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일 감독의 '천당의 밤과 안개' BIFF 제공

- 정성일 감독 '천당의 밤과 안개'
- 영화란 무엇인가 中거장과 문답

- 박홍민 '혼자'·오멸 '눈꺼풀' 등
- 범상치 않은 내공·편집방식 과시

- 대중적인 '프로젝트 패기'도

한국영화가 불안하다. 한쪽에선 '암살' '베테랑' 등 관객 1000만 명을 동원한 영화가 연달아 나오고, 다른 쪽에서는 개봉관을 잡지 못해 '한국에서 영화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대기업 자본이 영화계를 좌지우지하다 보니 한국영화의 스펙트럼을 넓힐 다양한 영화가 나오지 못하고 '그 나물에 그 밥'인 비슷비슷한 영화가 쏟아지고 있다.

한국의 다양한 영화 발굴과 독립영화를 지지해 온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이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영화를 대거 선보인다. 저예산 독립영화이지만 소재의 독창성이나 만듦새는 웬만한 영화 못지않아 관객의 열렬한 지지를 받은 제2의 '한공주' '소셜포비아'를 기대할 만하겠다.

'뉴 커런츠' 섹션의 한국영화 두 편은 정말 독특하다. 국내 최고 영화평론가인 정성일 감독의 '천당의 밤과 안개'는 중국 다큐멘터리 거장 왕빙 감독을 찾아가 영화란 무엇인지 묻고 답하는 4시간에 달하는 영화 에세이다. 생소한 이름인 이승원 감독의 '소통과 거짓말'은 이상한 행동을 하는 남자와 여자가 만나 그들만의 방식으로 소통하는 과정을 독특하게 풀어냈다.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섹션에 초대된 장률 감독의 '필름시대 사랑'은 영화에서 소리, 배우, 공간 요소를 각각 분리했을 때 어떤 느낌인지 보여주는 실험적인 영화다.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섹션에 상영하는 박홍민 감독의 '혼자'는 달동네를 배경으로 주인공이 겪는 악몽을 매혹적으로 펼쳐놓는데 영화의 배경과 편집 방식이 독특하다. 이지상 감독의 '미쓰 리의 전쟁, 더 배틀 오브 광주'는 1980년의 광주민주화운동을 독특하고 실험적인 방식으로 재연했다. 이승과 저승 사이에 존재하는 가상의 섬을 그린 오멸 감독의 '눈꺼풀', 카메라의 시선으로 시한부 인생을 지켜본 박민국 감독의 '녹화중이야'도 범상치 않다.

대중적인 재미를 느낄 만한 영화로 이광수 박보영 주연의 '돌연변이', 하정우의 국토대장정을 담았던 '577 프로젝트'의 이근우 감독이 만든 '프로젝트 패기' 등도 있다. 남동철 한국영화 프로그래머는 "한국영화의 다양성을 위해 형식과 소재 면에서 독특하고 실험적인 영화를 찾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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