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유일한 가야토기 재현 작가
- “전통방식 고수… 잘 나오면 눈물도
- 5000여 점 완성… 국회서 전시회”

그의 손끝이 지나가자 물기 머금은 진흙은 금새 창을 막는 방패로, 모자를 쓴 앳된 청년으로 모양을 바꾼다. 말리고 굽기를 거듭한지 2달여가 지나자, 흙은 5세기 말을 탄 무사의 모습으로 변신한다. 높이 27㎝, 폭 20㎝의 국보 275호 기마인물형토기다.

	강효진 두산도예 대표가 가야토기 제작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경남 김해시 진례면 두산도예를 운영하는 강효진(69) 대표는 국내 유일의 가야 토기 재현 작가다. 50년 도예 인생 가운데 20년간 가야 토기를 고집스럽게 빚어왔다. 김해시에 가야 토기 지정업체 1호로 등재돼 있기도 하다.

가야 토기 관련 내로라하는 공예대회에서도 상을 휩쓸었다. 최근 경남도 주최 제51회 경남도 공예품대전에서 ‘가야인물형토기와 가야철기 투구’를 출품해 입선했다.

날씨가 불가마처럼 뜨거웠던 20일 작업실에서 강 대표를 만나 그의 외곬인생에 대한 소회와 꿈에 대해 들어봤다.

“그전에는 거들떠 보지도 않았는데 최근 정부 지시로 가야사 복원사업이 진행되면서 관심이 커졌습니다. 문의전화가 잇따라 걸려 오는 등 토기를 보는 눈이 달라져 놀랄 따름입니다.”

그가 재현하는 토기는 기마인물형토기를 비롯해 기대(제기용 그릇), 장영호(작은 항아리), 수레바퀴형 잔, 아라가야 사슴형 잔(함안) 등 20종이 넘는다. 강 대표는 “검은 색을 띠는 신라 토기와는 달리 가야 토기는 흉내내기 까다로운 잿빛을 지녀 재현이 무척 어렵다. 특히 혼자하는 작업이어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왔다”며 애환을 털어놨다. 가야 토기 발굴 현장을 누비고, 저수지 바닥까지 뒤지며 원하던 토기 파편을 찾아내면 어린아이처럼 기뻐했다.

지금까지 제작한 가야 토기가 줄잡아 5000여 점에 달한다. 그는 “학교 교재, 박물관 소장품, 김해시 기념 상품 등으로 판매돼 왔다.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열린 김해도자기전에서는 제가 만든 기마인물형토기 30점이 팔려나가 보람을 느끼기도 했다. 많은 국회의원이 격려해 보람을 느꼈다”며 환하게 웃었다.

그는 몇 년 전부터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그는 “흙을 올려 도자기를 만드는데 모양을 만드는 물레를 사용한다. 기계로 돌리는 현대식 물레를 버리고 4년 전부터 직접 발로 돌리는 전통 물레를 고집하고 있다”며 소개했다.

흙을 빚는 방식 역시 엿가래처럼 붙이는 전통방식을 고수한다. 그는 “전통방식은 고된 작업이지만 토기를 원형에 가깝게 재현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원하던 작품이 나오면 벅찬 감회에 눈물이 나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제는 가야 토기 명맥을 잇기 위해 아들 2명에게 노하우를 전수하는 일에 매달린다. 상석(43), 찬석(39) 씨가 군소리 없이 도예인의 길을 가고 있어 대견하다는 것. 그는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가야 토기 전승자로서 여생을 보낼 생각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아쉬움도 전했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불황으로 토기 구매 문의가 끊기다시피했다. 그는 “모든 도예인이 힘들어 한다. 독지가나 지역 기업체들이 ‘도자기 도시 김해’의 명성을 끊기지 않도록 130여 도예인들이 만든 ‘작품 사주기 운동’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강조했다. 경남 산청이 고향인 그는 김해도예협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박동필 기자 fe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