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 물꼬 튼 김영춘-오거돈…'방식·시기' 교감에 성사 달렸다

- 시민단체 주관 토론회 절충

- 선거법 위반에 방식 변경

- 당장 합의 도출하지 못해도

- 한쪽이 결렬 선언 어려울듯

6·4부산시장 선거 새정치민주연합 김영춘 후보와 무소속 오거돈 후보가 12일 범야권 단일화를 위한 첫발을 떼면서 이제 관심은 단일화 룰과 시점으로 모아지고 있다. 오 후보 측은 그동안 '통 큰 양보'를 주장하며 '룰 협상'은 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밝혀 왔지만, 이날 김 후보가 손을 내밀자 "범시민 후보 단일화에 동의한다면 경선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단일화 운명 결정할 맞짱토론

김 후보와 오 후보는 회동 전부터 "토론하자"는 데는 사실상 합의했지만, 서로의 목적은 달랐다. 김 후보는 토론을 통해 "오 후보의 정체성을 확인하겠다"는 의도였고, 오 후보는 "단일화를 전제로 한 토론"을 원했다. 결국 양측 진영은 그동안 '시민단체 중재'를 요구해온 오 후보와 '끝장토론'을 제안한 김 후보의 의견을 절충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도출된 방식이 시민단체 주관 토론회다. '단일화를 전제로 한다'는 조건은 빠졌다.

하지만 시민단체 주관 토론회가 선거법 위반으로 드러나, 뒤늦게 주관자 변경과 생중계 방법 등을 논의하고 있다. 토론을 평가할 패널이 없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두 후보 캠프는 이와 관련해 "서로의 진정성을 확인하기 위한 토론일 뿐 누구의 평가를 받자는 게 아니다"고 했다.

토론회는 서로가 단일화 명분을 찾기 위해 선택한 결과로 해석된다. "새누리당 일당 독점체제를 깬다"는 대원칙에 공감하고, 토론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야합'이라는 비판을 피해 갈 수 있다는 거다. 지금까지 단일화 회동을 거부해온 김 후보도 전략적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끝장토론을 역제안하며 "오늘이 가장 적절한 시점이라고 생각해 왔다"고 말했다. 양 캠프 실무진 역시 최근까지 물밑 접촉을 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토론회 이후 어느 한쪽이 '단일화 결렬'을 선언하기는 어려워졌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단일화 시점 협의도 토론회가 마무리되면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다. 오 후보는 후보 등록 마감일인 오는 16일 이전 반드시 단일화하자는 강경한 입장이지만, 김 후보는 아직 "16일 이전이 절대 기준은 아니다"며 유연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두 예비후보가 2시간가량 진행된 회동에서 각자가 생각하는 단일화 시점을 어느 정도 정리했을 거라는 분석도 나온다.

■치열한 탐색전 속 신뢰 쌓기

김 후보와 오 후보는 이날 난생처음 만났다. 양 캠프 관계자들이 깜짝 놀랐을 정도로 두 후보는 직접 얼굴을 마주하고 앉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이 때문에 서로 간 신뢰 쌓기가 남은 과제로 떠올랐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탐색전도 벌어졌다. 오 후보는 "모처럼 귀한 시간을 내셨는데 밤새도록 얘기해보자"며 굳이 토론 없어도 서로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전했다. 그러자 김 후보는 "자세한 얘기는 오늘보다는 내일 시간을 잡아서 하자"며 "오늘은 토론회 제안을 설명드리러 왔다. 무엇보다 신뢰가 중요하다"고 맞섰다.

뼈 있는 말은 계속 이어졌다. 오 후보는 "김 후보께서는 착실히 준비하신 것 같다. 정치권에 두루 평도 좋더라"며 "더 큰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오지 않겠느냐"고 슬며시 양보를 유도했다. 이에 대해 김 후보는 "맞선 보는 기분"이라며 "부산시민을 위해 함께하자"고 대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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