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탐색' 각개전투 끝내고 '전력 강화' 합종연횡 본격화

6·4지방선거 D-100

국제신문
최정현 박태우 정유선 기자
2014-02-23 21:03
/ 본지 3면


	오는 6월 4일 실시되는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 D-100일을 하루 앞둔 23일 오후 종로구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직원들이 홍보물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6·4지방선거가 100일 앞으로 다가오자 진영별로 부산시장 후보 간 '합종연횡'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새누리당에서는 권철현 전 주일대사가 박민식 의원에게 단일화를 제안하며 '서부산권 후보론'을 들고 나왔다.

민주당 문재인 의원과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본선 승리를 위해 '반새누리 연대'인 '통 큰 연대'에 인식을 같이했다. 안철수 신당 창당 준비기구인 새정치추진위 측에선 일단 거부입장을 밝혔다.

# "西 단일화로 서병수 넘자" 원외 권철현의 선수 치기

■ 새누리

- 세 규합, 경선 약점 만회 의도
- 허 찔린 박민식 "시기상조"

권철현 전 주일대사와 박민식 의원과의 단일화 논의는 시기의 문제일 뿐 이미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주요 지지기반이 서부산권으로 일정 부분 겹치는 두 후보가 동부산권의 유일 후보인 서병수 의원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단일화가 불가피하다. 이는 두 후보 모두 공감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양측은 서로 유리한 시기나 방법을 저울질하는 등 '동상이몽'의 형태를 보여왔다.

이런 와중에 권 전 대사가 '선수'를 치고 나왔다. 권 전 대사의 박 의원에 대한 단일화 제안은 '경선 룰 변경'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서 의원에 비해 조직이 열세인 상황을 단일화로 극복하겠다는 전략이라는 것이 정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새누리당 중앙당은 6·4지방선거 광역단체장 경선의 경우 이른바 '2:3:3:2 룰'(대의원 20%·책임당원 30%·일반시민 30%·여론조사 20%)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당심 50%가 적용되는 만큼 조직을 가진 현역 의원이 크게 유리하다.

더구나 경쟁자인 서 의원이 2007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선 경선에서 박근혜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발족한 '포럼부산비전'은 부산 정치인 외곽조직 중 가장 규모가 크고 활동이 활발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조직은 2012년 대선기간에도 박 대통령에 대한 부산 지지율 제고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지역 정가의 분석이다.

이 때문에 여론조사에서 앞서있지만 원외인 권 전 대사로서는 경선 시 서 의원과의 조직 싸움에서 밀릴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인근 지역인 북강서갑 지역구 현역인 박 의원과의 단일화는 경선 승리를 위한 '필요조건'인 것이다. 게다가 여론조사에서 앞서 있는 지금이 단일화의 적기로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권 전 대사에 허를 찔린 박 의원은 단일화 논의에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시민들의 요구가 있고 명분이 있으면 권 전 대사는 물론 서병수 의원과도 단일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열세인 현시점에서 권 전 대사와의 단일화 논의에 나서면 유리할 게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또 서부산권 출신이지만 현역 의원이라는 박 의원의 복합적 입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부산권에서는 같은 지역인 권 전 대사와의 단일화 요구가 나오고 있지만, 박 의원은 권 전 대사가 물러난 지난 18대 총선으로 입성해 권 전 대사와 공통분모가 없다. 더구나 박 의원이 권 전 대사의 단일화에 응할 경우 당을 장악하고 있는 친박 주류로부터 비판이 나올 수 있다는 것도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하지만 박 의원도 경선 승리를 위해 단일화가 필승카드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지지율이 2위권으로 부상하는 시점에는 단일화 논의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것이 정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 유연해진 문재인 "野 ! 일단 뭉치자"

■ 민주

- 새누리 맞설 강한 연대 필요성
- 오거돈도 긍정… 탄력받을 듯

민주당 문재인 의원이 오거돈식 '통 큰 연대'에 공감을 표하고 나섬에 따라 부산시장 선거를 100일 앞두고 야권 지형에 급격한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그동안 지방선거 관련 입장 표명을 하지 않던 문 의원이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의 통 큰 연대에 사실상 뜻을 같이함에 따라 통 큰 연대를 위한 민주당과 오 전 장관 측의 발걸음이 빨라질 전망이다.

문재인 의원이 오거돈식 통 큰 연대에 공감한 것은 자신이 그동안 강조해온 신당과의 '유연한 연대'와 접점이 많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적어도 부산에서는 새누리당에 맞선 야권 연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문 의원은 최근 "호남에선 민주당과 신당이 마음껏 경쟁하고 양당이 분열할 경우 새누리당에 어부지리를 줄 수 있는 지역에서는 분열을 피해야 한다"며 권역별로 다른 접근을 주장해 왔다.

이는 본지 여론조사 등에서 부산 야권후보 가운데 오 전 장관이 가장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3자 대결을 가정할 경우 신당(새정치연합)으로 출마(28.2%)하든 무소속으로 출마(25.2%)하든 새누리당 서병수 의원(34.5% 혹은 34.9%)에 밀리는 현실을 감안한 것이다. 권철현 전 주일대사일 경우엔 35.6% 대 28.4% 혹은 36.2% 대 24.1%로 격차가 더 벌어진다. 민주당을 배제한 양자대결에선 오 전 장관이 새누리당 후보에 근소한 차로 뒤지는 만큼 연대가 아니면 승산이 없다는 현실적 판단에서다.

특히 그동안 (야권연대를 위한) 경선에 부정적이었던 오 전 장관 측이 "필요하다면 경선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연대가 한층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오 전 장관 측은 23일 "경선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크면 사실상 경선의 의미가 없다. 경선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 때 전제로 하는 것인데 지금처럼 격차가 크다면 할 필요도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렇지만 "필요하다면 경선도 할 수 있다"며 유연해진 입장을 보였다.

# 오거돈 영입이 최우선, 야권 연대는 나중 일

■ 새정치연합

- 개혁 이미지 위해 독자노선
- "야권 표만으론 승산 없다" 판단

무소속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연합이 '통 큰 연대'에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은 '새정치 부각'과 함께 '오거돈 변수'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안철수 의원이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의 영입에 대한 의지를 가진 만큼 '선 오거돈 영입, 후 연대'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새정추 공동위원장인 김성식 전 의원은 23일 야권 연대와 관련, "이번 선거는 여야의 문제도 있지만 낡은 정치냐 새 정치냐 하는 중요한 문제가 또 있다"며 "우리는 기존 정치의 낡은 틀을 새롭게 하고자 당을 만든 것이다. 그래서 나름의 길을 가는 것(신당 후보로 독자승부하는 것)이 정치개혁의 길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새누리당 지지층 가운데 마지못해 새누리당을 지지하고 있는 합리적 보수, 상식적 중도층을 모아내 새누리당으로 가는 표를 실질적으로 줄이는 것이 부산에서 선거 승리와 정치혁신을 이루는 길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는 정치공학적인 연대가 새 정치의 취지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야권표만 모아선 지난 선거 당시 최대치인 45% 이상을 얻을 수 없어 승산이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신당이 아직은 창당을 준비하는 시점에서 원칙적으로 연대에 선을 긋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부산에서 연대 없이는 승리 가능성이 낮고, 만약 연대에 불참해 야권이 패배할 경우 분열에 대한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에서 선거가 본격화되는 국면에선 변화가 있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특히, 오 전 장관의 영입에 성공하든 실패하든 '오거돈 변수'가 정리되는 시점에 야권 연대에 합류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야권의 유력한 관계자는 "신당으로서도 전략적인 접근을 하게 될 것"이라면서 "안철수 의원이 부산시장 선거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마당에 만약 연대 없으면 2등 싸움 밖에 더 되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