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캠프 작명에도 상징성 중시
- 후보만의 선거 전략 녹여내

'간단명료한 한 줄의 문장으로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아라'. 6·4부산시장 선거에 나서는 여야 예비후보들의 슬로건 전쟁은 또 하나의 볼거리다. 짧은 슬로건 속에는 선거에 임하는 후보의 비전과 철학이 담겨있다. 캠프 이름도 그냥 짓지 않는다. 그 속엔 중요한 선거 전략이 녹아있다.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은 지난 1월 공식 출마 선언과 함께 '변화 그 이상, 1천 만 부산시대를 열겠습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부산인구는 350만이지만 '1천 만이 살고 싶은, 1천 만이 일하는, 그리고 1천 만이 즐기는' 도시로 만들 것임을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박 의원은 이를 위해 부산 신(新)경제론을 강조한다.

같은 당 서병수 전 의원은 '일하는 시장, 일자리 시장'을 메인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4선 국회의원을 지낸 관록을 바탕으로 시장이 되면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그는 매년 양질의 일자리 5만 개를 비롯해 재임기간에 모두 2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 계획이다. 보조 슬로건으로 '부산이 한다. 서병수가 한다'를 붙여 실천력을 강조하고 있다.

새누리당 권철현 전 주일대사의 슬로건은 '추진력 있는 준비된 시장'이다. 여기서 약간 변형된 '연습이 필요없는 준비된 시장'도 함께 쓴다. 대학교수로 재직하던 1994년 '부산 대개조론-지방이여 깨어 일어나라' 저서를 통해 부산이 처한 문제를 진단한 그는 이번에 시장출마를 선언한 뒤 '신(新)부산 대개조론-시민이 주인이다'라는 제목의 속편을 출간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해성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부산독립만세'를 메인 슬로건으로 사용한다. 보조 슬로건은 '스스로 잘사는 편안한 부산'이다. 중앙 정치권에 기대지 말고 부산의 자산을 최대한 활용해 자립하자는 것이다. 그는 '돈 버는 시장'을 자처해 눈길을 끈다. 이 전 수석이 한국조폐공사 사장으로 재직하면서 '돈을 찍었던' 경력의 소유자다.

같은 당 김영춘 전 국회의원의 슬로건은 '젊은 개혁시장'. 올해 53세인 그는 상대적으로 젊은 이미지를 살려 개혁후보의 대표 주자임을 자임한다. 예산절감 행정개혁, 반값 전기료, 반값 교통비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보조 슬로건을 '부산의 운명을 함께 바꿔 나갑시다'라고 정해 20년 넘은 새누리당 독점 정치구조를 타파해나갈 것을 다짐하고 있다.

무소속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의 슬로건은 '부산의 힘! 시민의 시장 오거돈'이다. 무소속 연대를 골자로 하는 '부산시민대연합'을 주창한 그는 '부산의 힘'은 정당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정파를 떠난 순수한 시민들에게서 나온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그는 보조 슬로건으로 '동북아 해양수도를 만들겠습니다'를 택해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해양전문가로서 부산을 명실상부한 동북아 해양수도로 발돋움시키겠다는 포부를 담았다.

슬로건과 함께 각 후보의 캠프이름도 유권자들의 관심을 끈다.

부산 사하구 하단 오거리에 선거사무실을 꾸린 새누리당 서 전 의원은 캠프를 '낙동강 캠프'로 이름 붙였다. 신항만과 신공항, 낙동강으로 이어지는 서부산 발전을 강조한 것이다.

서면 '아이언시티' 빌딩의 박 의원의 캠프 이름은 '어부바(어서 부산을 바꾸자)'다. 젊은 시장 후보로서 '1천 만 부산시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변화가 시급하다는 것을 재치있게 표현했다.

권 전 주일대사의 선거캠프는 '일출희망 캠프'로 불린다. 떠오르는 해처럼 희망을 줄 수 있는 도시의 지도자가 되겠다는 의미와 일자리 창출 시장이라는 뜻이 함께 담겼다.새정치민주연합 김 예비후보의 선거본부는 '새봄캠프', 이 예비후보는 '부산독립캠프'로 각각 불린다.

'새봄'은 김 후보 이름 '영춘'과 20년 이상 새누리당 독점구조에서 벗어나려는 의지에서 따왔다. '부산독립캠프'는 슬로건에서 따온 이름이다.

무소속 오 예비후보의 캠프는 '시민행복캠프'다. 시민이 시정의 주인이 되는 시민정치의 의미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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