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경제프리즘]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부산지역 예술인 키우는 제작극장으로 예술 수출

피란수도 문화유산 활용, 개관공연이 정책의 좌표

도용복 사라토가 회장·대신대 석좌교수

  • 도용복 사라토가 회장·대신대 석좌교수
  •  |   입력 : 2026-08-04 18:47:12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부산은 대한민국 제2의 도시이며 세계적인 항만도시이다. 북항 재개발, 가덕도신공항, 부산국제영화제, 국제크루즈, 해양산업 등 부산은 대한민국을 넘어 동북아 해양수도로 도약하겠다는 분명한 비전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부산오페라하우스 역시 이러한 도시의 미래 전략과 같은 방향을 바라봐야 한다.

해양수도는 단순히 물류가 오가는 도시가 아니다. 사람과 문화, 예술이 만나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고 그것을 세계로 확산시키는 도시를 의미한다. 과거 베네치아와 제노바가 그러했고, 오늘날 함부르크와 시드니가 그러하다. 세계적인 항만도시들은 모두 자신들만의 대표 문화 콘텐츠를 생산하고 이를 세계에 수출하는 문화생산기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부산은 역사적으로도 대한민국의 운명을 지켜낸 도시이다. 6·25전쟁 당시 대한민국의 영토 대부분이 전쟁의 참화에 휩싸였지만, 부산은 끝내 무너지지 않은 자유 대한민국의 마지막 보루였다. 전국에서 수백만 명의 피란민이 부산으로 몰려들었고, 대한민국 정부 역시 부산을 임시수도로 삼아 국가의 기능을 이어갔다. 부산은 단순한 피란지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켜낸 희망의 도시였다.

더욱 중요한 것은 전쟁의 참혹함 속에서도 부산은 문화 불씨를 꺼뜨리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피란 온 문화인들이 부산에 모여 창작을 이어갔고, 좁은 피란촌과 천막극장에서도 공연과 전시가 계속되었다. 절망 속에서도 예술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었고, 부산은 대한민국 현대 문화예술의 중요한 토대를 만들어낸 도시가 되었다.

부산오페라하우스는 바로 이러한 역사 위에 세워지는 문화공간이다. 단순히 해외 유명 공연을 소비하는 공간이 아니라, 부산이 지켜온 문화적 자산을 미래의 창작으로 이어가는 공간이어야 한다. 전쟁 속에서도 문화를 꽃피웠던 도시라면, 평화의 시대에는 세계로 문화와 예술을 수출하는 도시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해외 유명 극장의 공연을 초청하는 것은 어느 도시나 할 수 있다. 또한 세계 최고 수준의 공연을 시민에게 선보이겠다는 취지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부산오페라하우스의 첫 무대를 해외 유명 극장의 이름에 기대어야 하는지는 다시 생각해 볼 문제다.

진정 중요한 것은 부산만의 작품을 만들고, 부산의 예술가를 성장시키며, 부산의 이야기를 세계인의 감동으로 바꾸는 일이다.

개관공연은 바로 그 방향을 선언하는 자리여야 한다.

부산은 이미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 부산시립교향악단은 국내 최고 수준의 오케스트라 가운데 하나이며, 수십 년 동안 축적된 연주력과 예술성을 갖추고 있다. 부산시립합창단과 지역 오페라단, 부산 출신의 세계적인 지휘자와 성악가들 역시 충분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부족한 것이 있다면 실력이 아니라 이들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제작 시스템과 무대이다. 부산오페라하우스는 바로 그 무대의 시작이 되어야 한다.

프랑스가 루이 14세 시대부터 자국 예술인과 예술기관을 육성하고 보호했던 이유는 단순히 예술가를 돕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프랑스만의 음악과 오페라, 미술을 만들어 국가의 문화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였다. 오늘날 프랑스가 세계 문화강국이 된 것도 오랜 시간 자국의 예술가와 예술기관을 중심으로 투자해 온 결과이다.

부산 역시 이제 같은 질문 앞에 서 있다. 부산오페라하우스가 해외 유명 극장의 공연을 유치하는 데 만족하는 공연장이 될 것인가. 아니면 부산만의 레퍼토리를 만들고, 부산의 음악인을 키우며, 아시아를 대표하는 제작극장으로 성장할 것인가.

그 첫 단추는 개관공연에서 시작된다. 개관공연은 단 하루의 축제가 아니다. 앞으로 수십 년 동안 부산오페라하우스가 어떤 길을 걸어갈 것인지를 선언하는 첫 번째 문화정책이자 미래 세대에 남길 문화유산의 출발점이다. 공연장은 건물이 좋다고 명품이 되는 것이 아니다. 그 도시의 예술가가 성장하고, 그 도시만의 작품이 탄생하며, 세계인이 그것을 보기 위해 찾아올 때 비로소 명품 공연장이 된다.

부산이 진정한 해양수도를 꿈꾼다면, 바다를 통해 사람과 물류만 오가는 도시가 아니라 문화와 예술을 세계로 수출하는 도시가 되어야 한다. 부산오페라하우스의 첫 막은 그 미래를 여는 선언이어야 한다. 그 선언의 주인공은 해외의 명문 극장이 아니라 부산의 예술가들이어야 한다.

6·25전쟁 당시 대한민국을 지켜낸 최후의 보루였던 부산은 이제 대한민국 문화의 최전선이 되어야 한다. 과거에는 자유를 지켜낸 도시였다면, 앞으로는 문화를 창조하고 세계로 전하는 도시가 되어야 한다. 부산오페라하우스는 그 역사적 사명을 실현하는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기장군수실 1층 이전 놓고 직원 반대 우세
  2. 2“정체성 부재” 비판 많은 ‘부산이즈굿(Busan is Good)’ 손본다
  3. 36일 부산국제영화제 팡파르…사상 첫 화요일 개막
  4. 4부산 아파트 매매 침체일로…해운대·수영·동래만 웃었다
  5. 5다 쓰지도 못하는데…어르신 품위유지비 늘린 중구
  6. 6양산 구불구불 새미기고개 대체길 뚫리나
  7. 7연일 노무현 때리는 한동훈, 박정희 띄우는 주진우…檢 출신들 속내는
  8. 8해킹 피해 신한은행 2만5727건 vs 우리·농협 0건…금융기관 ‘보안 체력’이 갈랐다
  9. 9가을은 놓쳤지만…거인 ‘레·황(레이예스·황성빈)’ 도전은 계속된다
  10. 10“감독님이 먹으라고” 정수진, 내막 폭로…유도회 “선수관리·운영체계 점검” 사과
  1. 1연일 노무현 때리는 한동훈, 박정희 띄우는 주진우…檢 출신들 속내는
  2. 2‘맹탕 청문’ 의식 부산시의회, 교통·시설公 송곳검증 벼른다
  3. 3부울경 펀드인데 절반가량은 수도권 투자…제도취지 무색
  4. 4장동혁, 육영수 생가 방문…‘암살자(들)’로 진보 맹공
  5. 5軍 “北 지뢰 터져 장병 부상” 결론…군사분계선 이남 제거작전 돌입(종합)
  6. 6부산·울산 국감 쟁점 된 전재수·김상욱…野 파상공세 태세
  7. 7부산시의회 찾은 4선 김도읍, 생곡 소각장 반대 논리 읍소
  8. 8[속보] 李 대통령 지지율 37.4%.. 민주 42.5%, 국힘 38.4%
  9. 9[속보] ‘실탄 없이 경계 근무’ 사례 추가 확인, 국방부 기관 경고 방침
  10. 10‘盧 수사’ 與-한동훈 논쟁 확전…“석고대죄하라”-“성역화 말라”
  1. 1부산 아파트 매매 침체일로…해운대·수영·동래만 웃었다
  2. 2해킹 피해 신한은행 2만5727건 vs 우리·농협 0건…금융기관 ‘보안 체력’이 갈랐다
  3. 3지역상품 우선구매 ‘부산이 삽니다’ 민간 확산 드라이브
  4. 4증권·산업계도 AI 해킹 포비아…휴일 반납 하고 긴급 점검
  5. 5누리호 7일 발사 앞두고 6일 기립(종합)
  6. 6SNS레시피가 제품으로…농심 스낵 ‘너구링’ 선봬
  7. 7“북항 더 핫하게” 시민과 명소화 모색
  8. 8[한 손 뉴스] 양양 송이 ㎏당 171만 원…생산량 줄어 역대 최고가
  9. 9주민번호 대량 유출 빈번, 최근 6년 505만 건 털려…‘온라인 번호’는 278만 건
  10. 10어선원 직불금, 60일 승선하면 받는다
  1. 1기장군수실 1층 이전 놓고 직원 반대 우세
  2. 2“정체성 부재” 비판 많은 ‘부산이즈굿(Busan is Good)’ 손본다
  3. 3다 쓰지도 못하는데…어르신 품위유지비 늘린 중구
  4. 4양산 구불구불 새미기고개 대체길 뚫리나
  5. 5“내가 국회의원 당선시켜” 사하구체육회장 정치개입 정조준
  6. 6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6일
  7. 7김해시의원 활동비는 1만 원 깎였다
  8. 83년 표류 창원 제2국가산단…LH 사업비 낮추나
  9. 9출소 한 달 만에 또…유치장 난동 40대 징역형
  10. 10“디지털농업·특화브랜드로 청년농부 유입 이끌 것”
  1. 1가을은 놓쳤지만…거인 ‘레·황(레이예스·황성빈)’ 도전은 계속된다
  2. 2“감독님이 먹으라고” 정수진, 내막 폭로…유도회 “선수관리·운영체계 점검” 사과
  3. 3불안한 모레노호 우즈벡전 반등할까
  4. 4아시안게임 폐막…한국 金 39개, 44년 만에 최소
  5. 5공은 웃었고 활은 울었다…경기운영·숙소는 빵점 대회
  6. 6작은 체격·부상 딛고 金 “LA올림픽서 그랜드슬램 이룰 것”
  7. 7“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8. 8AG 4연패 위업 축구 대표팀, 병역 관련 언행 논란
  9. 9스포츠클라이밍 서채현, 한국 선수단 폐회식 기수
  10. 10‘단체전 대역전극’ 펜싱 2관왕 오상욱, 한국선수단 MVP
우리은행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학교 통폐합 지역 맞춤형으로 접근”
10대 부산시의회 상임위 들여다보기
해운기업 유치, 해사법원 신설 “해양수도 부산 경쟁력 키울 것”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바흐를 찾아간 나, 한국을 꿈꾸는 그녀
세계유산위원회, 부산의 시간을 세계와 나누다
경제프리즘 [전체보기]
소비 아닌 문화 생산 주체 오페라하우스
한국 갯벌의 2단계 확대 등재 의미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원자력 청출어람, 스승을 가르치다
‘인공지능 정렬’ 골든타임 놓치지 말라
국제칼럼 [전체보기]
누구도 법 앞에 국민보다 ‘더 평등’할 수 없다
배지의 실력행사
기고 [전체보기]
전문대학을 소개합니다
상어가 떠난 뒤, 북항에 남겨야 할 것
기자수첩 [전체보기]
금고 이사장 전횡, 지금도 진행중
엘리트 자평해온 市 공무원…생중계 회의서 능력 입증을
김준희의 클래식 인사이트 [전체보기]
여름의 끝자락, 브람스
여름날의 애상, 왈츠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다대포에서 만난 퇴계 이황
세종시대 음악이 전해진 이유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솔직할 수 있는 용기, 당신에게도 닿기를
히말라야의 경고
도청도설 [전체보기]
논란의 AG
상표권 알박기
독자 투고 [전체보기]
새로운 시작 ‘황혼 이혼’
무료 화장실 깨끗하게 쓰자
메디칼럼 [전체보기]
B형 간염 ‘바이러스 수치’에 ‘급여’ 맞춰야
‘공동선(Common Good)’으로서 간병 복지
목지수의 도시브랜드 산책 [전체보기]
랜드마크 시스템의 시대
북항 돔구장에서 야구 보며 사우나를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건망증, 이렇게 잡자
운동으로 해마를 키우자
박진희의 컬처 픽 [전체보기]
부산 문화정책, 지금 필요한 선택
지독한 집념이 세운 로컬 자산, 대한도기
사설 [전체보기]
중수청·공소청 혼란 땐 수정 보완 주저 말아야
북 미사일 위협 속 ‘빈총 경계’ 안보 불안 키워선 안 된다
세상읽기 [전체보기]
드골 대통령과 군복
청년기본법, 청년친화도시
안재철의 연결하는 공간 [전체보기]
지구와 도시의 연결을 묻다
해양수도 부산, ‘제3의 경계 공간’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말과 현실이 너무 다른 부산
반도체와 부산
이보성의 미술 현장 산책 [전체보기]
시장이 강해진 것일까, 비엔날레가 약해진 것일까
아트부산, 숫자 이후의 질문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보건의료에서 지방정부 역할과 ‘정책 의료’
행위별수가제와 인두제, 오해와 진실
이정구의 맛과 건강 [전체보기]
미식과 오래 씹기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광복 81년, 다음은 바다의 산업 주권
HMM 부산 이전, 해양수도의 시험대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국제질서의 지각변동과 한국의 성장경로
한국이 가진 자산
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전체보기]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미분양의 경고, 지방 맞춤 ‘출구전략’ 서둘러야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인 정문도 묘
금가락지가 땅에 떨어진 형국, 곡전재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추석의 식탁, 가족을 잇는 와인
오스트리아 와인,빈의 시간을 마시다
특별기고 [전체보기]
‘해양수도 부산’ 토대부터 바로 놓아야
당론 따를지 역사 따를지 양심의 선택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박자와 기보
국민악파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이대원의 ‘온정리 풍경’
유영국의 1957년 작 ‘사람’
CEO 칼럼 [전체보기]
무(武)
의료 전문성이 병원 밖 나가는 길 열어야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