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카완 이드레스 감독의 '유골의 얼굴' BIFF 제공

- 영화 '트랙 143'·'유골의 얼굴'
- 이란-이라크 전쟁 비극 그려

- '디어리스트' '악어' 등은
- 실종 아동 찾는 애달픈 마음

- 다큐멘터리 '후쿠시마에서…'
- 원전사고 이후 출산 과정 담아

지난 4월 대한민국은 세월호 침몰 사고로 자식을 잃은 부모의 눈물에 고개 숙였다. 그리고 부모와 자식의 사랑, 이웃을 위한 배려, 타인과의 공감에 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 상영할 아시아 영화 가운데 유난히 자식을 잃은 부모의 슬픔을 다룬 작품이 눈에 띄는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BIFF 김지석 수석 프로그래머는 "세월호 참사 이후 부모와 자식의 사랑, 타인의 슬픔에 공감하는 열린 자세에 관해 많이 생각했다. 이 영화들을 통해 그런 부분을 공유했으면 좋겠다"고 작품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우선 나르제스 아비아르 감독의 '트랙 143'(아시아 영화의 창)과 샤카완 이드레스 감독의 '유골의 얼굴'(뉴 커런츠) 두 작품이 눈에 띈다. 이란 작품 '트랙 143'과 이라크 작품 '유골의 얼굴' 둘 다 이라크-이란 전쟁을 배경으로 하며, 전사한 아들과 조카를 향한 그리움을 담았다. '트랙 143'은 이라크-이란 전쟁에서 실종된 아들 소식을 7년간 기다린 어머니의 애틋한 모정을 감동적으로 전한다. 결국, 아들의 죽음 소식을 듣지만, 희망을 품고 자식을 기다리는 어머니의 모습은 어느 부모나 공감할만하다.

'유골의 얼굴'은 전쟁의 비극을 다소 코믹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이라크의 작은 마을에 사는 주인공은 이라크-이란 전쟁에서 전사한 조카의 시신을 받는다. 조카의 시신을 확인하던 도중 그는 시신이 할례(이슬람 전통 풍습으로 남자아이의 성기 일부 표피를 제거하는 것)를 받지 않은 것을 발견하고, 이 시신이 누구의 것인지 밝히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마을 사람들이 제 아들이 아니라고 내빼다가 합동 장례식을 치르는 과정이 코믹하게 그려지지만, 자식을 잃은 슬픔을 나누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전쟁의 비극이 가슴 깊이 다가온다.

진가신 감독의 '디어리스트'(아시아 영화의 창), 프란시스 파시온 감독의 '악어'(〃), 파르토 센-굽타 감독의 '일출'(뉴 커런츠)도 실종된 아이를 찾는 부모의 심정을 그린 작품이다.

카나 토모코 감독의 '후쿠시마에서 부르는 자장가'(와이드 앵글)는 현대 사회에서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생각해보게 하는 다큐멘터리다. 감독은 3·11 원전 사고가 빚어진 후쿠시마에서 한 달간 아비규환의 현장을 카메라에 담은 이후 자신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된다. 충격과 공포에서 벗어난 감독은 자신의 출산 과정을 카메라에 담으면서 원전 사고의 비극과 부모의 애틋한 심정을 드러냈다. 일본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작품으로, 감독은 출산 이후 모습과 같은 처지의 부모 인터뷰를 담은 후속작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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