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거전 최초 5인 후보 모였지만
- 공원일몰제 등 정책 비전 없이
- BIFF·신공항 두고 설전만 거듭
- 정치혐오 키운다는 비판 거세져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처음으로 부산시장 후보 5명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열린 토론회가 상호 비방과 설전으로 얼룩지면서 후보의 인물과 정책을 검증하는 ‘다자 토론’의 취지가 무색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일부 후보는 특정 후보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을 직접 말하지 않고 상대당 후보에게 묻는 방식으로 설전을 벌이면서 방청석에서 야유가 나오기도 했다.

8일 부산일보사 소강당에서 부산중앙언론인연합 초청 부산시장 후보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정의당 박주미, 자유한국당 서병수, 더불어민주당 오거돈, 바른미래당 이성권, 무소속 이종혁 부산시장 후보.  박수현 선임기자 parksh@kookje.co.kr

8일 오전 부산중앙언론인연합 주관으로 부산일보 강당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자유한국당 서병수 후보는 시장 재직 기간 도입한 BRT(중앙버스전용차로제)에 이어 문화예술을 주제로 토론할 때 상대 후보들의 집중 타깃이 됐다. 더불어민주당 오거돈 후보는 “시립미술관장 갑질 등 서병수 시정 4년간 부산 문화계는 암흑기였다”며 무소속 이종혁 후보에게 의견을 물었다. 이종혁 후보는 “서 후보가 다이빙벨 상영 문제로 부산국제영화제(BIFF) 이용관 집행위원장의 사퇴를 압박하면서 예술계가 위축됐다. 서 후보 인사 문제의 단면”이라고 맞장구쳤다. 이에 서 후보가 “왜 다이빙벨 관련 이야기를 다른 후보에게 묻느냐”고 항의하자 오 후보는 “이 자리는 서 후보의 (해명을 듣는) 청문회가 아니다”고 반박했다.또 오 후보는 서 후보가 시장 시절 BIFF 개막식에 참석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바른미래당 이성권 후보에게 질문했다. 서 후보가 “내가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고 끼어들자 오 후보는 “남의 이야기를 들어라. 그러니 불통이라고 하는 거다”며 공세를 취했다. 그러자 방청석에서는 “후보끼리 토론을 짜고 하냐” 등의 막말과 고성이 나왔다. 이후 이종혁 후보가 “(오 후보는) 열린우리당, 무소속, 민주당 후보로 잇달아 출마했다. 소신과 철학이 없는 것 같다”고 비판하자 오 후보는 “내 목표는 부산 발전이다. 다른 당에 기웃거린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정의당 박주미 후보가 제기한 ‘공원일몰제’를 주제로 10여 분간 토론이 이뤄졌으나 서 후보가 신공항 문제를 꺼내면서 후보 간 공방이 계속됐다. 이런 가운데 이성권 후보가 “가덕도 신공항 추진 공약을 못 지키면 어찌하겠느냐”고 묻자 오 후보는 “최선을 다하겠다”면서도 “직을 걸고 하지는 않겠다”고 답했다.

토론회를 본 한 방청객은 “특정 주제와 후보에 대한 공세만 반복하고 정책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는 후보 토론회는 정치 혐오감만 키운다. 다자 토론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이승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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