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십시일반 도왔던 정신장애인 가족들이 서로 힘을 주고받는 활동이 많아질 것 같아 뿌듯합니다.”

아미정신건강센터 박미옥 원장이 정신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미옥 아미정신건강센터 원장은 부산의 정신장애인 가족 자조모임 가디언스 클럽(국제신문 지난달 19일 자 10면 보도)의 시초 격인 ‘아미 가디언스 클럽’을 2009년 만든 주인공이다. 박 원장은 30일 “정신장애인의 회복은 담당 기관만 잘해서 이룰 수 있는 게 아니다. 가족이 함께 동반자로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도 아주 중요한 만큼 가디언스 클럽은 소중한 존재”라고 말했다.

정신장애인 가족은 병명에 대한 선입견과 지원대책에 대한 모자란 정보, 주변 시선 탓에 존재를 드러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정신건강복지센터를 비롯한 시설이 먼저 나서 가족이 모이는 자리를 주도했고, 부산 전역을 포괄하는 정신장애인 가족 연대 모임으로 거듭났다. 특히 아미 가디언스 클럽은 회원 자체 힘으로 중장기 발전계획을 세우고 활동을 꾸려나갈 정도로 발전했다.

아미 정신건강센터는 숙식을 포함해 주거생활이 가능한 종합시설이다. 현재 부산에서 정신장애인이 실제로 거주하면서 생활할 수 있는 시설은 이곳이 유일하다. 최대 20명까지 함께 지낼 수 있는데 현재 14명이 입소해있다. 이곳에서는 정신건강 사회복지사 12명을 비롯해 외부 전문가들이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동아리 활동과 취업 준비 교육, 건강관리를 위한 생활체육 수업도 이뤄진다. “저희는 복지사를 회원들의 ‘동반자’라고 표현합니다. 회원의 재활 계획을 수립하고 알맞은 프로그램을 찾아 개인별 맞춤형으로 지원하는 거죠.”

박 원장은 1999년 센터 개소 때부터 함께한 창립 멤버다. 당시 인근 요양원에서 일하던 중 센터가 들어선다는 소식을 듣고 근무를 자원했다. 박 원장은 “어릴 때부터 사회복지와 소외계층에 대한 관심이 컸다. 내 꿈을 펼칠 운명이라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코로나19는 이곳 일상도 바꿔놓았다. 방역지침에 따라 대면 행사나 교육을 진행하기 어려워지면서 정신장애인의 발길도 전보다 뜸해졌다. 박 원장은 “원래는 함께 모여 펼치는 활동이 많았는데 코로나19에 감염될까 겁나 잘 안 오시는 분위기”라고 안타까워했다. 주거생활 시설 특성상 한 달에 한 번씩 이뤄지던 외출·외박도 어쩔 수 없이 제한해야 해 답답함을 호소하는 회원도 있다.

센터는 많은 사업을 온라인 방식으로 전환했다. 1년 전부터 유튜브 채널 ‘꿈아리TV’를 통해 각 가정에서 정신장애인이할 수 있는 운동법이나 소식 등을 전달한다. 회원 가정을 직접 방문하게 되면서 그간 알 수 없었던 회원 가족의 일상을 볼 수 있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정신장애인에 대한 인식은 많이 바뀌었지만, 박 원장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한다. “정신장애인 가족이 직접 드러내고 활동할 수 있게 됐고, 인식 조사를 해보면 ‘누구나 걸릴 수 있는 질병’이라는 답변도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위험하다’ ‘다가가기 꺼려진다’는 이미지는 여전합니다. 이들이 사회 복귀를 앞두고 치료받으면서 쉼터로 활용할 수 있는 ‘지원주택’ 사업을 비롯해 다양한 지원책이 필요합니다. 저희도 더 노력할 겁니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