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수산업이 흔들리고 있다. 어업 생산량은 갈수록 줄어들고, 생업을 포기하는 어민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수십 년간 1000억 원대의 예산을 투입해 연안에 인공어초를 뿌리고 바다 숲을 조성했는데도 어획고는 오히려 줄었다고 한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다. 무엇보다 해양수산부가 불요불급한 규제를 만들어 어업 활동이 힘들어졌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심지어 일제 강점기에 일본이 동경 128도 이동 대형 트롤 조업 금지 등 남획을 방지한다고 만들었던 온갖 어업 규제 틀이 100년 지난 지금 21세기에도 유지되고 있다.

부산 수산업을 지탱하는 대형선망 업계는 위기 상황이다. 19곳의 대형선망선단(129ｔ 본선, 등선 2척, 운반선 3척 등 6척으로 구성) 중 3곳은 경영악화로 올해 초 법정관리에 들어갔으며, 4곳은 사업 철수를 고민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공시된 대형선망 업계의 2016~2021년 손익계산서를 분석한 결과,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대형선망조합 회원사 12곳이 이 기간 입은 순손실액은 743억9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순이익을 낸 선단은 세 곳인데, 순수 어업만으로 이익을 본 곳은 한 곳에 불과하다. 나머지 두 선단은 수산식품 가공·유통업으로 어업 손실을 보충했다. 2016년 이후 한일어업협정이 타결되지 않아 어획량의 20%를 차지하던 일본 어장에서 조업하지 못한 탓이 크다. 반면 업계는 정부가 선단 침몰을 방조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혼획·어획량·어업시기 등을 전방위적으로 규제하면서도 지원책은 마련해주지 못하니 고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제신문과 대형기선저인망수협이 공동기획한 ‘수산강국으로 가는 길’은 바다에서 고기를 못 잡게 하는 온갖 규제가 수산업을 쪼그라들게 했다는 점을 잘 보여줬다. 해양수산부는 수산자원을 회복하겠다면서 감척사업에 총허용어획량(TAC) 제도를 도입하고, 각종 어종에 대해 효과가 입증 안 된 금어기와 금지체장(일정 길이에 미달하는 수산물 포획 금지)을 확대 적용해 일제 강점기 때보다 어업 활동을 어렵게 했다고 한다. 시리즈를 집필한 정석근(제주대 해양생명과학과) 교수는 “전기자동차가 달리는 21세기 대한민국 어업 형태와 어선 규모는 100년 전 인력거 시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을 정도다.

정 교수는 “수산정책 목표가 어민이 고기를 많이 잡아 잘 살게 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현실은 수산자원 보호와 회복을 명목으로 눈으로 볼 수도 없고 계량화하기도 불가능한 목표 설정으로 수산업이 침체하고 있다. 특히 수산 분야 기초연구와 교육에 예산을 크게 늘리지 않으면 부실한 연구 결과에 기반한 졸속 수산정책과 규제가 계속 나오고, 수산업 퇴보를 더 재촉할 것이라는 진단에는 울림이 있다. 기후 변화 등으로 어업 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변화를 좇아가기 위해서는 관성적인 규제의 개혁과 혁신적인 수산정책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