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은 학교마다 새로운 학년도를 시작하는 시점으로 무척 바쁜 달이다. 그래도 부장교사 임명을 비롯해 학교 업무분장이 제때 제대로 되었다면 그나마 학사가 순항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면 후유증이 학기 중에 왕왕 나타난다. 특히 담임교사 배정으로 인한 문제가 무엇보다 많다. 지난 2월 중·고교 담임 10명 중 3명은 기간제이며, 그 비율이 최근 10년 새 크게 높아졌다는 뉴스가 있었다. 이러한 결과가 나오는 것은 여러 사유로 학교마다 기간제 교원이 증가하는 이유도 있겠지만 정규교사가 학급담임을 기피한다는 사실이다.
학교에서 학생과 가장 가까이 있는 선생님이 학급담임이다. 이를 기피한다는 것은 결국 선생님이 학생과 가까이하기를 부담스러워한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 현상은 교육계에 늘 있어왔던 것은 아니었다. 필자가 초임 교사였던 1980년대 초반엔 일정 이상의 교직경력과 담당과목 등을 충족해야 학급담임을 맡을 수 있을 정도로 선호가 있었다. 당시에는 학교와 가정이 서로 연계돼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았고, 이런 상황에서 학급담임은 가정방문 등을 통해 학교교육과 가정교육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역할도 했다. 또한 이 시기에는 지금 같은 진로 상담 복지 등의 학교 내부 기능도 분화가 미미했기에 학생들의 인격적 도덕적 교육도 학급담임의 중요한 역할이었다. 그러나 그만큼 학급담임에 대한 학교의 배려와 사회적 지지가 있었기에 학급담임으로서 학생들과 함께하는 것, 그리고 그들이 성장하는 것을 가까이에서 늘 지켜보는 것이 큰 보람이었다.
그러나 이후 학교와 가정의 연계가 강화됐고 학급담임에 대한 요구도 많아졌다. 이에 학부모와의 소통과 협력을 끌어내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하므로 업무량이 늘어나고, 또한 지금의 복잡해진 사회만큼이나 학생들의 다양한 문제를 두고 전반적인 책임을 떠안게 되다 보니 부담 또한 크게 증가했다. 그러한 결과로 오늘날 학급담임을 기피하는 현상이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꼭 그러한 것은 아니었다. 필자가 M고등학교에 근무하던 2015년 2월, 담임 배정을 발표하고 내려왔더니 A 선생님이 눈물을 보이며 교장실로 들어왔다. “저는 꼭 1학년 담임을 하고 싶었어요!” 선생님들 사이에서 신망이 높았던 1학년 부장이 구성한 학년과 함께하지 못한다는 아쉬움 때문이었을 수도 있었지만, 학년공동체를 구축하도록 시도한 학교조직의 재설계와 적용이 작동한 이유도 컸다. 결국 과학중점학교 운영과 관련해 비중 있는 업무를 담당하게 되었고, 그다음 해에서야 희망대로 담임을 맡게 되었다. 지금도 그 선생님은 여전히 학생들과 함께 즐겁게 생활하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당시 효율적인 행정업무 처리 중심의 학교조직을 효과적인 학생 교육 중심으로 재설계하고자 했다. 중심엔 1명의 부장과 같은 학년의 학급담임으로 구성된 학년경영실이 있었고, 여기에서의 학년 단위 의사결정 체제는 생활교육 교과학습 등에서 상당히 교육적으로 작동됐다. 그러나 앞으로도 학급담임제도가 그대로 지속된다면 학교조직 재설계는 학급담임을 중심에 두고 계속 보완돼 나갈 필요가 있다.
이에 참고할만한 모델은 미국 중심으로 활성화하는 빅픽처 러닝스쿨(Big Picture Learning School)의 어드바이저리(Advisory) 시스템이다. 모든 학생이 15명 정도로 구성된 어드바이저리라는 학습공동체의 일원이 되고, 각 어드바이저리의 담당교사는 학생들 가까이에서 그들과 개인적 관계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각각 학생들의 관심사를 파악해 자기주도적 학습이 가능하도록 교과담임, 가족 구성원, 지역사회 멘토와 긴밀하게 협력한다. 이러한 시스템에서 학부모는 학습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학생이 학습 계획을 세우도록 돕게 되고 또한 학교공동체의 중요한 자원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학생 지원 중심의 어드바이저리에 의해 교육자-전문가-학부모가 소통하고 협력하는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를 초등학교에까지 적용한다면 최근 모 방송에서 다루었던, 아동학대 문제로 고통받는 선생님들의 사례도 예방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이제 선생님으로 하여금 기꺼이 학급담임을 맡을 용기를 갖도록 하는데 교육계와 함께 지역사회도 그 역할을 찾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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