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필자가 기고한 칼럼의 주제는 ‘인생 2회차를 위한 조언’이었다. 다들 이번 생은 처음이라, 성공적으로 이번 생을 꾸려 나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성공적인 인생 2회차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사례를 들춰보면서 그들의 지혜를 나눠보자는 것이 취지다. 인생 2회차는 주로 경제적 문제의 해결을 말한다. 국가도 개인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수는 없다. 다만, 경제적 문제가 해결되면 다른 많은 문제도 해결되는 경우가 많은바, 국가도 경제적 문제에 봉착해 있는 사람들에 대해 회생이나 파산과 같은 제도를 통해 인생 2회차를 살아볼 기회를 주고 있다.

여러 문제를 맞닥뜨리고, 그 문제를 해결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했지만, 혼자 힘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만난 사람들이 국가의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인생 2회차에 도전하는 이들은 주로 중·장년층이 많다. 청년은 어떨까? 그들은 소득이 많지 않고, 재산도 거의 없어 부채도 많지 않은 편이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부채로 인해 국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청년층 자체가 많지 않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여기엔 함정이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폐업한 자영업자의 수가 100만 명을 넘어섰다. 정확하게는 100만 8200여 명, 1995년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처음이라고 한다. 폐업자는 2019년부터 3년 연속 감소하다가 2023년부터 상승세로 돌아섰는데, 특히 소매업 타격이 컸다. 전체 폐업자의 30%가 의류 판매업 등 소매업자였고, 카페나 식당 등 음식점업, 부동산업 등이 뒤를 이었다. 코로나 시기 누적됐던 부채에 심각한 내수 부진이 겹치면서 더 이상 버티지 못하는 상황으로 내몰린 것이다.

30세 미만 청년 사업자로 좁혀 보면 더 심각하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30세 미만 사업자는 지난해 1분기에 비해 2만 6247명 줄어들었다. 창업해서 사업체를 운영하는 사람보다 폐업하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으로, 2017년 9월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최대 감소 폭이라고 한다. 30세 미만 사업자는 코로나 시기였던 2020년도부터 2022년도까지도 매 분기 증가했으나, 2024년도 3분기부터 감소하기 시작했고, 올해 1분기까지 감소 폭이 더욱 가팔라졌다.

지난 6월 전국의 취업자 수는 2909만1000명으로, 1년 전보다 18만3000명 늘었다. 취업자 수는 6개월째 증가했는데, 청년층인 20대 취업자 수는 오히려 15만2000명 감소했다. 32개월째 감소 중이고, 구직도 하지 않고 경제활동도 하지 않는 ‘쉬었음’ 청년도 40만 명을 넘나들고 있다.

결국, 현재 인생 2회차에 도전하는 청년층이 적은 이유는 청년층이 도전하고 싶어도 도전할 수가 없는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경제활동을 해야 소득 자산 부채가 쌓일 것인데 경제활동 자체를 하기 힘들다. 청년층은 취업 시장에서 찬밥 신세이고, 사업체를 운영하려 해도 쉽지 않아 폐업으로 내몰리고 있다. 청년 사업자의 감소와 청년 고용 부진이 겹쳐 경제의 활력과 생산성도 떨어지고 있다.

청년층의 경제활동 문제는 지방 소멸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사업 기회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나면 지방의 상권은 무너지고, 기업은 필요한 인력을 구하지 못해 사업을 못 한다. 청년 인구가 줄어들고 출산율이 떨어지면서 인구는 감소하고, 부동산 가격도 떨어진다. 서울의 강남에서 아파트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부산을 포함한 비수도권에서는 ‘다른 나라’ 일이다.

2차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 기대하는 이가 많다. 하지만 역시 양질의 일자리가 생겨야 한다. 특히 지방에 양질의 일자리가 있어야 청년이 지방에서 떠나지 않을 것이다. 청년이 지방에서 안정적인 소득을 얻고 소비활동을 한다면, 지방 상권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크다. 새 정부의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 등의 정책으로 지방에 사는 청년들이 바라는 양질의 일자리, 지방의 상권 활성화를 위한 다각도의 정책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