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당 내부 “원팀 정신 위배” 비판

더불어민주당의 시장 예비후보인 오거돈(사진)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본심’을 드러냈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 출마하면 조건 없이 후보를 양보하겠다’던 입장(국제신문 지난 1월 29일 자 1·3면 등 보도)을 번복하고 김 장관의 출마 여부와 관계없이 출마를 강행하겠다고 말을 바꿨다.

오 전 장관의 한 측근은 26일 “오 전 장관이 27일 시의회에서 시장 선거 출마 선언을 한다. 김 장관이 필승 카드라는 전제가 성립돼야 (후보를) 양보하는 것이다. 김 장관이 출마한다면 그때 가서 (후보 사퇴 문제는)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측근은 “시장 후보는 시민과 민주당에서 선택해야 한다. 경쟁력이 떨어지는데도 무조건 양보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또 김 장관이 출마하면 오 전 장관이 출마를 접는다는 것도 시민 입장에서 볼 때는 ‘둘이서 시장 후보를 나눠 가지기 식으로 결정하는 것’처럼 비칠 우려가 있다”며 새로운 명분을 내세웠다.

오 전 장관 측이 조건부 불출마 입장을 번복한 것은 그동안 각종 여론조사에서 드러난 지표에서 줄곧 우세를 보였던 점과 김 장관의 출마가 임박했다는 신호를 포착하고 선수를 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김 장관은 부산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기는 선거를 해야 한다. 남은 기간 준비를 잘 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이처럼 김 장관이 출마를 고심하는 막바지 국면에 오 전 장관이 먼저 출마 선언을 함으로써 김 장관의 불출마를 다시 압박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지역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서 김 장관이 출마를 선언한다면 당내 분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출마를 저울질했던 김 장관이 오 전 장관의 입장 번복으로 다시 불출마로 선회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오 전 장관의 입장 번복으로 민주당은 들끓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오 전 장관이 어떤 이유를 들어서라도 애초의 입장을 번복하고 출마를 강행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지만, 이것이 현실화되자 비판 여론이 가열되고 있다. 특히 최근 예비후보들 간 단합을 기치로 출범한 ‘원팀(One Team)’ 정신에 위배된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 민주당 부산시당의 한 관계자는 “오 전 장관에 대한 불신을 다시 확인한 사건”이라며 “그동안 좋은 후배가 있으면 부산 정권 교체를 위해 백의종군하겠다던 오 전 장관의 말은 진심이 아니었다”고 비판했다. 지역 정치권 일각에서는 오 전 장관이 민주당 경선에 참여하더라도 이번 사태의 파장으로 당내 지지를 얻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윤정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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