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산·사천시장 유력 후보도 ‘칼날 위’

- 서병수 시장 겨냥한 ‘엘시티’도 잠복
- 검경의 다음 타깃에 여야 모두 촉각
- 보수결집 촉매-비리 확인땐 野 직격탄

‘사정 바람’이 부산 울산 경남지역 6·13지방선거를 강타할 조짐이다. 자유한국당 소속 현직 단체장인 나동연 경남 양산시장, 송도근 사천시장에 이어 김기현 울산시장도 수사 선상에 올랐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선거를 위한 한국당 씨 말리기 칼춤”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검경의 다음 ‘타깃’에 이목이 쏠리는 가운데 ‘사정 변수’에 부울경 여야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한국당 단체장들 ‘정조준’

울산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 16일 김기현 시장의 동생과 비서실장이 건설 현장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혐의를 잡고 시장 비서실 등 시청 일부 부서를 압수수색했다. 이번 압수수색은 비서실장이 울산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 특정 레미콘 업체 선정을 강요했다는 정황이 포착됨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김 시장의 동생은 이와 별도로 다른 민간 건설현장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내용의 고발장이 2개월 전 접수됨에 따라 이날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김 시장 동생은 체포영장 발부 이전 잠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당은 다분히 정치적 의도에 의한 압수수색으로 판단했다. 김 시장이 같은 날 오전 한국당 후보로 공천된 직후 압수수색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홍준표 대표는 “선거를 앞두고 울산시장을 음해하려는 작태”라고 경찰 수사를 맹비난했다. 이와 반대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혐의가 사실이라면 이는 전형적인 적폐형 비리”라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 13일 나동연 양산시장이 업무추진비 일부를 현금화해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나 시장의 집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나 시장 역시 한국당 후보 선출이 유력하다. 경찰은 지난 1월에는 송도근 사천시장의 집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송 시장 역시 한국당 후보로 사천시장 재도전에 나선 상황이다.

■ ‘엘시티 변수 ’재부상하나

한국당은 검경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수사가 한국당 소속 단체장에 집중되는 것을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부울경 선거에 나서는 한국당 현직 단체장의 손발을 묶어두려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이 때문에 서병수 부산시장을 겨냥해 ‘엘시티(LCT) 변수’가 다시 부상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최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엘시티 이영복 전 회장의 수행비서 장모 씨의 구속 사실을 거론하면서 “엘시티 비리는 아직 전모가 밝혀지지 않았다”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서 시장 측은 “서 시장과 관련한 ‘성완종 리스트’와 엘시티 수사를 담당했던 사람들이 문재인 정부에서 모두 승진했다. 수사에 문제가 있었다면 승진했겠나. 무슨 꼬투리를 잡을지는 모르겠지만, 서 시장이 거리낄 게 없다는 것을 문재인 정부가 검증해준 것이다”고 자신했다.

한국당 장제원 수석대변인은 당 소속 단체장들에 대한 수사와 관련해 “문재인 정권의 후안무치한 선거 개입이자 명백한 정치공작, 야당 탄압이다. 야당 말살 책동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사정 변수’ 유불리 예측 불허

‘사정 변수’가 어디로 튈지는 예상하기 어렵다. 우선 문재인 정부의 독주에 위기감을 느낀 부울경 보수가 결집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김기현 울산시장을 겨냥한 압수수색 시점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어 여권이 역풍을 맞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실제 한국당이 여당이던 시절 치러진 2010년 6월 지방선거 서울시장 선거 당시 한나라당(한국당 전신) 오세훈 후보는 압승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민주당 한명숙 후보에게 0.6%포인트 차이로 신승했다. 선거를 앞두고 한 후보에 대한 검찰 수사로 오히려 오 후보가 역풍을 맞은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한국당 소속 단체장의 비위 혐의가 사실로 드러난다면 야권이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이 경우 검경의 사정이 전방위로 확산되면서 30년 부울경 일당 독점 체제의 붕괴를 촉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방종근 박태우 정옥재 기자 yain@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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