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미국 연준이 3월부터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월가에서는 연준이 올해 네 차례 이상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 제로금리인 미국 기준 금리가 올해 말 2%를 넘을 것이란 예상이 높다. 연준의 금리 결정 기구인 FOMC가 올해 6차례 더 열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상 폭이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연준이 금리 인상에 나선 가장 큰 이유는 인플레이션 우려 때문이다. 연준이 측정하고 있는 현재의 인플레이션 수준은 2%를 넘었다. 비율로는 미미해 보이지만, 인플레이션 상승률이 1%면 실제 시장물가는 그보다 배 이상 상승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미 물가 상승 폭이 5%에 육박했다는 얘기다. 때문에 연준의 금리 인상이 내년까지 4%에 근접하리란 전망도 있다.

정상적 경제시스템이 작동하는 구조에서는 제품구매 폭주나 원자재와 인건비 상승에 따른 수요와 비용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 하지만 현재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인플레이션은 2008년 모기지론 사태 이후 통화량이 급증한 상황에서 2020년부터 2년에 걸쳐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세계 각국이 천문학적으로 돈을 푼 것이 방아쇠로 작용했다. 10년 넘게 저금리와 통화량 증가가 누적되면서 돈 가치가 급락해 인플레이션이 초래된 것이다.

이론적으로 수요 인플레이션이나 비용 인플레이션은 경제성장 과정에서 발생하는 통제 가능한 부작용이다. 하지만 통화량 급증으로 발생하는 인플레이션은 자산버블 붕괴와 빈부격차의 심화로 이어져 경제 전체에 심각한 후유증을 남긴다. 실제 20세기 초 독일이 경기회복을 위해 무차별적으로 돈을 찍었다가 초인플레이션의 부메랑을 맞았다.

미국 경제전문지 블룸버그의 자료를 보면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 이후 미국 통화량은 역대급인 11%가 증가했다. 세계 경제의 기축통화인 달러가 급증했다는 것은 지구촌 전체의 통화량이 그만큼 늘었다는 의미다. 한국은행의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도 코로나19 이후 통화량이 미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증가했다.

결국 해결책은 돈줄을 죄는 수밖에 없다. 연준이 더 이상 풀린 달러를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한 이유다. 문제는 달러를 회수하는 수단이 금리 인상 외에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데 있다. 때문에 월가에서는 연준이 과거처럼 금리를 분기별로 0.25%씩 순차적으로 올리기보다 한꺼번에 0.5% 이상씩 인상하는 시나리오도 나오고 있다. 실제 1980년 당시 연준은 한 해에만 금리를 10% 가량 올린 적도 있다. 당연히 미국이 기준 금리를 올리면 다른 국가들도 자본유출을 막기 위해 금리인상 도미노에 나설 수밖에 없다.

이제 넘치는 유동성과 저금리로 흥청대던 세계 자산시장의 돈 잔치는 끝나고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시대의 문턱을 넘고 있다. 문제는 인플레이션과 고금리의 고통스러운 시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는 과제만 남았다. 빚을 내서 주식을 샀거나 갭 투자로 아파트를 구입한 투자자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자칫 이자 갚기에 허리가 휠지도 모른다. 월급쟁이도 예외는 아니다. 돈 가치가 떨어지고 실질소득이 하락해 삶은 더 팍팍해질 수밖에 없다. 기업은 소비감소로 매출이 줄어드는 반면 원가와 금융비용 상승으로 이익 감소가 불가피하다.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의 후유증이 서민과 기업을 고단하게 만들 것이다.

닥쳐올 경제난국의 어두운 터널을 지나기 위해서는 정부는 물론이고 기업이나 서민 모두 허리띠를 단단히 조여야 한다. 무엇보다 불요불급한 빚을 최대한 줄이는 게 급선무다.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부채는 빚이 다시 빚을 낳는 악순환의 고리로 이어진다.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당시 20%대 초고금리 기간이 2년간 지속돼 서민은 물론이고 재벌까지 줄줄이 부도가 났다. 소비와 비용구조를 최소화해야 한다. 비용을 적정하게 관리하지 못하면 흑자도산의 불행을 맞을 수밖에 없다. 세계 경제사를 돌아보면 인플레이션과 고금리는 화려한 경제성장과 과소비 세태가 남긴 사생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