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지방선거로 부산 지방권력 지형도는 급변했다.

부산 기초단체장 선거 결과 그래픽. 네이버.

민주당 후보로 부산시장 선거에 출마한 오거돈 후보 당선은 일찌감치 예상된 일이었다. 그러나 기초단체장 선거와 광역의원 선거에서도 압승을 거둘지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지상파 3사 출구조사 결과는 광역단체장, 교육감,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만 진행됐다. 때문에 출구조사 결과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을 무렵 전해진 개표 방송 결과는 부산시민은 물론 민주당과 한국당 관계자를 놀래키기 충분했다.

투표 직전 민주당 부산시당은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8석 가량을 얻기를 희망했다. 하지만 민주당 내부에서도 과반 획득은 희망섞인 목표라는 의견이 있었다. 반면 한국당 부산시당은 부산시장 선거에는 고전을 하더라도 기초단체장 선거에는 지난 2014년 같이 압승을 희망했다.

물론 여론조사에서 북구, 영도구 등에서 민주당 후보에 밀리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그럼에도 기존 조직을 통한 승리를 예상했다.

두 정당의 예상은 모두 빗나갔다. 민주당은 과반을 넘어 기초단체장 16자리 가운데 13자리를 획득했다. 과거 15곳의 기초단체장을 배출했던 한국당은 서구와 수영에서만 당선자를 냈다. 두 정당 모두 당황했지만 민주당 얼굴에는 웃음꽃이 만연했다.

기초단체장 뿐만 아니라 광역의회 선거에서도 민주당 열풍이 거셌다. 민주당 부산시당은 기초단체장 선거 뿐만 아니라 부산시의원 선거에서도 난색을 표했다. 시의원 선거는 바람에 의한 변화보다도 기존 조직에 의한 선거로 유명했기 때문이다.

비례대표를 포함해 두 자릿수 대 당선인을 목표로 했지만 지역구 시의원은 단 한 차례도 배출한 경험이 없었기에 비례대표를 포함해 원내 교섭단체 구성 기준인 5석만을 넘기를 희망했다. 한국당은 기초단체장 선거에 이어 부산시의회 시의원 선거에서도 압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역시도 예상이 빗나갔다. 비례대표 5석을 제외한 42석의 지역구 시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은 38곳에서 승리를 거뒀다. 한국당 후보가 당선된 곳은 동구와 남구 일부 지역 4곳에 불과했다.

이에 민주당은 다음달 출범하는 8대 의회에서 모두 41석을 가져갔다. 한국당 의석 수는 6석에 불과했다. 7대 의회에서 민주당이 지역구 의석 없이 2석, 한국당이 45석이던 것과 비교하면 말 그대로 ‘급변’이다.

한국당은 다행히 6석을 획득하며 원내 교섭단체는 꾸릴 수 있겠지만 민주당 출신 부산시장 등을 감안하면 부산시정에서 한국당의 영향력은 의석 수보다 급속히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다음달 출범할 8대 의회에서 부의장 배출은 고사하고 상임위원장 배분에서도 한국당 몫을 주장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 광역의원 선거에 이어 기초의원 선거에서도 민주당이 한국당을 눌렀다.

16개 구·군 의회선거에서 민주당은 12곳에서 우위를 점했다. 남구, 해운대구, 수영구 3곳에서 한국당과 민주당 의석 수 동률을 이뤘다. 민주당이 한국당에 열세를 보인 의회는 금정구의회 한 곳 뿐이었다.

16개 구·군의회 157명 당선인 가운데 민주당 당선인은 87명이다. 전체 55%에 달하는 수치다. 반면 한국당 당선인은 69명으로 43%에 불과하다. 따라서 부산시 골목 골목까지 민주당의 영향력이 미치는 한편 한국당 영향력은 골목 골목에서부터 약해질 전망이다.

한국당이 기초단체장을 배출한 서구는 민주당이 의회 과반을 수영구에서는 민주당과 한국당이 동률을 이룸에 따라 한국당 기초단체장이 구정을 운영하는 가운데서도 구의회에 협조적인 모습이 불가피하다.

이와 같이 부산시 모든 선거에서 민주당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둠에 따라 한국당 부산시당의 고심은 깊어만 간다. 당을 재건하는 일 뿐만 아니라 2018 국회의원 총선거에서도 탄탄한 지역기반 없이 민주당과 맞붙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주당 또한 마냥 웃고만 있을 수는 없다. 왜냐하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이들 중 상당 수는 과거 탄핵 정국 과정에서 한국당을 이탈해 민주당으로 합류한 인사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장 정체성 갈등을 직면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오랜 시간 민주당을 지켜온 이들과 새로이 합류해 당선된 이들 사이에 갈등이 격화될 경우 시정 운영, 구정 운영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은 물론 주민들의 민심을 잃을 수도 있다. 이와 함께 초선 당선인이 적지 않은 까닭에 시정 운영, 구정 운영에 있어 어려움을 마주하고 공무원들에게 휘둘릴 가능성 또한 배제하기 어렵다.

해서 당선의 기쁨이 지나가고 난 뒤 승리한 민주당도 패배한 한국당도 나름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고민을 어떻게 지혜롭게 또한 처절하게 마주하고 해결하는 가에 따라 다가올 2018년 국회의원 총선거 승리와 2022년 대선 승리에 달렸다.

임동우 기자 guardian@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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