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수일·최용석·박배일·윤재호
- 부산 감독들 대거 초청돼 활약
- 독보적 배우 신성일 작품 상영
- 1960~80년대 걸작들 한 자리
올해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한국영화는 개막작을 비롯해 중견과 신인의 작품이 조화를 이루며 풍성하게 차려졌다. 여러 중견 감독이 신작을 내놓았고, 첫 작품으로 주목받은 감독들의 두 번째 작품이나 신인 감독이 야심 차게 내미는 데뷔작이 기대감을 높인다. 부산 출신 감독의 작품도 예년보다 강해진 모습을 자랑한다. 한국영화사의 독보적인 배우 신성일이 한국영화회고전의 주인공으로 선정돼 1960~80년대 걸작을 다시 볼 기회도 마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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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와이드 앵글 부문 다큐멘터리 경쟁에 초청된 박배일 감독의 ‘소성리’. BIFF 제공 |
부산 영화의 활약부터 살펴보자. 전수일 감독의 ‘아메리카 타운’, 최용석 감독의 ‘헤이는’, 김종우 감독의 ‘홈’이 한국영화의 오늘 부문에 초청됐고, 박배일 감독의 ‘소성리’, 윤재호 감독의 ‘레터스’가 와이드 앵글 부문 다큐멘터리 경쟁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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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영화 회고전에 상영하는 이만희 감독 연출, 신성일 주연의 ‘휴일’. BIFF 제공 |
경성대 연극영화과 교수로 재직하며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오며 BIFF와 인연이 깊은 전수일 감독의 신작 ‘아메리카 타운’은 1980년대 전북 군산 기지촌 여성의 아픔을 그린다. 지역 영화계 활동에 꾸준히 앞장서 온 최용석 감독은 네 번째 장편 연출작 ‘헤이는’으로 BIFF를 세 번째로 찾는다. 베트남에 정착해 살던 주인공이 고향인 부산에 돌아오며 겪는 일을 통해 이방인의 정서를 담았다. 지난해 부산시와 롯데엔터테인먼트가 지역 영화 육성을 위해 출범한 부산-롯데창조영화펀드 부산프로젝트 첫 작품으로 선정된 김종우 감독의 ‘홈’은 이번 영화제를 통해 첫 선을 보인다. 날카로운 사회 고발 다큐멘터리로 주목받아 온 박배일 감독은 이번에도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주민의 모습을 기록한 ‘소성리’로 경쟁에 진출했으며, 부산 출신으로 최근 배우 이나영의 컴백작‘뷰티풀 데이즈’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던 윤재호 감독 역시 다큐멘터리 ‘레터스’로 경쟁에 올랐다. ‘레터스’는 편지의 형식을 빌려 ‘어머니’에 대해 생각한다.
중견 감독으로는 오멸 방은진 신연식 민병훈 김성호 박기용 고은기 감독의 신작이 기대를 모은다. 지난해 첫 영화로 뉴 커런츠 부문에 초청된 김중현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이월’, 지난해 뉴 커런츠에서 관객상을 받은 이동은 감독의 ‘당신의 부탁’, 다큐멘터리로 알려진 이강현 감독의 첫 극영화 ‘얼굴들’, ‘족구왕’의 광화문 시네마가 만든 ‘소공녀’ 등 신인급 감독의 뛰어난 작품도 많다. BIFF 남동철 한국영화 프로그래머는 “개막작 ‘유리정원’을 비롯해 갈라 프레젠테이션의 ‘나비잠’, 뉴 커런츠의 한국영화 3편 모두 눈여겨볼 수작들이다. 한국영화의 오늘 부문 초청작 27편은 한국영화의 오늘을 살피고 미래를 전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영화 회고전의 주인공은 ‘영원한 청춘스타’ 신성일이 선정됐다. 500편 넘는 영화의 주연을 맡은 신성일은 1960년 신상옥 감독의 ‘로맨스 빠빠’로 데뷔한 후 최고 청춘스타로 인기를 누리며 2000년대까지 작품활동을 이어온 한국영화사의 독보적인 존재이다. 한국영화 대표 거장 대부분과 작업한 터라 1960~80년대 걸작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 남 프로그래머는 “이만희 감독의 ‘휴일’은 1968년 작품으로, 필름이 후에 발견돼 몇 차례 상영하고 부산에서도 선보이게 됐다. 문학을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던 당시 분위기와 달리 매우 ‘영화적인’ 작품으로, 신성일의 연기와 황량한 서울의 풍경이 인상적이다”고 추천했다.
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