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용한 주택가 밀집지역은
- 골목길 누비는 유세차량 ‘피곤’
- 공식 유세 이틀만에 민원 166건
- “정책 알릴 새로운 방법 찾아야”
6·13지방선거 유세가 시작된 첫 주말과 휴일. 후보마다 확성기와 녹음기 등을 이용해 본격적인 표심 잡기에 나섰다. 하지만 시끄러운 선거송 등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유권자가 적지 않다. 이제는 과거의 낡은 선거운동 방법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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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 오후 부산 동래구 사직동 한 아파트 건너편에서 6·13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이 대형 LED전광판과 스피커가 장착된 선거유세차량으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서정빈 기자 photobin@kookje.co.kr |
지난 2일 오후 5시께 부산 중구 동광동 40계단 인근. 작은 카페가 들어선 이곳에 한 기초의원 후보자 유세차량이 선거음악을 틀고 다녔다. 좁은 골목마다 울린 음악에 조용한 분위기를 원했던 관광객들은 불만을 토로했다.
특히 주택가에서는 오전 이른 시간부터 큰 소리의 음악이 나오자 불만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공직선거법상 선거송을 트는 행위는 오전 7시부터 밤 9시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지난 2일 연제구 연산동 한 대규모 아파트단지 앞에서는 오전 6시40분부터 유세차량을 이용한 선거운동이 시작돼 인근 주민이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하고 이른 아침부터 깨야 했다. 이 아파트에 사는 최모(47) 씨는 “주말 이른 아침부터 선거송을 틀고 유세하는 바람에 식구가 주말 아침 단잠을 날렸다”며 “그 후보는 찍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각 정당과 후보는 2주 남짓한 선거운동 기간 자신을 알리기 위해 주로 선거송과 율동 등을 활용한다. 유명한 가요를 개사해 유권자 뇌리에 기억시키기 위해서다. 자유한국당은 ‘아기상어’, 더불어민주당은 ‘캔디’를 선택했다. 이외 ‘아모르파티’ ‘뿜뿜’ 등도 많이 활용된다. 만원 관중이 몰린 3일 사직야구장 앞에도 다양한 선거송이 흘러나왔다.
문제는 이것이 소음공해로 이어지기도 한다는 점이다. 후보자 없는 선거차량에 음악만 나오는 경우가 많다. 유동인구가 많은 해운대 원동 IC와 서면교차로, 하단오거리 등 주요 거점은 각 당 후보와 선거원이 몰려 동시에 선거송을 틀고 유세를 이어간다. 경쟁적으로 소리를 키우는 데다 여러 음악이 섞여 나오다 보니 시민은 소음이라고 호소했다. 부산경찰청에 접수된 선거 관련 신고 현황을 보면, 지난 4월과 5월에는 소음 민원이 각각 2건, 97건에 불과했으나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된 이번 달에는 지난 2일까지 이틀간 총 166건에 달했다.
유권자는 수시로 오는 문자메시지와 전화도 피곤하다. 김정화(57) 씨는 “바쁘게 일하는 중에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 받으면 같은 후보자가 반복해서 지지를 호소해 업무를 방해할 지경이다”며 “내 번호는 어떻게 알았는지 불쾌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선거운동 문화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동아대 김대경(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매스미디어뿐 아니라 선거송 등 언어 작용도 사람의 감정과 인지에 도움을 준다”며 “‘내가 누구를 봤다’는 경험 자체가 각 후보 정보가 미약한 상태에서 실제 투표에 영향을 끼쳐 후보 입장에선 포기할 수 없는 수단”이라고 말했다.
반면 동아대 주인석(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선거 정보를 얻을 기회가 적은 현 상황에서 선거송 등이 필요하지만 독일과 일본 등은 이런 것 없이도 선거를 잘 치른다”며 “유권자가 피로를 호소하는 경향을 스스로 인식해 SNS 등 다른 방법을 찾는 게 오히려 더 효과적이다”고 조언했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
전문가들은 이 같은 선거운동 문화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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