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지명 39일 만인 4일 자진 사퇴했다. 김 후보자는 지명 직후 문재인 전 대통령 치매 막말, 모친 관련 부동산 편법 증여 의혹 등 각종 논란에 휩싸였다. 게다가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김 후보자를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그는 국회의원 시절 정치자금으로 보좌진에게 격려금을 지급하고 동료 의원에게 후원금을 냈다. 업무용 렌터카를 개인용으로 매입할 때도, 배우자의 차량 보험료를 낼 때도 정치자금을 사용했다는 의혹까지 나왔다. 김 후보자는 “정치자금을 고의로 사적 유용하지 않았지만 관리 책임이 있다”고 해명했다. 이런 의혹에도 버티기로 일관하다 뒤늦게 사퇴한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앞서 정호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자녀 특혜 논란으로 지난 5월 자진 사퇴한 바 있다. 보건복지부로선 두 번째 장관후보마저 낙마하는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따라서 새 정부 장관 후보자가 낙마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내각 인선 검증 시스템에 하자가 있다는 지적을 자초했다.

정부 출범이 두 달 가까이 지났으나 내각 완성이 지연되고 있다. 김 후보자가 자진 사퇴 발표를 한 후 윤석열 대통령은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김승겸 합동참모본부 의장에 대한 임명을 재가했다. 박 장관과 김 의장은 모두 인사청문회없이 임명됐다. 새 정부 들어 청문회 없이 임명된 사례는 김창기 국세청장에 이어 두 번째다. 국회 원구성 협상이 지연되면서 빚어진 일이긴 하나 청문회 없이 장관 임명을 감행한 것은 여론을 무시한 처사다.

박 장관을 두고 음주운전과 위장 전입, 교수 시절 조교에 대한 갑질 의혹 등이 제기됐다. 교육부 수장은 다른 부처보다 엄격한 도덕적 잣대가 적용되기 마련이다. 20여 년 전 음주운전 전력 때문에 퇴직 포상에서 탈락한 교원이 100명이 넘는 점을 감안하면 그에게만 면죄부를 준 셈이다. 이와 함께 윤 대통령은 사법연수원 동기(23회)인 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지인으로 국가를 운영할 것이냐”며 반발했다.

내각 인선을 둘러싼 논란이 심화하는 가운데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 하락세가 심상찮다. 리얼미터가 지난 6월 27일부터 5일간 전국 18세 이상 251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도는 긍정 44.4%, 부정 50.2%로 나타났다. 긍정 평가가 부정 평가를 밑도는 ‘데드 크로스’ 현상이 뚜렷한 셈이다. 응답자들이 ‘잘못한다’는 이유로 가장 많이 꼽은 것이 인사 문제다. 새 정부 들어 인사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남성·50대·서울대’ 편중에 더해 개인적 친분이 있는 인사를 중용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지지율은 별로 의미가 없다”고 했으나 국정 운영 동력이 떨어질 수 있어 가볍게 지나칠 일이 아니다. 윤 대통령은 ‘인사가 만사’라는 말을 새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