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부산시장 선거에 도전할 새누리당 후보 간 경쟁구도가 요동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유력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되던 3선의 김정훈(남구갑·사진) 의원이 불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후보군이 예상보다 일찍 압축될지 주목된다.

김 의원은 부산지역 새누리당 동료 의원들과 함께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4박 5일간 일정으로 항만 시찰과 투자 유치를 위해 싱가포르를 방문하던 중 현지에서 일행들에게 "내년 부산시장 선거 당내 후보 경선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힌 것으로 9일 확인됐다. 싱가포르 방문에는 새누리당 김무성 서용교 이헌승 의원과 임기택 부산항만공사 사장, 오거돈 해양연맹 총재 등이 함께했다. 김무성 의원이 중심이 된 이번 방문은 북항재개발을 앞두고 선진항만 벤치마킹 차원에서 계획됐으며, 비용은 모두 자비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싱가포르를 함께 방문한 복수의 의원은 "자연스럽게 내년 부산시장 선거와 관련한 얘기가 나왔는데 (김 의원이) 정색을 하고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9일 본지와의 통화에서도 "내년 부산시장 후보 경선에 나서지 않기로 했다"고 거듭 확인했다. 사실상 불출마 선언을 한 셈이다. 김 의원은 4선의 서병수 의원과 함께 내년 시장 도전에 가장 적극적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진다. 김 의원은 문현금융단지 조성의 산파 역을 맡았고, 얼마 전에는 박근혜 대통령 특사자격으로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6·25 정전 6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는 등 시장 후보로서의 이미지를 열심히 쌓아왔다.

김 의원의 시장 불출마 선언은 현실적인 벽을 절감한 때문이란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친이명박계로 분류되는 김 의원이 친박근혜계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지역에서 우군 확보가 쉽지 않았을 것이란 것이다. 김 의원도 "구도와 인연을 생각할 때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이를 시인했다. 김 의원은 "차기 부산시장을 노린다면 어쨌든 이번 경선에 뛰어들어야지요"라며 앞으로도 시장직에 도전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일단은 국회 정무위원장직에 전념하면서 새로운 정치 진로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김 의원이 경선 레이스를 일찌감치 포기하면서 새누리당의 시장 후보군 구조조정이 본격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새누리당에서는 서 의원을 비롯한 유기준 이진복 박민식 김세연 의원과 신정택 전 부산상의 회장, 배덕광 해운대구청장 등 줄잡아 10여 명이 잠재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상당수는 중도하차가 예상되고, 이번 김 의원의 경선포기 선언이 불출마 도미노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추석 이전에 후보군이 어느 정도 정리될 것이란 예상이 유력하다. 특히 김 의원의 조기하차가 향후 경선 경쟁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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