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람들과 만나면 나누는 대화의 소재는 당연히 대통령 선거이다. 특정후보를 열광적으로 지지하는 이들이야 당연히 그 후보가 당선될 것이라 강변한다. 그런데 요즘은 이런 사람들도 예년에 비해 많이 줄었다. 투표율도 높을 것이라 하고 51 대 49의 박빙 승부가 될 것이라 모두들 말하면서도 누가 될 가능성이 높은가에 대해서는 모두 오리무중이라 한다. 그래서 대화의 방향은 누가 될 것인가보다는 유력 후보들의 인물평으로 흐른다. 어쩌면 이런 대화가 더 좋은 후보를 선택하는데 도움을 줄 수도 있다. 필자의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인물평이기는 하지만, 이 지면을 통해 몇 자 적어 볼까 한다. 유력한 4명의 후보를 이름의 가나다 순으로 적어 보도록 하겠다.

이낙연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외교무대에서 좋은 평를 받을 것 같다. 속마음을 짐작할 수 없는 표정이 그야말로 외교전쟁에서 위력을 발휘할 것이며, 그러면서도 부드럽고 여유있는 모습은 항상 빨리였던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한층 업그레이드시키는 성과를 가져올 것이다. 한편, 이낙연 대통령 정부에서는 개헌의 과정 없이 분권형 대통령제로의 이행이 자연스럽게 일어날 것 같다. 대통령은 외치, 친문그룹의 총리가 내치. 문재인 정부 시즌 2가 될 것이며, 시즌 1과 별 다를 것 없는 지루한 시즌 2가 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한 대표 정책들의 부작용이 다음 정부에서는 고쳐지기를 바라던 사람들에게는 허망낙담의 5년이 될 것이다.

제일 친근한 인상을 가진 이는 이재명 후보이다. 항상 웃는 표정이고 말투도 친근함을 느끼게 한다. 예전부터 가깝게 지내던 이웃 같다. 그런데 그 친근한 인상 뒤에 숨어있는 검은 이재명이 튀어 나올까봐 두렵다. 누구나 어두운 면이 있다는 차원이 아니다. 어쩌다 한 번 씩 나오는 거친 언행은 다크 이재명의 실체가 있음을 믿게 만든다. 게다가 이재명 대통령의 주요 정책들은 세금을 많이 걷어야 실행 가능한 정책들이다. 그런데 요즘 세금을 내야 할 사람들이 이민을 준비한다고 한다. 세금을 피해 요리조리 도망다니던 사람들이 아니다. 착실하게 세금을 내던 사람들이다. 예전에는 세금 잘 낸다고 애국자라 칭찬받았는데, 지금은 범죄자 취급을 받으며 징벌적 세금을 내는 사람들이다.

대권으로의 여정에서 가장 큰 변화를 요구받는 후보가 윤석열 후보일 것이다. 그를 잘 아는 사람들이 전하는 윤후보의 마음 상태를 요즘 유행하는 말로 표현하자면, “이게 머선 129(일이고)”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윤후보가 서울중앙지검장 때부터 대권의 꿈을 키웠다지만, 사실이 아니라고 한다. 필자가 보기에도, 그래도 도리도리 시절에는 검찰총장의 날카로운 눈빛이 남아있었는데, 경선 과정을 지나며 어리둥절이 등장했다. 날카로운 눈빛보다는 순진무구의 어리둥절이 낫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불안해 보인다. 윤석열 후보에게 거는 기대 중 하나는 안철수가 실패한 새정치를 해 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 캠프에는 헌 정치인들이 득실득실하다.

홍준표 후보의 정치기술은 정점에 이른 것 같지만, 체력이 떨어졌는지 쌓인 피곤으로부터 나오는 짜증을 보게 된다. 그럼에도 홍 후보에게 쏠린 2030세대, 특히 20대 남성들의 지지는 솔직히 충격이었다. 왜 일까? 위선자보다는 솔직한 꼰대가 낫다는 말은 여기저기서 들었다. 20대 청년들이 기억하는 홍 후보의 대표 공약이 대학입시에서 수능점수로 입학을 하는 정시모집 정원 확대와 사법시험의 부활이라고 한다. 수능이라는 말만 들어도 진저리가 처지고, 모든 20대 청년이 사법시험을 보지도 않을 텐데, 왜 그 두 공약을 중요하게 여길까? 수능시험과 사법시험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시작한 수시와 로스쿨이 본래의 취지와는 어긋나게 독점과 세습의 온상이 되어 버렸기 때문에, 한국 사회의 여기저기, 좌우불문, 계층불문, 이권이 있는 곳에는 또아리를 트는 독점과 세습을 없애달라는 청년들의 절규를 반영하는 것이 아닐까?

모든 후보들이 새겨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청년들은 경쟁을 피하지 않는다. 공정하지 않으면 경쟁이 아닌데 ‘공정한 경쟁’이라는 틀린 말 반복하고 있지 말고, 독점과 세습을 없애고, 경쟁의 장을 열어달라는 것이다.

동의대 공공인재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