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이 다시 웅성거리고 있다. KDB산업은행이 부산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지역의 신문과 방송뿐만 아니라 대통령직 인수위에서도 연일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에 대하여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막을 내린 20대 대선에서 각 당의 후보는 부산의 성장과 발전을 위하여 다양한 공약을 제시하였으나 가장 구체적이고 명시적인 공약은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이다. 그러면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으로 쇠퇴, 절망 그리고 떠나는 도시, 부산이 도약, 희망 그리고 찾아오는 도시로 변모할 수 있을까?

산업은행은 대한민국의 지속가능성장을 위한 정책금융기관으로 정부의 은행이다. 구체적인 미션이 경제성장률과 국민의 삶의 질 제고를 위한 미래 금융플랫폼이라고 제시하고 있다. 지난 2020년 말 기준으로 자산규모가 300조 원을 넘으며, 임직원은 4000여 명에 이르고, 국내외 영업점도 90여 개에 달하는, 정부가 100% 소유하는 한국산업은행법에 의해 설립된 특수목적은행이다.

자산규모로 본다면 부산지역의 대표적인 금융기관인 BNK금융그룹보다 2배 이상 큰 규모의 대형은행이며, 이미 부산에 이전한 한국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 등 주어진 고유업무를 수행하는 공기업과는 다르고,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정부가 수립한 정책과 사업에 필요한 자금의 공급과 조달을 담당하는 매우 광범위한 업무영역을 가진 기관이다. 따라서 부산은 절호의 기회를 맞이한 셈이다. 어찌 조용할 수가 있겠는가?

그러면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이 과연 가능할까? 1954년 설립 이후 약 70여 년간 서울에 소재한 산업은행의 본점이 서울지역을 떠날 수 있을까?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은 대한민국의 지속가능성장과 국민의 삶의 질 제고를 위하여 더 이상 선택이 아닌 미룰 수 없는 시대적 소명이다. 수도권 일극주의의 폐해와 부작용은 지방 소멸과 함께 대한민국의 미래를 암울하게 만들어 모든 국민을 곤경에 빠뜨리고 있다. 이를 극복하고자 부산과 울산, 경남을 아우르는 이른바 동남권역을 하나의 경제공동체로 만드는 메가시티가 추진되고 있으며, 나아가 대구와 경북, 호남권역을 포함하는 남부경제권 구축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부산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남부경제권 구축은 대전환의 시기에 대한민국이 다시 도약할 수 있는 토대가 될 수 있으며, 이를 위한 산업적 기반조성에 금융이 핵심이다. 어디 이뿐인가? 부산은 이미 2009년 해양파생금융중심지로 지정되어 금융중심지 기반조성이 단계별로 진행되고 있어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은 부산금융중심지 육성과 남부경제권 구축에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다. 그러면 과거 1960~70년대 부산이 대한민국의 고도성장을 견인했듯이, 부산금융중심지는 새로운 대한민국의 건설에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더욱이 4차 산업혁명이라는 디지털 대전환기에 KDB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은 단순히 지역의 발전이 아닌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초석이 될 것이다. 가슴 설레는 상상이 아닌가?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 이유와 명분이 아무리 충분하더라도 구체적인 추진전략이 뒤따라야 한다. 과거의 경험으로 볼 때 그냥 얻어지는 것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우선 정치적인 논리가 아닌, 지역이기주의가 아닌, 경제적인 논리가 우선되어야 하므로 지역의 상공인이 주도하여야 할 것이다. 과거 한국선물거래소와 르노삼성차의 유치라는 성공 경험이 있지 않은가.

두 번째로 지역의 모든 정치인이 혼연일체가 되어 개인과 소속정당의 이익보다 국가와 지역의 미래를 위하여 의기투합하여야 할 것이다. 부산의 발전이 대한민국의 미래라는 생각으로 일사불란하게 행동하여야 한다. 세 번째는 부산시가 지역과 중앙의 관련 기관의 협조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인내와 끈기로 추진전략의 수립과 협력체계를 구축하여야 할 것이다.

오늘의 부산은 50여 년 전보다, 그리고 홍콩과 싱가포르보다 훨씬 잠재력이 높은 미완성의 도시이다. 온난한 해양기후와 수려한 정주여건, 우수한 대학의 혁신역량 그리고 중국과 일본, 러시아 등 인접한 경제대국을 품은 부산이 홍콩과 싱가포르를 능가하는 동북아의 금융허브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견인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