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길, 전직 부산시장에게 묻다

문정수·김기재 전 시장 특별 좌담

국제신문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2014-02-26 20:01
/ 본지 4면


	'부산의 길, 전직 부산시장에게 묻다' 좌담회가 지난 24일 오후 부산 연제구 거제동 국제신문 7층 회의실에서 열렸다. 문정수(가운데) 전 시장과 김기재 전 시장은 부산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과 고민을 기탄없이 이야기했다. 홍영현 기자 hongyh@kookje.co.kr

오는 6월 4일 부산시장 선거는 단지 부산시의 행정 수장을 새로 선출하는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부산이 직면한 안팎의 난관을 극복하고 세계 일류 도시로 도약하느냐 여부가 이번 선거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담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350만 시민에게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새로운 리더십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점이다. 부산 초대 민선시장인 문정수 부산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과 마지막 관선시장인 김기재 한중발전촉진협회 회장으로부터 차기 부산시장론을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일시장소 : 2월 24일 오후 2시 국제신문 7층 회의실

▶참석자 : 문정수, 김기재 전 부산시장

▶사회 : 박무성 편집국 부국장

▶정리 : 최정현 정치부 차장

◇ "독창적 아이디어로 지방자치 실현…시장직에 목숨 걸고 경제 살려야"

◇ "부울경 공동으로 올림픽 유치, 신공항 입지문제 해결 실마리 될 것"

# 제2 도시 위상 흔들

- 노동집약산업 쇠퇴 일자리 감소
- 20년간 인구 50만명 줄어 위기
- 산업구조 개편 혼신의 노력 필요

# 차기 시장 리더십

- 대권후보 반열의 거물급 인사
- 외국도시와 경쟁할 전문성 필요
- 시민 통합하고 위민사상 실천해야

# 가덕도 신공항 전략

- 소음피해 없고 24시간 가동 필수
- 수도권 대응 연합체제 구성해야
- 외국 투자재원 끌어들이기 연구

# 허남식 시장 10년 공과

- 불꽃축제·도심녹지 확보 잘해
- 현상유지적 시정, 역사가 판단
- 발전정도 타도시와 상대 평가

# 인재 지키기와 경제 활성화

- 낙동강변 골프장·불교문화 순례…
- 서비스산업 육성 中 관광객 유치
- 글로벌 기업 과감한 유인책 절실

# 차기 시장·시민들에 당부

- 교육환경 개선·동서 격차 줄여야
- 시민의 결정이 도시 미래 좌우
- 맹목적 투표 지양 부산 품격 제고


	차기 부산시장은 무엇보다 지역경제를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문정수 전 부산시장.(왼쪽), 동부산관광단지 서부산 개발 등 대형 인프라 사업의 조기 마무리를 강조하는 김기재 전 부산시장. 홍영현 기자 hongyh@kookje.co.kr

▶박무성 편집국 부국장(이하 박)=두 분 모두 활력이 넘쳐 보입니다. 먼저 어떻게 지내시는지 근황부터 들려주시죠.

▶김기재 전 부산시장(이하 김)=7~8년 동안 중국에 있다 얼마 전 한국에 돌아온 이후 한중발전촉진협회 회장을 맡아 민간교류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가락중앙종친회장을 맡았습니다. 부산에는 강연이나 각종 행사 참석 등으로 자주 옵니다.

▶문정수 전 부산시장(이하 문)=퇴임 후 신라대에서 초빙교수로 지냈습니다. 서울에서 김영삼 대통령 기념도서관 건립 상임이사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 영화의전당 고문(비상근)이기도 합니다. 최근엔 송기인 신부의 부탁으로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이사장직을 맡았습니다. 민주공원은 제가 시장 재임 때 만들어졌는데 운영에 문제도 있다고 해서 (이사장직을) 수락했습니다. 결자해지라고 할까요.

▶박=현역과 다름없이 바쁘신 것 같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얘기를 나눠 보겠습니다. 제2도시 부산이 인천에 밀릴 정도가 될 만큼 위기라고들 합니다. 두 분이 시장으로 재직하실 때와 지금의 부산을 비교해 보신다면.

▶김=사람도 갑자기 체중이 많이 빠질 때가 위험한 시기입니다. 부산은 제가 시장 그만 둔 후 20년 동안 50만 가까운 인구가 줄었습니다. 예사로 보아 넘길 일이 아니죠. 젊은층들이 주로 빠져 나간거죠, 일자리를 찾아서. 노인층이 가장 많은 도시가 되면서 활력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위기입니다. 이런 악성 '썰물' 현상을 차단하고 역전시킬 수 있는 중차대한 결단을 내려할 시기입니다.

▶문=같은 맥락입니다. 부산은 전쟁의 피해를 직접 보지는 않았습니다. 70년대 중반, 80년대까지만 해도 전쟁 피해를 안 봤던 덕을 봤습니다. 신발 목재 합판 등 이른바 손이 많이 가는 노동집약산업이 지역 경제를 주도해 70년 중반에는 부산의 전국 수출 비중이 25%에 달했습니다. 지금은 당시의 10분의 1에 불과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인구도 급격히 줄었습니다. 가히 위기 상황입니다.

▶박=오늘(24일)이 지방선거 D-100일입니다. 조기 과열 조짐을 우려하기도 합니다만, 부산의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이 요구됩니다. 차기 부산시장은 어떤 리더십이 필요합니까.

▶문=부산시장은 너무 중앙 권력, 혹은 중앙 정부에 의지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지방자치에 걸맞게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정치적인 논리를 펴서 지방자치단체가 자체적으로 해보는 게 어떨까요. 재임 때 사례를 잠깐 얘기하죠. 제가 부산국제영화제를 추진할 때 서울에서 하라는 요구도 없었습니다. 세계 최초의 버스·지하철·택시 환승시스템인 하나로카드를 개발했을 때도 중앙정부는 못마땅해 하는 분위기였습니다. 개발 후 10년 쯤 지나니 뒤늦게 정부에서 환승시스템을 통합하자고 제의해 왔습니다.

▶김=세 가지 정도를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첫째는 거물급 시장론입니다. 제2도시 부산의 위상에 걸맞은 거물급 시장이 돼야 합니다. 대통령하고도 계급장 떼고 맞장 토론를 하는 비중있는 시장 말입니다. 국가의 재원도 각자 역할에 따라서 효율적으로 사용하자고 주장하고, 국내 여론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야 합니다. 두 번째는 글로벌 경제 시장입니다. 차기 부산시장은 해답을 국내에서 찾으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그것은 '한마디로 나무에 올라 물고기를 찾는 것'이나 마찬가지죠. 글로벌 경제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전문화된 리더십이 필요합니다. 세 번째는 350만 시민을 통합시키는 통합의 리더가 돼야 한다고 봅니다.

▶박=덧붙여 하나 더 여쭤보겠습니다. 시장 선거 때마다 정치인 출신이냐, 관료 출신이냐를 놓고 갑론을박하곤 하는데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마침 문 시장님은 정치인 출신, 김 시장님은 관료 출신 범주에 들지 않습니까.

▶김=어느 쪽이 좋다고 단정적으로 얘기할 수는 없겠고요. 조선시대 성군을 만들기 위해서 어렸을때 세자 책봉을 하고 스승을 붙였습니다. 그래도 성군이 드물었습니다. 그만큼 어렵습니다. 목민관으로서 부산시장은 뼛속 깊이 위민사상이 배어 있는 사람이어야 됩니다. 또 그것을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역량도 필요합니다.

▶문=부산시장 자리가 단순한 행정만 하는 자리는 아닙니다. 상당히 정치적인 자리입니다. 부산시장은 단숨에 대권 후보 반열에도 오를수 있는 위치입니다. 외국 도시와도 경쟁하고 협조해야 합니다. 한마디로 통상 외교 정치 역량을 두루 갖춰야 한다는 것이지요.

▶박=시장선거를 앞두고 여야 여러 후보군이 치열하게 경합하고 있습니다. 차기 부산시장이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로 무엇을 꼽겠습니까.

▶문=무엇보다 경제를 살려야조. 부산의 주력산업이 뭐냐고 물는다면 언뜻 생각이 안 날 정도입니다. 신발 목재도 아니고 해양 수산도 아니고, 전문가들도 어떤 산업이 주력 산업인지 모를 상황입니다. 일자리 창출이나 기업유치는 굉장히 어렵습니다.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합니다. 간단치는 않지만 산업구조 개편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김=가덕도 신공항, 북항의 워터프론트 개발, 동부산관광단지 개발, 서부산 개발 등등 벌여놓은 인프라 사업들이 지지부진합니다. 이것이 도시 활력을 떨어뜨리는 근본 원인입니다. 이런 인프라 사업들을 빨리 마무리지어야 합니다. 또 하나 염두에 둬야 할 것은 글로벌 시대를 헤쳐나가기 위해 부산시를 주식회사 형태로 탈바꿈시켜야 합니다. 시 공무원 전체가 세일즈맨의 자세를 갖고 세계적인 흐름을 스폰지처럼 흡수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박=동남권 신공항은 현안 중의 현안이 아닐수 없습니다. 정부와의 역학 관계 때문에 잘 안풀리는 듯합니다. 어떤 전략이 필요한지 조언을 해주시죠.

▶문=신공항 입지는 가덕도가 가장 좋습니다. 부산이라서가 아니라 신공항은 소음 피해가 없고, 24시간 가동돼야 하기 때문입니다. 신공항은 지역사업이 아니고 국책 사업입니다. 경남 울산은 이해가 되는데 대구 경북까지 덩달아 신공항의 주체가 되면서 문제가 꼬였다고 봅니다. 공항 입지로 밀양이 제시되는 것도 그 때문이지요. 결국은 경남과 울산의 협조를 얻어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고 봅니다.

▶김=공항문제는 입지와 투자재원 두 가지 측면에서 봐야 합니다. 부산 울산 경남이 각자 도생을 해서는 다 죽습니다. 부울경이 수도권에 대응하는 연합체제를 구성해야 합니다. 그래야 신공항 입지, 남강댐 물을 동부경남과 부산으로 보내는 문제 등을 연구해야 제대로 풀 수 있습니다. 신공항 입지 선정 이후에는 외국의 투자 재원을 끌어들이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부산 울산 경남이 공동으로 올림픽을 유치하는 작전을 펴는 것도 신공항 문제의 실마리를 푸는 방안이 될 수 있을 겁니다.

▶박=허남식 시장의 10년 시정에 공과가 없을 수 없겠습니다. 선배로서 혹은 전임자로서 냉정한 평가를 부탁합니다.

▶문=조금 민감한 문제군요. 허 시장은 초선 때 야당 당적으로 당선됐지요. 그 뒤에 정권이 바뀌고 정치 변화가 있었지만, 시정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왔다고 봅니다. 시의 재정이 넉넉지 못한 상황에서 많은 일들을 벌이기 보다는 안정적으로 잘해 왔습니다. 불꽃축제 관광상품화, 송상현 광장·시민공원 조성, 도심 녹지공간 확보는 대단히 잘 한 일이라고 봐야죠.

▶김=허 시장 본인으로서는 모든 힘을 다받쳐서 시정을 이끌어왔다고 봅니다. 10년 동안 대과없이 무난하게 시정을 이끌어 왔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시장의 자리는 얼마나 노력했느냐로 평가되는 것이 아니고 결과를 보고 냉정하게 평가하게 됩니다. 허 시장의 공과가 시민들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을지는 시간을 두고 나타날 것으로 봅니다. 무난하고 현상유지적인 시정은 태평성대에서는 평가받을 수 있습니다. 지자체 간 경쟁이 치열했던 황금과 같은 지난 10년 동안에 타도시에 비해 발전이 상대적으로 어떠했느냐는 다른 측면으로 봐야 합니다.

▶박=누가 될지 모르겠지만, 차기 시장에게 '선배 시장'으로서 사적으로 충고를 하신다면.

▶문=앞서도 강조했던 얘기인데 글로벌한 안목과 정치적인 추진력이 필요합니다. 어려운 부산경제 구조를 새로 바꾸고 외자유치, 기업유치 에 힘을 쏟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인재 양성과 교육 문제도 중요해요. 부산이 제2도시에 걸맞는 교육환경이 되느냐에 시장이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합니다. 또 부산은 지금 동서 간의 격차가 아주 심합니다. 동서 간 격차를 줄이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가덕도 신공항도 임기 내에 성취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김=시장도 해봤고 장관, 국회의원도 해봤지만 부산시장이 가장 어려웠어요. 차기 시장의 4년 임기는 옛날보다는 훨씬 더 어려울 겁니다 . 이러한 중책을 맡아서 부산시를 다시 되살린다고 하는 것은 엄청나게 어렵겠죠. 이를 깊이 인식하고 그럴 자신이 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그걸 위해서 자기 목숨이라도 버릴 수 있는 각오가 돼 있는 사람이 아니면 시장으로 나서선 안 됩니다. 저는 시장 재임때 하루 4시간밖에 자지 못했습니다. '새벽시장'이라는 별명이 붙었죠. 당시 400만 시민을 요람에서 무덤까지 챙기려면 모든 결재를 심야에 집에서 하고, 새벽에는 현장을 누벼야 했습니다.

▶박=시장이 인재 양성이나 교육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 인상적입니다. '시장직에 목숨을 걸어라'는 말씀은 참 준엄하게 와닿습니다. 이제 구체적이고 당면한 현안에 대해 질문하겠습니다. 젊은 인재들의 지역 유출을 막을 방도는 무엇입니까.

▶김=장단기 전략으로 나눠서 추진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가덕도 신공항이나 동부산관광단지는 장기적 사업입니다. 이런 일만 이야기해선 안 됩니다. 당장 시민에 보탬이 되고 활력을 주는 산업이 필요합니다. 단기 대책은 서비스산업 육성입니다. 눈여겨 봐야 할 것은 중국 여행객입니다. 지난 한 해 1억 명의 중국인이 해외여행에 100조 원을 소비했습니다. 2018년이 되면 연간 4억 명이 500조 원을 쓸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많은 사람을 어떻게 끌어들이느냐가 단기적인 과제이지요. 그동안 서울과 제주도가 그런 기회를 몽땅 차지했지 부산은 소외되지 않았습니까.

▶문=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경치 좋은 낙동강변에 퍼블릭 골프장 100개쯤 만드는 것은 어떨까요. 20~30년 운영 후 기부채납하는 조건으로 민간투자를 유도하는 것이지요. 그러면 사람이 많이 모일 것입니다. 사상공단 근로자들도 와서 즐기고 공항과도 가까워서 손님이 많지 않을까요. 요즘 중국 관광객 많이 오는데 부산에는 100명이 한꺼번에 밥먹을 곳도 없습니다. 크루즈선을 타고 입항했지만 갈 곳이 없어요. 호텔 식당도 늘리고 대형 카지노도 필요합니다. 부산이 넓은 땅을 제공해서 차이나타운을 조성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김=부산은 중국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천혜의 인프라를 갖고 있어요. 중국 내륙사람들은 바다를 엄청나게 좋아합니다. 한려수도도 있지 않습니까. 또 중국 사람들이 선호하는 게 불교문화 순례인데, 해인사 불국사 통도사 등지를 엮으면 훌륭한 불교문화 순례가 가능합니다.

▶박=동부산관광단지처럼 멍석은 깔아놓고 외자 유치가 안 돼 고전하는 사업이 한둘이 아닙니다. 외국자본, 글로벌 기업 유치가 지지부진한데 특별한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요.

▶김=제가 삼성자동차 유치 경험을 말씀드리죠. 삼성차가 평당 130만 원인 땅값을 60만 원으로 내려달라고 요구해 왔습니다. 그래서 사전에 지역 언론사 간부들과 식사를 하면서 이 같은 사실을 설명하고 동의를 구했습니다. 결국 언론의 적극적인 협조로 3개월 만에 삼성차를 유치할 수 있었습니다. 과감한 투자 유인책 없이는 글로벌 기업 유치가 어렵습니다.

▶문=삼성자동차 유치 당시 저는 신한국당 사무총장을 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삼성은 제일제당이 있던 부산이 발원지입니다. 삼성승용차를 어떤 일이 있어도 부산으로 유치해야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문제는 주무 장관은 물론이고 처음엔 김영삼 대통령도 반대했습니다. 중복투자라는 거지요. 그래서 당시 박관용 청와대 비서실장 등이 이런 흐름을 바꾸기 위해 엄청 노력했습니다. 결국 김영삼 대통령의 용단으로 삼성자동차 부산 유치가 결정됐죠. 그런데 4조 원이 투자된 삼성자동차가 외환위기 때 외국업체에 불과 4500억 원에 팔린 것은 두고두고 아쉬운 대목입니다.

▶박=살기좋은 부산을 만들어 가는 것은 결국 부산시민들의 몫이라고 하겠습니다. 시민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을 끝으로 오늘 좌담회를 마무리하겠습니다.

▶김=두 가지를 말하고 싶습니다. 하나는 시장선거와 관련된 얘기입니다. 시장을 만드는 것도 시민입니다. 부산이 오늘의 위기를 맞은 것도 시민이 잘못된 결정을 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다른 하나는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문제인데, 우선 부산이 잘 살고 잘 되는 게 중요합니다. 부산이 살기 좋은 쾌적한 도시가 되면 외국 사람들도 절로 찾아오게 됩니다. 시민 수준이 그만큼 높아져야 합니다.

▶문=개인에는 인격이, 국가에는 국격이 있듯이 도시에도 품격이 있습니다. 서울은 물론이고 일본, 중국의 도시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행동을 잘해야 합니다. 도시의 품격은 선거를 통해서 나타납니다. 국민들이 직선으로 대통령을 뽑은 지도 오래됐고, 민주주의를 요구한 지도 50년이 됐는데 아직도 무조건 반대, 아니면 무조건 맹종 따위의 투표행위가 여전한 것은 전근대적입니다. 훌륭한 지도자를 뽑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깨어 있어야 합니다.

◆ 문정수는 누구

1939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경남고와 고려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으며 12·13·14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김영삼 전 대통령계인 상도동계로 분류되며, 30년간 야당 생활을 하다 1990년 3당 합당으로 여당 정치인이 된다. 당시 집권당인 민자당 사무총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1995년 새로 부활된 지방선거에서 민자당(새누리당의 전신) 후보로 출마해 당시 민주당 노무현 후보를 누르고 초대 민선 시장에 올랐다. 1998년 재선에 도전했으나 고 안상영 전 시장에 당내 경선에서 졌다. 그는 시장 재임 기간에 부산국제영화제를 처음으로 만든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지금도 부산국제영화제 고문을 맡고 있다. 전국 최초로 하나로카드를 개발하고, 센텀시티 개발의 밑그림을 그린 것도 주요 업적이다. 2012년 12월 18대 대선을 앞두고는 김덕룡 심완구 씨 등과 함께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지지 선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얼마 전 부산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직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 김기재는 누구

행정고시 출신으로 1972년 부산시에서 사무관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1994년 부산시장에 올라 마지막 관선 시장을 지냈다. 특히 김영삼, 김대중 두 정부에서 각각 장관과 여당 국회의원을 지낸 특이한 이력을 소유하고 있다. 1995년 총무처 장관을 지낸 데 이어 이듬해 신한국당 국회의원(해운대·기장을)에 당선됐다.

1998년 민선 2대 부산시장 선거에 무소속으로 나섰지만 고 안상영 전 시장과 박빙의 승부 끝에 고배를 마셨다. 출구조사에서는 오히려 앞설 정도로 당시 선거는 접전이었다. 이후 행정자치부 장관과 민주당 전국구 국회의원을 거쳤다.

중국에서 7~8년 동안 연구와 강의를 하다 얼마 전 돌아왔다. 매사 빈틈없는 업무 처리로 잘 알려져 있으며, 영어와 중국어 등 어학 실력도 수준급이다. 최근엔 한중발전촉진협회 회장, 가락중앙종친회 회장을 맡아 현역이나 다름없이 바쁘게 지내고 있다. 1946년생으로 경남 하동이 고향. 진주중, 진주사범, 고려대를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