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만을 생각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부두에 가득 쌓여 있는 컨테이너다. 미래학자인 피터 드러커는 컨테이너를 ‘세계 경제사를 바꾼 혁신적인 발명품’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경제잡지인 ‘포브스’는 컨테이너를 창안한 미국 사업가 말콤 맥린을 세계 경제사를 움직인 인물로 꼽았다.

컨테이너의 역사는 100년이 되지 않는다. 1934년 운송회사를 설립한 맥린은 트럭으로 운송한 화물을 선박에 옮겨 싣는 방법을 고민했다. 문제는 적지 않았다. 특히 트럭에 맞춘 컨테이너가 화물선에 맞지 않아 선박에 빈 공간이 많이 생겼다. 그러자 맥린은 아예 선박회사를 차리고 유조선을 개조해 컨테이너를 적재하기 좋은 선박을 만들었다. 마침내 1956년 35피트 길이의 컨테이너 58개를 실은 선박이 미국 뉴저지에서 휴스턴까지 첫 운항에 성공했다. 그렇게 컨테이너 운송의 대혁명이 시작됐다. 1960년대 베트남 전쟁에서 미국 정부가 막대한 전쟁물자를 컨테이너로 운송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보편화됐다.

컨테이너는 20세기 화물운송의 총아였지만 우리나라 물류업계는 진가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깡통’이라고 부르며 푸대접했다. 한때 국내에서도 제작했으나 업체들이 문을 닫아 현재는 수출용 컨테이너를 거의 생산하지 않는다. 코로나19 여파와 해운대란이 겹쳐 컨테이너 부족사태가 발생하면서 가격도 엄청 올랐다. 이제야 컨테이너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컨테이너의 다양한 변신이 이뤄졌다. 귀촌이나 귀향한 사람들이 거주 공간으로 컨테이너를 활용한다. 값싼 제작비와 튼튼한 구조로 인기가 높다. 또 각종 공사 현장에서 임시 사무실로도 이용된다.

컨테이너는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또 한 번 변신했다. 지난 6일 한국과 브라질의 16강 경기가 열린 도하 ‘974 스타디움’은 컨테이너 974개를 활용해 지어졌다. 974는 카타르의 국제전화 국가번호이다.

월드컵을 위해 지은 ‘임시’ 구장인 974 스타디움은 한국과 브라질 경기 다음 날인 지난 7일 철거에 들어갔다. 지난해 테스트 이벤트 격인 국제축구연맹(FIFA) 아랍컵 6경기와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6경기 그리고 한국과 브라질의 16강전 등 13경기만 치른 채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974개의 컨테이너는 대부분 기증된다. 외신들은 아프리카 저개발국이 기부처로 유력하지만 2030 월드컵 공동 개최를 추진하는 우루과이가 컨테이너 인수전에 뛰어들었다고 보도했다. 컨테이너의 변신, 어디까지일까.

김희국 편집국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