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이야기를 했다. 대금을 부는 선배랑 어느 찻집에서 차 한 잔을 마시며 이 코로나19라는 팬데믹 상황이 엔데믹으로 바뀐다 해도 코로나23이나 코로나24가 생기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는데 계속 이렇게 몸속에 세균을 집어넣으면서 견뎌야 하는가? 영원하고 간단한 백신은 없는가?

악학궤범은 조선 성종 24년인 1493년 예조판서 성현, 장악원 제조 유자광 등이 궁중음악과 궁중무용을 비롯한 당시 음악문화의 총체를 정리한 악서다. 악학궤범은 첫 발간 이후 1655년(효종 6년), 1743년(영조 19년)에 복간됐으며, 전쟁으로 인해 궁중음악이 쇠퇴하자 예악의 기틀을 바로잡고 아악을 재정비해 부흥시키는 데 활용됐다. 현재 국립국악원이 소장한 악학궤범은 1743년에 복간된 자료다. 그 악학궤범의 서문은 ‘음악은 하늘에서 나와서 사람에게 붙은 것이요, 빈 곳에서 나와 스스로 이루어지는 것으로써 사람의 마음으로 하여금 감동하여 움직이게 하고, 혈맥이 통하고 정신을 기쁘게 하는 것이다. 느낀 바가 같지 않기 때문에 소리도 같지 않아 기쁜 마음을 느끼면 그 소리가 날려 흩어지고, 노한 마음을 느끼면 그 소리가 거칠고 매서우며, 슬픈 마음을 느끼면 그 소리가 급하고 날카로우며, 즐거운 마음을 느끼면 그 소리가 느긋하고 태연하게 되는 것이다’라고 시작한다.

인도철학을 하는 어느 후배의 이야기는 인도에서는 사람을 치유하는 방법이 있는데, 그 첫 번째가 사람의 속에 음식물을 집어넣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사람이 먹는 것으로 사람을 치유한다는 말이다. 두 번째 치유 단계는 사람의 몸에 불을 집어넣는 것이라고 했다. 알다시피 정상인의 체온은 36.5도이지만 면역력이 저하되거나 불규칙한 생활을 반복하는 현대인은 그보다 낮은 경우가 많고, 암 환자는 1도 이상 낮다고 한다. 사람을 치유하는 최고의 단계는 사람의 몸에 소리를 집어넣는 것이라고 한다. 일부 소리는 방해가 되지만 다른 소리는 우리의 신체·정신 건강을 치유하거나 새롭게 할 수 있다. 자연의 소리는 ‘긍정적인 소리’다. 사운드 테라피에서도 자연에서 나는 소리의 역할은 크다. 창문을 두드리는 빗소리, 바위를 때리는 파도소리, 나뭇잎을 스쳐가는 바람소리 등 자연이 만들어내는 수많은 소리는 여러 연구를 통해서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게 입증됐다. 실제 자연이 만들어내는 넓은 폭의 소리를 들으며 뇌파를 측정하면 베타파가 줄어들면서 알파파가 많이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심리적 스트레스가 줄고 마음이 편안해졌다는 의미다. 치료·치유를 위한 음악의 사용 기원은 고대 그리스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오늘날 그 치료적 사용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인 20세기에 시작됐다.

삼국유사에 신라 신문왕 2년(682) ‘해룡이 된 문무왕과 천신이 된 김유신이 수성의 보배를 주려고 하니 나가서 받으라’는 점괘가 나와 이견대(利見臺)에 가서 보니, 바다 위에 떠오른 거북 머리 같은 섬에 대나무가 있었는데 낮에는 둘로 나뉘고 밤에는 하나로 합쳐졌다. 용이 그 대나무로 피리를 만들면 천하가 태평해질 것이라 해 왕은 피리를 만들어 보관했다. 왕이 용에게 대나무의 이치를 물으니, 용은 “한 손으로는 어느 소리도 낼 수 없지만 두 손이 마주치면 능히 소리가 나는지라, 이 대도 합한 후에야 소리가 나는 것이요. 또한 대왕은 이 성음(聲音)의 이치로 천하의 보배가 될 것이다”라고 예언하고 사라졌다. 왕이 곧 이 대나무를 베어서 피리를 만들어 부니 나라의 모든 걱정 ·근심이 해결됐다고 한다. 만파식적을 한 번 불면 몰려왔던 적군이 물러가고, 앓던 병이 나으며, 홍수가 나든 가뭄이 오든 만파식적 소리 하나면 모든 걸 해결해 버렸다.

악학궤범 서문도, 인도에서 사람을 치유하는 최고 단계도, 만파식적도 모두 소리로 치유할 수 있다고 한다. 예를 들면 평생을 대금을 불며 살아온 대금잽이가 대금 한 자락 불어 역병을 퇴치하는, 소리꾼의 소리로, 시인의 시 한 편으로, 그럴 수 없을까? 형! 평생을 대금만 불었는데 형의 대금소리 한 자락으로 이 코로나 상황 종식시켜야 하는 것 아니요. 열심히 대금을 부는 형에게 괜한 흰소리를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