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문율서 자유로운 韓야구에 매료
- 모두 아이디어 적극 개진…기대감”

“선수와 관중들이 진정 야구를 즐길 줄 아는 ‘빠던’의 나라에서 일을 할 수 있게 돼 영광입니다.”

매튜 드 마르테가 롯데 자이언츠를 선택한 이유를 말하고 있다. 서정빈 기자

최근 한국프로야구(KBO) 롯데 자이언츠가 연구개발(R&D)팀의 데이터 전문분석인력으로 매튜 드 마르테(Matthew de Marte·25)를 영입했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현역 인력을 데려온 리그 첫 사례다. 마르테는 야구 데이터의 통계·수학적 분석에 특화된 인재다. 경영 분야 명문으로 이름난 미국 매사추세츠주 밥슨 대학(Babson College)에서 야구 데이터 분석 전문 과정을 이수했고, 개인 블로그를 통해 관련 리포트를 작성해 MLB 인력 시장에서 주목을 받았다. 졸업한 후 2019년 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에 입사해 통계 데이터 분석은 물론 전략 수립과 스카우트 분석 등을 담당했다.

그러다 돌연 부산으로 날아왔다. 미국 뉴욕에서 태어난 일명 ‘뉴요커’인 그에게 부산은 낯선 땅이다. 일터 역시 MLB와 KBO 구단은 규모나 특징이 완전히 다르다. 그럼에도 롯데를 택한 이유는 뭘까. 26일 마르테는 “K-POP과 함께 KBO도 미국에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MLB는 야구 역사가 오래된 탓에 홈런이나 안타를 친 후에 배트를 던지면 안 되는 것을 시작으로 불문율이 참 많다. 그런데 한국 야구는 이런 불문율에서 자유롭고 생동감 넘치는 야구를 해 매료됐다”고 말했다. 이어 “마침 롯데 R&D 팀장으로 재직 중인 조시 헤르젠버그와 이런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그러면 짐 싸서 오라’는 그의 제안을 받아들여 코로나19를 뚫고 날아왔다”고 했다.

데이터 야구는 자료를 뽑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자료를 정리하고 해석하는 작업이 더 중요하다. 2000년대 초반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를 다룬 영화 ‘머니볼’(2011)에서 유추할 수 있듯 MLB 구단은 20여 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데이터 야구를 해왔다. 그렇지만 데이터가 야구를 재미없게 만든다는 반성의 목소리도 있었다. 데이터 야구의 상징인 테오 앱스타인은 지난해 시카고 컵스 사장직에서 물러나며 “데이터 야구가 야구의 예술적 오락적 가치를 떨어뜨린 것 같다”고 반성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마르테는 “홈런과 삼진이 많이 나오는 요즘 야구는 정말 아름답다. 야구에 데이터를 활용하자 더 세밀하고 강력한 스포츠가 됐기 때문”이라며 “앱스타인이 한 말도 데이터 야구의 부작용을 경계해야 한다는 취지였지 부정하는 쪽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마르테는 앞으로 데이터 및 전력 분석 리포트를 작성하는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최근까지 MLB 현장에서 뛰었던 만큼 보다 진일보한 데이터 분석을 선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2019년 성민규 단장이 부임하면서 본격적으로 데이터 야구를 시작한 롯데 구단과 어떤 상승효과를 낼지도 관심사다. 마르테는 “동료 모두가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내고 실행할 수 있는 분위기다.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롯데에서의 생활이 기대된다. 팀이 더욱 많은 승리를 거들 수 있도록 돕겠다”고 했다. 권용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