 재직시 진행되었던 성남시 대장동 개발 사업과 관련하여 특혜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다음 중 어느 주장에 더 공감하십니까? / 특혜 등 의혹사업 이었다 / 모범적인 공익사업 이었다 / 잘 모르겠다>

이 문항은 질문에서 정보를 제공하고 답변을 유도하는 전형적인 ‘강조 프레이밍’ 방식으로 구성됐다. 일종의 유도성 질문이다. 프레이밍 효과는 카너먼 이후 정치커뮤니케이션 영역에서도 이미 검증됐다. 따라서 민감한 정치여론조사에 이런 문항은 매우 부적절하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언론은 그 결과를 그대로 보도, 여론으로 확산한다. 여론조사 기관과 언론이 여론조작에 공모한다는 지적을 받을 만한 사례다.

프레이밍 효과는 대중이 언론보도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인다는 의미로서 여론조작의 위험성을 함축한다. 건강한 민주주의를 위해선 건전한 공론장의 역할이 막중하고 절실함을 새삼 깨닫게 해준다.

웹진 인저리타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