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7년 10월 옛 소련이 세계 최초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 1호 발사에 성공하면서 충격을 받은 케네디 미 대통령은 국무부 출신이었던 제임스 웹(1906~1992)을 NASA 국장으로 임명했다. 그는 1960년대 아폴로 달 탐사 프로그램을 뚝심 있게 이끌었다. 1996년부터 차세대 우주망원경 프로젝트를 시작했던 NASA는 2002년 그의 이름을 따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라는 명칭으로 정했다. 그가 국무부 관료로 일할 때 동성애자 공무원을 대량 축출한 조처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일어 우주망원경의 이름을 바꿔야 한다는 뒷말도 나왔다. 개명 논란을 뒤로하고 NASA는 지난 25일 제임스 웹을 실은 아리안5호 발사에 성공했다. 제임스 웹에는 우주의 비밀을 풀려는 인류의 노력이 총집결돼 있다.

앞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했던 우주망원경은 허블이다. 허블은 1990년 4월 24일 우주 왕복선 디스커버리호에 실려 대기의 영향이 없는 우주 공간에서의 천체 관측을 목적으로 지구 상공 610㎞의 지구선회궤도에 진입해 우주 관측 활동을 시작했다. 96분 주기로 지구를 돌며 주로 가시광선을 관측했고 과학자들은 허블이 수집한 자료로 우주의 나이(138억 년), 우주 팽창속도, 블랙홀 등의 존재에 대해 알아냈다. 허블은 처음 예상했던 수명 15년을 훌쩍 넘겨 우주사를 새로 써왔다.

이제 제임스 웹이 허블을 대신해 우주의 신비를 파헤치게 된다. 제임스 웹 개발에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애초 10억 달러(약 1조1875억 원)를 투입해 2010년께 발사하려던 계획이 기술 개발 차질, 예산부족으로 10여 년 늦게 우주로 날아가게 됐다. 개발비만 100억 달러(약 11조8750억 원)가 투입됐다. 어마어마한 자금이 들어간 만큼 전반적 관측 능력도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사람의 눈처럼 가시광선을 관측한 광학 우주망원경 허블과 달리 제임스 웹은 적외선 우주망원경으로 허블보다 성능이 100배 더 뛰어나다고 한다. 직경 6.5ｍ로 얇은 금을 입힌 은백색 금속 베릴륨 거울 18개를 벌집 모양으로 이어 붙였다. 제임스 웹은 발사 이후 29일간 이동해 태양이 지구를 끌어당기는 힘과 지구의 원심력이 같아지는 ‘라그랑주 L2’에서 지구와 나란히 공전하며 관측활동을 벌이게 된다.

우주는 인류에게 여전히 신비의 공간이다. 우주와 태양계의 탄생과 진화 과정, 외계행성 어딘가에 생명체가 존재하는지 모든 것이 궁금하기만 하다. 제임스 웹이 기존 망원경의 한계로 미뤄뒀던 인류의 수수께끼를 풀고 천문학과 우주연구에서 혁명을 가져오기를 바란다.

이은정 논설위원 ejle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