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9일 20대 대통령 선거가 끝났고 오는 6월 지방선거가 눈앞에 다가왔다. 여야는 지방선거의 승리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발표 중이다. 그중 지역균형발전과 성장이 핵심이다. 이제 무엇보다 실질적인 성과를 내어야 한다. 우리나라 서울과 수도권은 우리 일상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모든 것이 모여 있는 곳이다. 한국 100대 기업의 84%, 상장기업의 72%, 예금의 70%,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 금융사 언론 방송사 유명 대학이 서울에 다 모여 있다. 과거 경제 규모나 인구, 자원이 부족한 시대나 경제개발 초기에는 효율성을 위한 서울과 수도권의 ‘집중’이 일면 맞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세계 선진국 수준의 경제로 성장한 지금도 이런 현상이 계속되면 과밀도의 부작용으로 국가발전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

1960년대 후반, 과도한 서울 집중화를 우려하며 대안을 제시한 외국인이 있었다. 한국 이름은 ‘한대선’ 이고 본명은 ‘그레고리 핸더슨’ 씨가 바로 그다. 주한 미국대사관 정치담당 자문관으로 근무했던 그는 ‘소용돌이의 한국정치’라는 저서를 통해 “과도한 중앙집권적 권력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다원화된 사회를 실현하는 것이 대안이다”고 주장했다.

대한민국 인구 50%가 사는 수도권의 국토 면적은 서울 0.6%, 인천 1.1%, 경기 10.6%이며 합쳐서 11.8%이다. 국토의 약 90%는 제대로 활용이 안 되고 있다는 현실을 반증한다. 수도권 초과밀이 가져온 대표적 부작용이 저출생이다. 최근 정부 통계자료에 의하면 수도권은 출생률이 평균 0.8명인데 지방은 1.2명이다. 사람이 많이 살면 공간이 부족하고 부동산 값이 오르고 물가가 상승한다. 수입 대비 지출이 늘어나고 결혼도 하기 어려워진다. 오래전부터 정부는 수도권 과밀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2003년 참여정부는 수도권에 집중된 자원을 지방에 분산하기 위해 ‘혁신도시’ 정책을 강력히 추진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10곳에 공공기관 112개를 내려보냈고, 2020년에 이전이 마무리됐다. 하지만 인구 분산과 예측한 기대 효과는 역부족이었다. 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의 직원은 평일에만 그곳에 있고, 주말에는 가족이 있는 수도권으로 대이동했다. 혁신도시에 정주 기반시설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균형성장, 개발의 과정은 매우 어렵다. 국민 합의가 필요하며, 명확한 지향점이 있어야 한다. 정주를 위한 환경도 필수적이다. 그중 지역대학에 대한 지원과 혁신이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교육에 대한 열정이 세계 최고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절반이 넘는 대학이 지역대학이고, 독일도 마찬가지다. 이들 대학은 국가경쟁력의 다양한 역할을 담당하는 공공 자산이다. 우리나라도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선택과 집중형 지역대학 육성정책이 시급한 이유다. 지금도 서울 소재 대학에 진학하는 게 신분 상승의 사다리를 오르는 유일한 길이라는 생각이 지역인재 유출의 심각한 원인이다. 이러한 현상은 엄청난 사회적 비용과 부작용을 만든다.

국가균형발전이 이뤄져야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이 가능하다. 지역대학의 인재 육성과 공헌이 전국 기업과 경제를 살리기 때문이다. 세계적 무역항이 있고 산업기반이 고도화된 부울경 지역에 4차 산업 특성화대학을 육성하고 관련 산업단지를 만들어서 대학과 기업이 상생하며 자생적으로 지역경제 발전을 이룰 수 있는 인프라를 만들어야 한다. 특히 부산지역 국립대는 그간 명성과 경쟁력이 급락한 원인을 분석하고 혁신해야 한다. 지역 인재를 적극 유치하고, 시민에게는 첨단산업의 전문화된 재교육 기회를 주며, 지역기업에는 산학협력과 인재 채용의 우선 시스템을 구축해 함께 성장해야 한다.

최근 대통령 당선인은 인수위원회에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회를 설치, 지역균형발전이 새 정부의 핵심 정책이 될 것임을 선언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장도 대학교육 기능 확대를 위해 산업 및 노동과 연계해 종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와 정치권은 법 개정을 통해 지역대학과 기업이 상생할 환경을 조성하고 새 제도가 정착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 이것이 현실화하고 성과를 도출해 부산을 비롯한 각 지역이 서울과 선의의 경쟁과 협력으로 국가 미래발전을 이끄는 핵심 동력이 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