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지방선거에 나서는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주자들의 선거 전략이 판이하다. 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을 전면에 내세운 ‘문재인 마케팅’으로 표심을 공략하는 반면 한국당은 홍준표 대표를 뒤로 감추며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9일 부산 서면 더불어민주당 오거돈 부산시장 예비후보 선거 사무실 건물 외벽에 문재인 대통령과 오 예비후보가 함께한 대형 걸개 사진이 걸려 있다(왼쪽). 자유한국당 부산시의원 선거에 나서는 A 예비후보가 당을 상징하는 빨간색이 아닌 하얀색 선거 점퍼를 입고 있다. 서정빈 기자 photobin@kookje.co.kr

부산시의원 선거에 출마하는 A 예비후보는 9일 하얀색 선거용 점퍼를 입고 나타났다. 민주당 후보들은 당을 상징하는 파란색 점퍼를, 한국당 후보들은 빨간색 점퍼를 입는 게 일반적이지만, A 예비후보는 빨간색 대신 하얀색 점퍼를 입었다. 점퍼에는 ‘자유한국당’ 문구도 없고 후보자의 이름과 빨간색의 작은 글씨로 기호 ‘2’란 숫자만 적혀 있었다.

A 예비후보는 “색깔에 거부감을 보이는 중도 성향 유권자가 많아 가끔 하얀색 점퍼를 입는다. 지금은 당 보다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당을 상징하는 빨간색 색깔 빼기를 시도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그만큼 당과 홍 대표에 대한 유권자의 반응이 나쁘다는 방증이라는 것이다.

한국당 구청장 예비후보인 B 씨도 홍 대표의 부정적인 이미지로 곤욕을 치른다고 털어놨다. B 씨는 “지역에 다니면 여성 유권자들이 ‘후보는 좋은데 홍준표 때문에 싫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그럴 때마다 ‘나를 봐서 찍어달라’고 읍소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구청장 후보인 C 씨도 “홍 대표가 지원 유세를 할까 봐 걱정”이라고 푸념할 정도다.

반대로 민주당은 ‘문재인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오거돈 부산시장 예비후보를 비롯해 기초단체장, 광역·기초의원 사무실 외벽에는 문 대통령과 예비후보가 함께 찍은 사진이 걸려 있다. 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에 기대 후보자 개인의 인지도를 높이겠다는 의도다. 또 선거 공약도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과 궤를 같이하며 정부의 국정 개혁에 동참하겠다는 메시지를 내보내고 있다.지역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번 선거가 대선인지, 지방선거인지 헛갈릴 정도로 민주당 진영에는 문 대통령의 사진이 등장한다. 지난 지방선거 당시 새누리당(한국당 전신) 후보들이 앞다퉈 박근혜 전 대통령과 찍은 사진을 선거 사무실 외벽에 내걸었던 장면과 겹친다”고 말했다.

윤정길 기자 yjkes@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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