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 부산시장 선거 앞두고
- 보수세력 결집 전략 분석도
서병수 부산시장이 지난 20일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촛불 혁명’을 ‘정변’이라고 표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촛불시위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당하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것을 서 시장이 여전히 못마땅하게 받아들이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서 시장은 이날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촛불 혁명이라는 정변을 통해 대통령이 된 뒤 자신의 의지대로 정책을 집행하고 추진해야 함에도 민주노총이나 전교조 같은 이익집단에 휘둘리고 있다”고 발언했다(본지 지난 21일 자 3면 보도).
정변이라는 표현을 두고 촛불 혁명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서 시장은 “문재인 대통령 스스로도 촛불 ‘혁명’을 통해 대통령이 됐다고 강조해 정변이라고 표현한 것”이라며 “헌법이 보장한 5년 임기가 다 끝나기도 전에 대통령이 (비정상적인 과정을 통해) 교체됐다는 측면에서 그렇게 말했다”고 강조했다.
정변의 사전적 의미는 ‘반란이나 혁명, 쿠데타 등 비합법적인 수단으로 생긴 정치상의 큰 변동’이다. ‘혁명으로 탄생한 정부’이므로 사전적 의미로만 보면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시민혁명으로 탄생한 정부를 두고 굳이 권력 찬탈이라는 부정적 의미로 통용되는 ‘정변’이라는 단어를 쓴 것이 적절한가 하는 점이 뒷말을 낳고 있다.
정변을 시작으로 ‘친박’(친 박근혜 세력)의 대표주자로서 촛불세력과 문재인 정부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대목은 여러 차례 드러났다. 서 시장은 “오늘이 예정된 일정대로였더라면 대통령 선거일이다. 정상적 일정이었다면 오늘 밤은 누가 대통령이 되나를 기대하는 시간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문 대통령이 지방분권 개헌을 한다는 데 말만 하고 정작 행동은 하지 않는다”고 비판의 화살을 날렸다.
서 시장은 지난 21일에도 페이스북에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그렇게 두들겨 패더니 이젠 자신의 잘못조차도 박근혜 정부의 잘못으로 둔갑시키고 거짓부렁을 일삼고 있다. 중국에서의 굴욕외교부터 비서실장 중동 방문까지 청와대의 태도에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며 문재인 정부를 맹공했다.
일련의 발언들이 한편으로는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보수세가 강한 부산에서 낮은 지지율을 타개하고 보수층을 결집시키려 작심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서 시장의 표현은 촛불시위에 참여한 반대편 세력을 자극하면서도 동시에 보수층에 지지를 호소하는 일종의 공격적 노이즈 마케팅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선정 기자 sjleek@kookj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