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현성 충분한 검토도 없이
- 표심 얻으려 '노이즈 마케팅'
- 유권자들 "선거가 코미디냐"

오는 6월 4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남지역 출마자들이 표심을 잡기 위한 공약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 가운데는 유권자들이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것들도 많아 당혹감을 더해주고 있다. 유권자들은 지지율을 높이기 위한 일종의 '노이즈 마케팅'으로 받아들이면서도 출마자들이 좀 더 신중한 언행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하고 있다.

4일 경남 사천시 등에 따르면 시장선거에 출마를 선언한 김재철 예비후보는 최근 자신의 교육복지분야 공약 발표에서 '박정희고등학교 설립'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김 후보는 "산업화의 상징인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의 국가관과 애국심, 새마을 정신을 모토로 차세대 지도자를 길러 낼 우수한 학교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김 후보는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는 한술 더 떠 "인천공항이나 KTX 건설도 처음에는 비난을 받았다"며 박정희고 설립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이에 지역주민들은 느닷없이 튀어나온 이런 공약에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김모(62·사천시 선구동) 씨는 "박 전 대통령과 사천시와의 특별한 인연이라고 해봤자 박 전 대통령이 대구사범을 졸업한 뒤인 1936년 2개월가량 사남면 사남초등학교에서 교생실습을 한 것이 전부라고 알고 있는데 김 후보가 이런 공약을 들고 나오니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박 전 대통령이나 당시 지도층 인사들을 활용한 공약은 경남뿐만 아니다. 박승호 새누리당 경북지사 예비후보는 구미시를 박정희시로, 김천(구미)역을 박정희역으로 이름을 변경하자는 제안을 했다. 포항시장에 출마한 한 후보는 영일만항을 박태준항으로 바꾸자는 주장을 해 논란을 빚었다.

경남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박완수 전 창원시장이 내건 '경남행복 100원 택시제도 도입'이나 '평양에 경남사무소 개설' 등도 실현 가능성에 대해 유권자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100원 택시제도는 교통취약지역 주민들을 위해 기본요금 100원으로 택시를 운영하겠다는 방안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결국에는 업계 적자분을 세금으로 보전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부정적인 시각이 나오고 있다. 또 평양 경남사무소 설치 역시 남북관계의 중요성 등을 고려할 때 광역자치단체 차원에서 추진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김해시에는 다수의 출마자가 '부산시 강서구의 김해시 반환'을 공약으로 내놨다. 하지만 광역시·도 간 행정구역 조정 때는 국회의 관련 법률제정이 수반되야 하는데다 각 의회의 동의 등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성사될 확률이 거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통영시장 선거에 출마한 한 무소속 후보의 '섬의 육지화' 공약도 이해가 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이 후보는 태풍 내습을 제외하고는 어떤 경우에라도 여객선의 결항이 없도록 하고, 여객선 운임을 육지 버스 노선 가격과 같도록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지역 유권자들은 여객선 결항이 태풍 내습만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며 섬과 육지의 교통수단은 와전 다르다는 점에서 "뜬금없다는 생각이 든다"고 언급하고 있다.

이 밖에 진주시장 출마자의 '줄기세포 배양 전문병원 유치' '사천공항의 국제공항 승격', 울산시장 후보의 '생활임금으로 1인당 월 156만9590원' 지급 등도 실현될 가능성이 거의 전무한 공약사례로 지목되고 있다.

이런 공약이 난무하는 데 대해 유권자들의 반응은 차갑다. 표심을 잡아야 하는 출마자들의 처지는 이해하더라도 정도가 지나치면 정치를 희화화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는 것이다. 창원시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유권자들이 정작 필요로 하는 것을 출마자들이 잘 모르다 보니 선심성이나 황당한 공약이 나오는 것 같다"며 "표를 의식한 이 같은 막무가내식 공약은 자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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