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이날 100주년… 복지는 증진
- 여전한 아동학대·비하 개선 시급
“‘어린이’라는 말은 어린 아이를 존중하고 높여 부르자는 취지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린이’라는 아동 차별과 혐오의 표현으로 사용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여러분도 생활 속에서 ○린이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 ‘STOP린이 챌린지’에 동참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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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부산아동옹호센터 박정연 소장이 아동인권 실태를 설명하고 있다. |
소파 방정환 선생이 1922년 5월 ‘어린이날’을 선포한 지 올해로 100년이 됐다. 어린이의 인격을 소중히 여기고 어린이의 행복을 도모하기 위해 어린이날이 제정됐지만 현실은 어린이에 대한 예우는 찾기 어렵다. 어린이날 선포 100주년을 맞아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부산아동옹호센터 박정연(46) 소장을 만나 어린이 인권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박 소장은 먼저 100년 전 이야기부터 꺼냈다. 그는 “어린이날이 처음 생긴 100년 전 어린이에 대한 사회적 대우는 열악하기 짝이 없었다. 당시 어린이는 단순히 어른에 종속되는 존재였다. 미성숙하고 수동적인 존재로 여겨졌다”고 말했다. 이런 인식은 어린이를 부르는 용어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당시 어린이는 ‘애기’ ‘애새끼’ ‘얼라’ ‘어린것’ ‘애 녀석’이라 불리며 천대받았다.
“당시 교육받는 어린이는 굉장히 적었어요. 대부분 농사나 공장 일을 했죠. 이런 시대적 상황에서 아동도 독립된 인격체로 존중하고 높여 부르자는 취지에서 ‘어린이’와 ‘어린이날’이 생긴 겁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한 ‘어린이날 선언’은 어린이에 대한 인격적 대우와 사회적 책임을 밝힌 세계 최초의 어린이 인권운동입니다.”
박 소장은 지난 100년 동안 어린이 복지와 권리 측면에서 많은 진전이 있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호소했다. 그는 “어린이에 대한 생존 발달 보호 참여 등 영역에서 큰 발전을 이뤘다는 건 부정하기 어려울 것 같다. 그러나 우리나라 어린이의 행복지수는 수년째 세계 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며 현실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소장은 “100년 전 어린이날이 처음 제정될 때 어린이는 ‘욕하지 말고, 때리지 말고, 부리지 말자’는 구호를 외쳤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 어린이는 ‘잼민이(민폐 아동)’ ‘휴거(임대아파트 사는 아동 비하)’ ‘급식충(급식을 먹는 아동 비하 )’ 등으로 불리며 욕먹고 있다. 아동학대와 각종 아동 대상 범죄가 벌어지는 것을 보면 아직 맞고 있고, 부모의 과보호와 극심한 사교육으로 여전히 부려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소장은 ‘한 사회가 아이들을 다루는 방식보다 더 그 사회의 영혼을 정확히 드러내 보여주는 것은 없다’는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의 말을 인용하며 “어린이날 100주년을 맞아 우리 사회가 어린이를 어떻게 대하는지 다시 생각해볼 때다. 모든 어린이를 권리의 주체로서 존중하고 어린이가 차별 없이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우리 사회의 과제”라며 인터뷰를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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