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물가가 연일 고공행진이다. 올 9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7% 올랐고 체감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도 3.3%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2년 5월 2.8% 이후 9년 4개월만의 최고치로, 지난 4월 이후 6개월 연속 2%대를 기록하고 있다. 이달 전기요금 인상분은 반영되지 않았는데도 이렇다. 부산의 소비자물가나 생활물가지수 상승률은 전국 평균보다 0.2% 포인트씩 높다. 수박 달걀 휘발유 등은 20~40% 이상 급등했고, 복숭아 배 같은 과일이나 수산물도 두 자리수 인상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의 기저효과에다 추석 명절 수요와 국민재난지원금 등의 여파가 겹친 탓이다. 안 그래도 팍팍한 살림에 주름살이 더 늘게 생겼다.

문제는 대내외 여건이 물가 상승을 누르기는커녕 부추길 요소가 더 많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게 국제유가다. 이번 주 초 유가는 7년만에 최고를 찍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원유 증산 규모 확대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국제 유가가 2주 후에 국내에 본격 반영되는 점을 감안하면 이미 20% 이상 상승률을 보이고 있는 휘발유 가격이 앞으로 더 오른다는 의미다. 원유 상승은 물류비와 인건비 증가로 이어져 공산품 가격에 상당한 압력으로 작용한다. 이뿐 아니다. 전기요금은 이미 8년만에 올랐고 추가 인상 가능성마저 열려있다. 건강보험료 고용보험료 등 각종 공공요금도 대기 중이다. 농축수산물 가격이 조금씩 안정되고 있기는 하나 상방 압력이 훨씬 거센 게 문제다.

우리나라는 식품물가 상승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에 오른 지 벌써 1년째다. 서민들은 “장보기가 무섭다”고 할 정도이다. 2년 가까이 이어지는 코로나 사태와 10월까지 계속된 폭염에 지친 국민의 삶이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이 적정 수준에서 관리되지 못하면 금융당국은 금리 인상 등의 카드를 동원할 수밖에 없다. 만약 금리 추가 인상이 현실화되면 가계대출 이자 부담이 급등하게 된다. 부동산 주식 가상화폐 등에 투자하느라 ‘영끌’ 대출을 안고 있는 가계는 막대한 이자 지출에 물가고까지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는 것이다.

올초 정부는 물가 상승률을 1.8% 이내로 잡겠다고 했지만 현재로는 그 목표를 달성 못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이미 올려버린 전기요금을 제외하고 도시가스 대중교통 상하수도 등 나머지 공공요금은 연말까지 최대한 동결하겠다고 했다. 그 약속을 지켜야 한다. 또 지금이라도 생활물가를 자극하는 요인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과일 우유 계란 등 주요 인상 품목의 수급 현장을 꼼꼼히 점검하고 가격 결정 구조에 불합리한 요소가 있다면 즉각 해소해야 한다. 일각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을 핑계로 불필요한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서민을 울리는 가격 담합 등의 행위에 엄정히 대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