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이 특정 정당에 대한 ‘묻지마’식 선호를 이유로 후보를 지지하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 지역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의 취지 실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6·13 지방선거를 열흘 앞둔 3일 서울 용산구 용산선거관리위원회에서 관계자들이 선거에 사용될 투표용지 검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거리에서 만난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은 이전 보수 정권과 정당에 대한 심판론을 이유로 지지 후보를 선택하는가 하면, 자유한국당 지지층은 문재인 정부 견제론을 내세우며 투표할 후보를 선택하는 양상이 강하다.

3일 부산 부산진구 부전시장에서 청과물을 파는 50대 상인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정책을 지지한다. 출마자가 누구인지 모르지만 민주당 후보를 뽑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40대 생선가게 상인은 “장사도 안 되는데 대북 문제에만 매몰된 청와대가 마음에 안 든다. 한국당 후보도 싫지만 표를 줄 것”이라고 지지 표심을 드러냈다.

이 같은 정당 투표가 현실화될 경우 역량이 있는 군소정당 후보나 무소속 후보가 유권자의 선택지에 오를 기회조차 박탈당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일부 선거구에서는 자질이 검증되지 않은 여당의 정치 신인 후보가 민주당의 높은 지지율 바람을 타고 지역에서 오랫동안 활동하며 선거를 준비한 야당과 무소속 후보를 꺾는 이변을 연출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 군소 정당의 시당 대표는 “공보물의 강조된 숫자로 유권자가 줄투표를 하는 것은 군소 정당이 뿌리를 내릴 싹을 원천적으로 제거하는 것이다. 후보의 공약과 자질을 보고 선택해 달라”고 강조했다.

한 번에 시장과 구청장 광역의원 등 7개의 선출직을 한 번에 뽑아야 하는 지방선거의 특성이 정당 중심의 투표를 부채질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역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유권자들의 특정 정당에 대한 맹목적인 지지나 혐오로 인해 투표할 때 투표지에 지지하는 후보의 번호를 일렬로 찍는 이른바 ‘줄투표’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결국, 민의가 왜곡되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부경대 차재권(정치학) 교수는 “지방 선거가 시행되는 시점이 대선과 총선 사이에 끼어 있어 대통령과 중앙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적 성격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며 “지방정부가 분권화돼 책임성을 갖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승륜 기자 thinkboy7@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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