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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정수 전 부산시장. 국제신문 DB |
- 당시 군부정권에 염증 시민
- 3곳서 여당후보 낙선시켜
- '안철수 현상'의 의미 새겨
- 국민의 뜻과 꿈 담아내야
5공 군부정권이 1987년 '6월 민주항쟁'으로 국민의 저항에 굴복했지만 실은 그에 앞서 국민이 표로 먼저 심판했다. 바로 1985년 '2·12 총선'이다. 추운 겨울에 선거를 강행해 '동토(冬土)선거'라고도 한다. 이 선거로 신생 신민당이 일약 제1야당으로 떠올랐다. 여야 '동반당선'을 보장하다시피한 선거제 아래 전국적으로 5곳, 그 중 부산의 3곳에서 여당 후보가 나가떨어졌다. 부산이 '2·12 선거혁명'의 진원지였다. 2·12 총선 29주년을 맞아 당시 신당 돌풍 주역으로 첫 금배지를 달았고, 초대 민선 부산시장을 지낸 문정수(75) 전 시장으로부터 그때 상황과 오는 6월 지방선거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당시 신당에 대한 부산 시민들의 반응을 어땠을까. 문 전 시장은 "집권 민정당 뿐 아니라 야당인 민한당이 '여당 2중대' '관제야당'으로 불릴 정도로 당시 제도권 정당은 철저하게 국민의 외면을 받았다. 더욱이 부산은 부마항쟁에 이어 군부정권 아래 YS(김영삼 전 대통령) 단식투쟁, 연금조치 등이 알려지면서 전국의 어느 지역보다 반군부 저항 의식이 높았다"고 회고한다. 기존 정당이 아닌 정치규제에 묶여있던 사람들이 만든 신당에 '야당다운 야당활동'을 통한 민주화 기대 심리가 시민들 사이에 크게 일었다는 것이다.
신민당이 창당 25일 만에 제1야당이 될 수 있었던 데에 대해 문 전 시장의 설명은 이렇다. "새로운 정치세력 출현을 국민들이 간절히 바라고 있었던 것 같다. 전국민들의 민주화 열망이 새 정치세력 출현으로 폭발해 거의 선거혁명이라 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당시 중앙당 회계책임자였던 그가 권력을 의식한 건물주들의 회피로 중앙당 사무실을 구하지 못하다 결국 오퍼상 사무실로 위장해 임대할 수 있었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문 전 시장은 이 대목에서 최근 안철수 신당 이야기로 이어갔다. "안철수 개인은 잘 모르나 '안철수 현상'이란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새누리당과 민주당 두 정치세력에 국민들이 더는 기대할 게 없고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것 아니겠느냐"면서 "이런 국민의 꿈이 존중돼야 하며, 정치권에 각성 개혁의 촉매제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신민당 창당에서 보듯 몇 사람이 당을 주도한다고 다 되는 게 아니라 국민의 뜻과 힘을 어떻게 담아내느냐가 중요하다"고 전망했다.
1998년 시장 재선에 나섰던 그는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당내 경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당시 외부 인사로 영입된 안상영 후보에 지역 국회의원들이 담합해 지원한 게 주요 패인으로 전해진다. 문 전 시장은 이 문제를 묻자 "모든 게 부덕의 탓"이라며 말을 아끼다 마지못해 자신의 심정을 털어놓았다. "정치권에서 온 사람이란 욕을 먹지 않으려고 일에만 매달렸다. 부산국제영화제, 광안대교 등 다 그때 입안되고 생겼다. 지금껏 골프를 치지 않는 것도 그때부터다"며 "집권당 사무총장을 한 내가 자기들 보기에 어려웠나 보다. 너무 믿은 게 탈이지"라고 말했다.
오는 6·4지방선거를 앞두고 부산·경남 유권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묻자, 문 전 시장은 "시민들이 맹목적 찬반입장에서 벗어나 신문·방송을 열심히 보고 후보자들을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면서 "우리 지역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냉철한 의식을 갖고 '막대기만 꽂아도 된다'는 말을 듣지 말아야 할 때"라고 시민들의 각성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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