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국무회의에서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공포했다. 앞서 국회는 본회의를 열어 형소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지난달 30일 먼저 가결된 검찰청법에 이어 형소법까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이 완료되자마자 문 대통령이 이를 공포하면서 입법 논란에 종지부를 찍은 셈이다. 검찰 수사 축소에 초점을 맞춘 검찰청법과 별건 수사 금지 규정 등을 담은 형소법은 4개월 후인 오는 9월부터 시행된다. 민주당으로선 검찰 개혁을 이끄는 성과라 하겠으나, 국민의힘이 “꼼수와 탈법의 입법독재”라고 반발하고 있으니 후폭풍이 예사롭지 않다. 형사사법체계의 급변으로 인한 부작용은 오롯이 국민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

우선 다수당의 입법 폭주라는 지적을 받은 검수완박 법안 국회 통과 과정만큼이나 문 대통령이 공포하는 모습도 매끄럽지 않다. 이날 문 대통령 마지막 정기 국무회의는 오전 10시 열릴 것이라고 공지됐으나 같은 시각 국회에서 형소법 개정안이 처리되는 결과를 기다리기 위해 오후로 미뤄졌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청와대 앞에서 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촉구한 이유이기도 하다. 민주당이 국회 법사위 사보임과 자당 소속 의원의 꼼수 탈당 등으로 절차적 정당성을 스스로 해친 대목은 앞서 누차 지적됐다. 다수당 입법 독주를 막고 법안을 숙의하고자 여야 동수의 안건조정위를 구성토록 한 국회선진화법을 무력화시킨 민주당의 무리수 이야기다.

물론 그동안 검찰은 개혁 대상으로 내몰릴 만큼 흠결이 많았다. 이를 현 정부 임기 만료를 앞두고 한꺼번에 바로잡자며 형사사법 시스템의 근간을 흔드는 건 또다른 부작용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검수완박 강행 처리에 반대한 양향자 의원은 “졸속은 부작용을 낳고, 꼼수는 재앙을 낳는다”고 했다. 양 의원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민주당이 입법을 밀어붙이며 검찰에게서 빼앗은 수사권을 어떻게 하느냐는 문제에 속시원한 답을 내놓고 있지 못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른바 ‘수사 공백’인데, 범죄자만 좋은 일 시키는 일이란 힐난이 그래서 나온다. 게다가 할 일이 많아진 경찰이 제역할을 하겠느냐는 의구심과 함께 경찰을 견제할 장치도 마땅치가 않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중대범죄수사청 관련 논의를 맡게 될 사법개혁특별위원회 구성 결의안도 단독으로 처리했다. 사개특위를 구성해 ‘한국형 FBI’인 중대범죄수사청을 1년6개월 내에 설립, 검찰의 남은 수사권한을 모두 이관시키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특위는 구성부터 논의까지 국민의힘 협조 없이는 한발짝도 나가기 쉽지 않다. 특히 검수완박 법안 내용과 입법 과정의 문제를 살피는 헌법재판소 위헌 여부 결정이라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새 대통령 취임식이 코 앞에 닥쳤고, 곧이어 지방선거를 치러야 한다. 검수완박이 민주당에게 대통령선거 패배에 이은 자충수가 될지 새 활로가 될지 국민이 판단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