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이수원, 박도신, 박진형, 홍효숙

사랑은 마시고 노래하며

# 이수원- 연극적인 영화의 정점을 찍은 '사랑은 마시고 노래하며'

올해도 세계 영화계를 뜨겁게 달군 화제작을 BIFF에서 만날 수 있다.

올해 작고한 거장 알랭 레네의 유작 '사랑은 마시고 노래하며'는 감독이 1980년대부터 보여준 '연극적인 영화'의 정점을 찍은 작품이다. 친구가 암으로 죽어가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배우들이 극단 단원 한 명이 탈퇴하자 그 빈자리를 친구에게 맡긴다는 내용이다. 장 뤽 고다르 감독의 3D 신작 '언어와의 작별'은 줄거리를 요약하기 힘들지만, 시네필이라면 반드시 봐야 할 작품으로 추천한다. 올해 칸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또 벨기에 거장 다르덴 형제의 '투 데이즈 원 나잇'은 동료들이 보너스를 포기하도록 설득해야 하는 상드라의 이야기를 펼쳐놓는데, 마리옹 코티아르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일품이다. 터키의 거장 누리 빌게 제일란 감독의 '윈터 슬립'은 올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으로 단연 최고의 화제작이다. 1982년 '욜'이 터키 영화로 처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지 30년 만에 터키 영화의 저력을 알린 작품이다.


# 박도신- 살인범과 자살충동녀의 애정을 담아낸 '너 나 그리고 우리'

너 나 그리고 우리

마이클 R. 로스캄 감독의 '더 드롭'은 2년 전 '불헤드'로 아카데미 최우수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랐던 감독의 스릴러 작품이다. 사촌 형 마브와 함께 술집을 대리 운영하고 있는 밥은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 어느 날 그는 우연히 강도 사건에 휘말리게 되고, 일생에서 가장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할 처지에 놓인다. 신예 톰 하디와 케이블 TV 시리즈 '소프라노'로 잘 알려진 제임스 갠돌피니의 연기가 작품의 무게감을 더한다. 지난해 심장마비로 사망한 갠돌피니의 마지막 작품이다.

맥스 소불 감독의 '너 나 그리고 우리'는 연쇄살인범 에드워드와 자살충동에 시달리는 비비안이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다가 사랑을 느끼면서 빚어지는 일들을 다룬다. 연쇄살인범과 자살을 시도하는 여자의 만남이란 특이한 소재는 자칫 어설픈 코미디나 스릴러로 전개될 수 있는데, 감독은 이를 지극히 현실적이면서도 예술적인 작품으로 승화하는 데 탁월한 연출력을 보여준다. 난해하지 않은 예술영화를 찾는 관객에게 좋은 작품이 될 것이다.


# 박진형- 자연과 거주·기억과 현실을 시적으로 그린 '부재하는 사람들'

부재하는 사람들

올해 BIFF에서 평소 접하기 힘든 세계의 영화를 골라보는 재미를 즐기길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두 작품을 추천한다.

먼저 니콜라스 페레다 감독의 '부재하는 사람들'은 멕시코 산골 마을의 허름한 집에서 홀로 사는 한 노인이 재개발로 집을 잃을 위기에 처하면서 현실과 환상 사이를 오가는 혼란스러운 의식의 흐름에 빠져드는 이야기다. 멕시코 아트하우스 영화 흐름을 이끌고 있는 감독이 자연과 거주, 과거와 현재, 기억과 현실 사이의 관계를 시적으로 담아 그만의 영화적 여정을 풀어놓는다.

골란 올슨 감독의 다큐멘터리 '폭력에 관하여'는 탈식민주의 전사인 프란츠 파농의 고전 '대지의 저주받은 사람들'을 골격으로 한 작품으로, 자유를 향한 아프리카의 역사적 현실을 재구성한다. 다층적인 지정학적 토픽과 다양한 성질의 이미지를 조합하는 실험이 돋보이며, 발굴 영상만으로 구성한 다큐멘터리의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이다. 탈식민주의의 대모로 불리는 가야트리 스피박의 친절한 해설 인트로도 주의 깊게 들어보면 좋다.


# 홍효숙- 온 가족이 함께 웃을 수 있는 애니메이션 '에밀은 사고뭉치'

에밀은 사고뭉치

영화제의 영화는 다소 심각하고 진지하다. 그런 영화가 피곤한 당신에게 어른과 아이 함께 볼 수 있는 키즈 영화를 추천한다.

먼저 퍼 알린 감독 등이 만든 '에밀은 사고뭉치'는 스웨덴의 대표적인 아동문학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원작을 바탕으로 하며, 삶의 풍경과 유쾌한 웃음이 고루 어울린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말괄량이 삐삐'의 원작자로 잘 알려진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특유의 행복 바이러스가 충만한 작품이다.

크리스티안 릴테니우스 감독의 '아빠 곰 밤세와 도둑들'은 할머니의 꿀에서 얻는 특별한 힘으로 남을 돕는데 앞장서는 밤세가 악당에게 납치된 할머니를 구하는 환상적인 모험을 그린 애니메이션이다. 톰 페르난데스 감독의 '백만장자 강아지 판초의 모험'은 납치될 위기에 처한 판초가 자신의 저택을 벗어나 다양한 세상을 경험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귀엽고 영특하고 감수성까지 풍부한 강아지 판초와 함께 실컷 웃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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