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을 지원하기 위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국회는 지난 27일 본회의를 열고 ‘부산 해양수도 이전기관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을 재석 256명 중 찬성 255명, 반대 1명으로 가결했다. 특별법은 해수부 부산 이전과 직원의 이주·정착에 필요한 각종 지원 계획을 국가와 지자체가 수립하기 위한 법안이다. 해수부 장관에게 해양특화지구 지정 권한도 부여했다. 국민의힘 곽규택 조승환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김태선 의원 등이 각자 발의한 법안을 통합하고 보완한 결과다. 1996년 서울, 2013년 세종에 이어 2025년부터 해수부의 부산 시대가 열리게 됐다.

‘부산 해양수도 이전기관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이 지난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고 있다. 국제신문 DB

해수부의 부산 이전과 직원들의 안착을 위한 법적 기반이 속도감 있게 마무리된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법안명에 부산을 ‘해양수도’라고 명시해 해수부 이전이 국토균형발전의 또다른 시작임을 선포한 대목 역시 의미가 적지 않다. 부산상공회의소가 법안 통과 직후 환영 성명을 발표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법안의 내실이 부족한 건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의 해수부만으로는 해양수도 완성이 어렵기 때문에 산업통상부와 국토교통부 등에 흩어져 있는 해양플랜트 조선 국제물류 등을 해수부로 일원화하고, 이 참에 산하 및 관련 조직을 일괄 이전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됐다. 그러나 “이전이 먼저”라는 속도론에 묻히고 말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부산을 해양수도로 만들어 수도권 대항마로 키우겠다는 약속을 여러 차례 했다. 그러나 해수부 이전 외에는 상당 부분 최초 공약에서 변질되어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동남권투자공사다. 해양금융 국책은행을 설립하겠다는 애초 구상은 사라지고 현재 추진되는 건 한국산업은행의 자회사다. 해사법원은 부산과 인천 이원화로 인해 알맹이는 해운기업 본사와 가까운 인천이 챙길 가능성이 높다. HMM 같은 해운 대기업 본사 이전 역시 노조 반대에 막혀 진척이 더디다. 해수부 기능과 조직 강화가 부산 이전 이후에도 가능하다는 게 해수부 장관의 입장이지만, 부처 이기주의 때문에 특정 기회를 놓친 이후엔 쉽지 않다.

해수부는 빠르면 이달 말 부산에서 업무를 시작한다. 해양과 수산 분야에서 부산이라는 도시와 부산항의 글로벌 위상은 두 번 말할 필요가 없다. 여기에 얼마 안가 북극해를 통해 유럽과 아시아 배가 오가는 북극항로 시대가 열릴 조짐이다. 부산이 그 거점항이 되면 제3의 개항이라 불릴 만큼 천지개벽이 이뤄지게 된다. 그때 해수부의 역할은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한미 조선업 합작 프로젝트인 ‘마스가’에 탄력이 붙으면 부산 울산 경남 소재 조선 산업이 한국 경제를 움직이게 된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해수부 조직의 외연 확장은 필연적이다. 관련 하위법령을 서두르겠다는 해수부 장관의 약속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한 면피용이라는 의심만 짙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