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구가 내년 지방선거 180일 전인 지난 15일 이후에도 족욕탕 내 TV로 구정 홍보 방송을 송출해 논란이 일고 있다.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청 온천 족욕탕은 우천으로 휴장돼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족욕탕 안에는 바람에 날려온 낙엽이 떠다녔다. 족욕탕 한편에 세워진 TV는 쓸쓸하게 구정 소식을 전달했다. 청사포 다릿돌전망대 개장 소식을 전하는 화면에는 백선기 해운대구청장의 모습이 잠시 지나갔다. 쏟아지는 비와 천둥 번개로 지나가는 시민은 구정 소식에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가던 길을 가기 바빴다. 내용을 보면 ‘민원실 주민 사랑방으로 탈바꿈’ ‘8만 보훈 가족의 염원 해운대구 보훈회관’ ‘주민과 소통하는 공감 행정도시’ 등 각종 치적 사항으로 가득하다. 백 구청장이 영상에 등장하기도 한다. 구정 뉴스 마지막에는 사진 뉴스를 송출하는데, 대부분 기념사진이나 준공식 테이프 커팅 장면 등에 백 구청장이 등장한다.
해운대구선관위는 족욕탕 방송이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선관위는 이날 “해운대구에서 지방선거 180일 전인 15일 이후에도 야외 공공장소에서 백 구청장 사진을 포함한 구정 활동이 송출된 것을 확인했다”며 “이는 선거법 위반 소지가 있기 때문에 바로 송출 중단을 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선관위는 “특히 백 구청장이 등장하는 사진은 모두 삭제토록 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공직선거법은 선거일 180일 전부터는 지자체와 교육기관의 홍보물 발행·배부 및 방송을 금지한다. 이때부터는 현직 자치단체장은 사업계획이나 활동상황을 녹화물로 제작해 야외 공공장소에서 상영하면 안 된다.
이에 해운대구 관계자는 “담당자가 바뀌어 업무를 잘 몰라 실수한 것 같다. 선관위 지적 후 해당 영상의 송출을 중단했다”고 해명했다.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