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문전교차로 지하를 관통하는 문전지하차도가 정식 개통했으나 편리성보다는 안전성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부산시는 지난 1일 부산진구 전포동과 남구 문현동을 잇는 편도 2차로, 총길이 436ｍ의 문전지하차도를 개통했다. 문전교차로 일대는 2010년 10월 황령터널 무료화로 부산진구 남구 해운대구를 오가는 차량과 동서고가로 이용 차량이 몰려 출퇴근 시간대는 물론 낮에도 상습 정체를 빚었다. 정부는 이를 해소하기 위해 문전교차로 일대를 2016년 4월 제3차 혼잡도로 개선 대상 사업지로 지정해 총 282억 원(국비 138억 원, 시비 144억 원)을 들여 입체화 사업을 추진했다. 시는 2018년 7월 착공해 지난달 공사를 끝냈다.

문전지하차도가 개통되면서 이 일대 차량을 분산시켜 교통 흐름을 원활하게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도로가 곡선으로 휘어져 있는 데다가 문현동 쪽 지하차도 출구 바로 앞에 횡단보도가 만들어져 사고 위험이 높다. 가뜩이나 지하차도가 왼쪽으로 크게 굽었다가 다시 오른쪽으로 미세하게 휘는 약한 S자 곡선 형태여서 곡선 구간에서는 횡단보도 신호등을 제대로 볼 수 없어 사고 위험이 크다. 시는 S자 형태 도로에 대해서 위로는 동서고가로 교각을 피해야 하고 아래에는 도시철도 2호선이 있어 어쩔 수없었다는 입장이다. 그렇다고 쳐도 지하차도 출구에 있는 횡단보도는 누가 봐도 문제가 심각하다. 그런데도 이런 교통체계를 만든 이유는 주민 민원 때문이다. 시는 횡단보도를 당초 출구에서 100ｍ가량 떨어진 곳에 만들려했으나 문현동 주거단지와 금융단지를 단거리로 연결해달라는 주민의 요구가 많았다고 한다. 경찰 교통안전시설 심의위원회에서는 횡단보도 위치가 위험하다며 보류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주민 반발로 안전장치를 충분히 설치하는 조건으로 횡단보도를 문현동쪽으로 5ｍ가량 옮기는 형태로 가결했다.

주민 입장도 고려해야 하겠지만 이런 횡단보도가 만들어짐에 따라 두고두고 운전자, 보행자 모두의 안전을 위협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시가 안전성에 대해 적극적으로 주민에게 설명했는지 의문스럽다. 부산경찰청이 속도위반 단속카메라, 투광기 등 안전시설을 보강했다고 하나 횡단보도에 놀라 급정거하는 운전자들이 많다고 한다.

또한 출구 부근 횡단보도에서 신호 대기하는 차량 때문에 지하차도 개설 목적인 교통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효과도 떨어진다. 교통전문가들도 사고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교통량이 적은 심야 시간대 속도를 높인 차량이 지하차도 바로 앞 횡단보도에서 멈추기 어렵다”며 “주민을 설득해 횡단보도를 옮기는 게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교통전문가들은 “출구 앞에 횡단보도가 있는 지하차도는 처음 봤다”고 지적한다. 시는 교통전문가의 의견에 귀 기울여 추가 안전대책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사고가 난 다음 뒷수습을 하려면 늦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