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서 평화로운 세상의 음악이 즐거운 기분을 나타내는 것은 정치가 평화롭기 때문이며, 난세의 음악이 원한이나 분노의 감정을 나타내는 것은 정치가 인심에 어긋나기 때문이고, 망국의 음악이 슬프고 시름에 잠기는 것은 백성이 고난을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소리와 음의 이치는 정치와 통하는 것이다.” 是故治世之音安以樂, 其政和; 亂世之音怨以怒, 其政乖 ; 亡國之音哀以思, 其民困. 聲音之道, 與政通矣.(시고치세지음안이락, 기정화; 난세지음원이노, 기정괴; 망국지음애이사, 기민곤. 성음지도, 여정통의.)

공자(孔子)의 제자들에 의해 완성된 ‘예기(禮記)’의 악기편(樂記篇)에 나오는 문장이다. ‘예기’는 5경(經)의 하나로, 고대 중국의 예(禮)에 관한 기록과 해설을 정리한 유교경전이다.

사마천의 ‘사기(史記)’의 세가(世家)에 춘추시대 오(吳)나라 계찰(季札)이 각 나라 음악을 듣고서는 그 나라의 실정을 맞췄다는 기록이 있다. 계찰은 둘째 형인 여제(餘祭)가 왕위에 오른 지 4년째에 왕의 사신으로 노나라와 제나라를 방문했다. 그는 무명 청년인 공자에게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해준 인물이기도 하다. 이후 계찰은 오랫동안 중원의 각국을 주유하며 당대의 이름난 현인들과 교유했다.

계찰이 정(鄭)나라의 음악을 듣고는 “정서가 매우 쇠약하게 들리니 백성의 힘겨운 삶이 느껴진다. 아마도 가장 먼저 망하는 나라일 것”이라 말했다. 진(秦)나라 노래를 듣고는 “이것은 중국의 음악이라 말할 수 있다. 능히 중국화한다면 웅대해져서 지극한 경지에 이를 것”이라 평했다. 진(陳)나라의 노래를 듣자 “나라에 임금이 없으니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 말했다. 그는 음악을 듣고 그 흐름에 따라 왕조의 흥망성쇠나 백성의 상황을 예언하였다. 음악에 그 시대를 대표하는 감성과 정신이 담겨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우리에게도 일제강점기, 6·25전쟁 시기, 새마을운동 시기, 1970·80년대 등 시대에 따라 유행한 음악이 있었다. 음악이 정치 현실과 통한다는 옛사람의 말을 되새긴다면, 지금은 거리에서 어떤 음악이 들리는지 정치를 하는 사람들은 귀 기울여 들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시인·고전인문학자·목압서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