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관위, 1000만 원 이하 부과
- 법적 명시땐 ‘법 만능주의’ 우려

선거 때마다 유력 정당의 후보자들이 TV 토론회에 불참하는 것은 토론회 참석 여부를 선거 전략으로 활용하는 데다 참석하지 않아도 당선되는 선거 문화 때문이다. 유권자 가운데 지역별로, 상황에 따라 정당의 기호만 보고 투표하는 이른바 ‘묻지마 투표’ 성향도 있고 실제로 오랫동안 특정 지역에서는 특정 정당 후보들에 대해 유권자들이 이 같은 투표 경향을 보여 왔다.

올해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처음 시행되는 지방선거이고 소위 ‘촛불혁명’ 여파로 자유한국당의 주요 근거지였던 부산에서도 ‘기호 1번 더불어민주당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러한 현상을 막기 위해 공직선거법을 개정해 지난 4월부터 선관위 주최 생방송 토론회에 정당한 사유 없이 불참하면 과태료 1000만 원 이하를 부과하도록 했다.

선관위는 그동안 4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렸는데 이번 6·13 지방선거 때부터 과태료 액수를 대폭 올려 처음으로 시행하는 것이다.

그러나 과태료 부과는 행정벌칙으로, 과태료만 내면 그만이기 때문에 당선 유력 후보자들이 이를 악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맹점이다.

그렇다고 해서 공직선거법에 TV토론 무단 불참자에 대해 형사처벌을 하게 되면 선거 문화로 바꿔야 할 문제를 법률로 해결하는 ‘법 만능주의’로 빠질 우려가 커진다. 선거법 개정 주체는 헌법상 국회의원이고 국회의원이 여태껏 TV토론 참석 여부를 선거 전략으로 활용해왔다. 게다가 처벌 강화가 해결의 근원적인 방법이 될 수 없다는 시각도 많다.동아대 하태영(형법학)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디어시대에 TV 토론은 유권자들에 대한 정보 제공의 중요한 수단이고 선거문화를 개선하는데 일차적으로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외국 사례를 더 연구해 개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한국에서도 어릴 때부터 정치 교육을 강화해 정치 혐오를 걷어내어 선거 문화의 격을 높이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예를 들어 독일은 내무부 산하 국가기관인 연방정치교육원을 두어 연방 예산으로 독일 내 수백 곳의 정치교육 기관과 단체를 지원해 다양한 방법으로 유권자가 될 학생들에게 정치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고 있다.

정옥재 기자 littleprinc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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