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재택근무를 도입한 기업이 많다.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분석팀 보고서에 따르면 재택근무 이용자는 2019년 약 9만5000명에서 지난해 114만 명으로 12배 증가했다.

재택근무 시대를 예언한 사람은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이다. 그는 1980년 출간한 ‘제3의 물결’에서 원격근무를 하는 사람의 예를 들며 “원격 회의가 가능한 장치가 있으면 재택근무가 크게 확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시에 인터넷은커녕 개인용 컴퓨터도 보급되기 전이라 뜬구름 잡는 이야기처럼 들렸을 것이다. 이제는 재택근무나 원격근무가 기술적 가능성이 아니라 근로자나 기업이 이를 원하느냐는 선택의 문제가 되고 있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포함한 코로나19 방역 완화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재택근무제를 도입했던 기업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지난 2년간 재택근무에 완벽하게 적응한 직원들이 많아서다. 네이버가 최근 직원 4795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근무제도 선호도 설문(응답률 76.1%)을 진행했는데 대부분 직원이 ‘재택근무’를 희망했다. 최적의 근무 방식으로 사무실과 재택근무를 오가는 혼합식 근무를 선택한 직원이 52.2%로 가장 많았고, 주 5일 재택근무(41.7%)가 뒤를 이었다고 한다. 회사 측은 사무실 근무를 유도하려고 직원 복지 강화라는 당근책을 준비하고 있으나 재택근무의 장점에 푹 빠진 MZ세대 직원들의 반발이 만만찮다고 한다.

이런 고민은 해외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미국도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며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 대형 IT기업이 사무실 근무를 종용하자 퇴직자들이 늘었다. 재택근무는 출퇴근 비용을 아낄 수 있고 가족과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나는 등 장점이 숱하다. 반면 업무와 생활이 분리되지 않아 업무 효율성을 두고 논란이 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원격근무의 미래’ 보고서(2020년)를 통해 재택근무가 전문지식을 갖춘 고학력 일부 계층과 산업, 국가에서 지속될 것으로 분석했다. 결국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부추길 수 있다는 뜻이다. 재택근무자 비율이 높아지면 직장인을 상대로 영업하던 식당과 술집, 상점 등 자영업자들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도심 건물의 공실률이 높아져 임대료가 떨어질 수도 있다. 이처럼 재택근무는 단순히 근무 형태의 변화로만 끝날 일이 아니라 경제와 사회에 큰 영향을 주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상징한다. 기업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