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 ‘케데헌’ 열풍이 몰아쳤다. ‘케데헌’은 미국 넷플릭스에서 지난 6월 20일 개봉한 애니메이션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의 줄임말이다. ‘케데헌’은 케이팝 슈퍼스타인 루미 미라 조이 세 명으로 구성된 ‘헌트릭스’가 악령으로부터 팬을 보호한다는 내용으로, 케이팝 아이돌을 소재로 만든 최초의 뮤지컬 애니메이션이다
‘케데헌’의 인기는 여전히 뜨겁다. 주제곡 ‘골든’이 지난 8월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 1위에 오른 데 이어 미국 빌보드 핫100 차트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케이팝 싱글곡이 미국과 영국 두 나라 차트를 석권한 것은 역사상 처음이다. 9월 3일에는 누적시청수 2억 6600만 명을 돌파, 기존 ‘오징어게임’이 세운 기록을 갈아치우며 역대 넷플릭스 흥행 순위 1위에 올랐다.
‘케데헌’의 글로벌 성공은 한국문화 붐(boom)으로 이어졌다. 영화 속 북촌 한옥마을, 남산타워, 한약방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으며, 주인공이 즐겨 먹던 컵라면 김밥 등의 K-푸드 해외수출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을 찾는 방문객이 늘어나면서 갓, 호작도(호랑이와 까치) 배지와 같은 케데헌 굿즈가 연일 매진되고 있다.
‘케데헌’의 글로벌 열풍에 정작 놀란 것은 우리 자신이다. 우리 스스로가 우리의 잠재력을 너무 몰랐다. 이제 글로벌 흥행을 넘어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자리잡은 ‘케데헌’이 우리에게 남긴 것을 차분히 돌아볼 시간이다.
첫째, 한국적인 것(korea-ness)이 글로벌 보편성이 되는 자신감을 얻었다. ‘케데헌’의 노래 음식 패션은 철저히 우리의 것이다. 우리가 걸어 다니던 일상의 공간이 세계인의 명소가 되었고, 매일 접하던 김밥과 컵라면이 세계인이 열광하는 입맛으로 환호받고, 옛것으로만 치부하던 갓, 저승사자, 무속, 호작도의 호랑이와 까치는 글로벌 유산으로 손색이 없다.
독일 철학자 헤겔은 보편성과 개별성의 변증법적 통일인 ‘특수성’의 개념에 주목하며, 이것이 새로운 역사의 출발점이라 말한다. ‘케데헌’을 연출한 매기 강 감독이 “한국 문화가 세계적인 사랑을 받는 유일한 길은 자신감 있게 문화와 관점을 보여주는 것”이라 강조했듯이, 한국적인 것을 글로벌 보편성과 소통하면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는 ‘특수성’이 된다는 것을 ‘케데헌’이 보여주었다.
둘째, 글로벌 콘텐츠 협업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케데헌’은 미국 넷플릭스가 투자를 맡고, 일본 소니픽쳐스에서 제작하고, 한국계 캐나다 교포 매기 강 감독과 이병헌 김윤진 등이 출연한 글로벌 합작 애니메이션이다.
‘케데헌’은 우리의 원형콘텐츠가 국제공동제작 협업 체계를 갖추면 얼마든지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해 주었다. 이미 ‘어쩌면 해피엔딩’이 지난해 미국 토니상 6관왕을 차지하며 K-뮤지컬의 저력을 보여준 바 있고, 2003년 장준환 감독의 영화 ‘지구를 지켜라’는 올해 세계적인 예술감독 요로고스 란티모스 감독에 의해 ‘부고니아’로 리메이크 되었다. ‘케데헌’의 자본 기술 배우 연출의 글로벌 협업의 성공 모델은 한국 원형콘텐츠의 글로벌 소통과 확장성에 시사점을 준다.
셋째, 우리의 가치가 인류보편의 공동선에 기여하는 문화적 자부심을 갖게 했다. ‘케데헌’은 케이팝의 역동적인 춤과 노래 속에 권선징악, 억울함을 풀어주는 해원(解冤), 내면의 투쟁으로 공동선으로 나가는 강인한 의지를 주제로 표출하며, 전 세계인들의 삶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불어 넣었다.
마지막으로, 우리 안의 창의성 키우기에 대해 성찰해 볼 때이다. ‘케데헌’의 1조 원에 달하는 지식재산권(IP) 가치는 미국과 일본의 투자제작사로 귀속되었다. 지난 8월 15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간한 ‘지식재산권의 산업화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상위 50위권 중 미국 기업이 32개사, 일본 기업이 7개사인데 비해 한국 기업은 들지 못했다.
‘케데헌’은 한국문화가 글로벌로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해 주었지만, 동시에 우리 스스로의 창의성으로 이어갈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숙제도 남겼다. “꽃피는 나무는 스스로 꽃피는 나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