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부분 기초단체 제공거부 원칙
- 일부 선거 홍보 활용하려 요구
- 현 청장 열람가능 형평성 제기도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자가 구의 지원을 받는 지역 단체 자료를 달라고 요구해 일선 공무원이 몸살을 앓고 있다. 담당자는 개인정보보호가 포함돼 있다며 거절하지만, 일부 후보는 “구청장이 보는데, 우리는 왜 못 보냐”며 항의하는 일도 벌어졌다.
22일 부산 A구 공무원과 구의회 B 의원의 말을 종합하면, B 의원은 지난달 말 모 과장에게 지역 단체 현황 자료를 요청했다. 이 자료는 구로부터 지원금 등 지원을 받는 단체의 회장과 회원 수, 분회장 명단, 전화번호 등이 포함됐다. 이 과장은 회원들의 개인정보가 포함돼 있다며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 그러자 해당 의원은 최근 열린 임시회에서 이 문제를 꼬집었다.
B 의원은 감사실 업무보고 중 “명확히 법을 위반하지 않지만 은근히 공무원이 선거에 개입하는 사례가 많다. 완전히 공개된 자료조차 공개를 거부한다”며 “정치에 개입한 공무원의 비참한 말로를 내가 한 번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개인정보여서 자료를 제공하지 못한 것을 현직 구청장 편이라며 공개적으로 비난해 충격을 받았다”며 “이는 일종의 갑질”이라고 호소했다. 이에 해당 의원은 “2년 전에 다른 과장이 있을 때는 이 자료를 받았다. 업데이트된 자료를 요구했다. 구청장이 보는 자료인데 구청장과 다른 정당 의원도 봐야 형평성에 맞다”고 해명했다.
개인정보가 포함된 각종 단체의 자료를 받으면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을 받거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낼 수 있다. 만약 이를 활용해 문자를 보내 선거용으로 쓰면 정보통신법과 공직선거법에 위반된다. 기초자치단체는 후보에 휴대전화 번호 등 개인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
그러나 선거가 다가오면서 출마자는 각종 단체의 자료를 구하려고 혈안이다. 선거에 적극적인 단체의 회원을 확보해 이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겠다는 복안이다.
C구 구청장 예비후보는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에 단체 회원의 전화번호를 대놓고 요구할 수 없다. 알음알음으로 연락처를 확보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도전자 입장인 일부 구청장 후보는 현직 구청장과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D구 구청장 예비후보는 “구로부터 지원을 받는 단체는 아무래도 선거 표와 연관 관계가 있다. 나는 회원 명부를 받지 못하는데, 선거 경쟁 상대인 현직 구청장은 이걸 적극적으로 활용하므로 신경이 쓰인다”고 말했다.
반면 E구 구청장 예비후보는 “현직 구청장은 이런 자료에 접근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불공평하다고 느끼지만 현직 프리미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호걸 기자 rafael@kookj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