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사하구청장 선거] 부산시 고위간부 출신 맞대결 성사여부 관심

- 민주당 이갑준 홀로 출마 저울질

- 한국당 이경훈 청장·노재갑 구도

- 국민·바른당 이병환·안중영 각축

부산 사하구 기초단체장 선거는 3선에 도전하는 자유한국당 이경훈(68) 청장과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거론되는 이갑준(61) 부산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간 맞대결 성사 여부가 지역 정치권과 관가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두 사람 모두 부산시 고위공직자 출신으로, 이들이 후보로 출마할 경우 공직자 간 맞대결은 부산지역 구청장 선거에서는 처음이다.

이 부회장과 함께 민주당의 사하구청장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던 손애리(57) 경성대 석좌교수가 불출마 의사를 밝힘에 따라 현재 이 부회장이 민주당의 유일한 예비후보로 남았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출마를 놓고 여전히 고심 중이다. 이에 대한 지역 정치권의 갑론을박도 한창이다. 

출마에 무게를 두는 쪽은 남해 출신인 이 부회장이 사하구에서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데다 사하구 부구청장을 지낸 인연으로 지역 사정을 잘 알고 있다고 판단한다. 사하구에는 경남 남해 출신들이 전체 인구의 17%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부산지역의 동향 인사들이 이 부회장의 출마를 강하게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달리 이 부회장의 불출마를 예견하는 쪽은 이 청장과의 관계와 이 부회장의 보수적인 성향에 주목한다. 이 부회장은 이 청장과는 공직 선후배 사이로 지금도 절친한 관계다. 이 부회장이 행정고시에 합격해 처음 부산시에 발령받았을 당시 이 청장이 직속 상관이었고, 이 청장이 초선 사하구청장을 할 때도 이 부회장을 부구청장으로 ‘영입’한 인연이 있다. 또 이 부회장은 보수 성향으로 알려져 민주당 후보로 나설 가능성은 작은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탄탄한 지역 기반을 바탕으로 3선에 도전하는 이 청장의 존재감 자체가 버겁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부회장은 “주변에서 구청장 출마를 채근하는 목소리가 크다. 그러나 평생 정치 근처에 가 본 적이 없는 입장에서 선뜻 정계 입문을 결심하는 게 다소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국당은 애초 ‘이경훈(사하갑) vs 조경태(사하을)의 사람들’로 경선 구도가 잡혔지만, 최근 이 청장이 사하갑 당협위원장에 선임되면서 ‘조경태 의원의 사람’ 대다수가 후보군에서 자진 하차하는 분위기다. 

이 청장은 당내 경선은 물론 본선에서도 자신감을 보였다. 홍준표 대표가 당협위원장 임명장 수여식에서 “본인이 자기 공천하겠네”라고 말해 소위 ‘셀프 공천’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국당은 당협위원장을 맡아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 사하갑 위원장인 이 청장이 공천권의 50% 지분을 갖는 데다 현역 청장이어서 공천이 확실시된다는 게 지역 정치권의 시각이다. 이런 가운데 조 의원의 보좌관 출신인 노재갑(53) 전 시의원은 이 청장과 경선에서 맞붙겠다며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이 청장은 “8년간 구정을 이끌면서 마무리를 해야 할 사업이 많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 출마 의사를 밝힌 인사들을 보고 마무리가 제대로 되기 어렵겠다고 판단했다. 또 이번 지방선거는 당의 입장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며 3선 구청장에 도전하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사하구는 해운대지역처럼 상업 중심의 발전은 어렵다. 대신 자연과 생태, 문화와 같은 지역의 부존자원을 활용한 발전 전략을 짜야 한다. 도시철도 신평역 인근에 행정복지타운을 건립해 시에서 추진하는 서부산의료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건립하는 건강증진센터와 함께 행정과 복지, 의료가 시너지 효과를 내도록 하겠다. 다대포해수욕장에 광안리처럼 친수공간을 조성하고 문화재보호구역 규제를 완화해 횟집타운을 재정비하며 젊은 층이 선호하는 카페촌도 조성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노재갑 전 의원은 ‘조경태 의원과의 호흡’을 강조한다. 그는 “조 의원이 10년 넘게 사하구 국회의원을 하면서 도시철도 다대선 연장을 이뤄내는 등 많은 일을 했다. 지난해 다대선이 개통한 뒤 7, 8월에만 100만 명 이상 다녀갔지만 다대포 일대에 위락시설이 없어 보고만 가는 실정이다. 감천문화마을 역시 연간 200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데, 원주민이 겪는 불편에 대한 반대급부는 없다”면서 이 청장을 겨냥했다.

국민의당·바른정당 단일후보로는 국민의당 이병환(54) 부산시당 교육연수위원회 위원장과 안중영(62) 부산시당 부위원장이 나선다. 이 위원장은 “다대포의 옛 반도목재 부지에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국제종합병원을 유치하고, 신평·장림공단에 청년을 위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안 부위원장은 “사하구가 다른 지역과 비교할 때 낙후되다 보니 주민의 불만 목소리가 유난히 크다. 주민 모두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구청장이 되겠다”면서 “다대포 일대에 대규모 관광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윤정길 기자 yjkes@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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