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여파로 상호 비방과 중상모략, 허위사실 유포없이 조용하게 정책 대결만 펼치겠다던 많은 후보자들의 다짐과는 달리 6·4지방선거 투표일이 다가오면서 전국 선거 현장이 흑색선전으로 소용돌이치고 있다. 26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전국에서 적발된 선거법 위반 건수는 모두 2천379건이다. 308건은 고발 또는 수사 의뢰하고 나머지 2천71건은 경고 등 조치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이는 2010년 6·2지방선거 때 같은 기간 적발 건수인 3천37건보다 22.9% 감소한수치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로 선거 운동이 사실상 한 달 가량 중단됐던 점을 고려하면 선거법 위반은 오히려 4년 전보다 더 빈발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가뜩이나 공식 후보 등록 이후 본격 선거전이 시작되고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지지도 추이에 민감해지며 시간에 쫓기는 후보 측이 각종 흑색선전으로 선거판을 혼탁하게 만들고 있다.

　◇세월호 연관설 등 억측·허위사실 난무

　경북 영천시장에 출마한 새누리당 김영석 후보는 세월호와 관련한 흑색선전 공격으로 한바탕 곤욕을 치렀다.

　김 후보는 2007년 영천시장 보궐선거 당시 '국토사랑 녹색회 경북지부장'이라는경력이 게재된 예비후보 명함을 사용했는데,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김 후보가 세월호 유병언 녹색회'라는 주장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는 전혀 근거 없는 사실로 드러났다.

　대전시장에 출마한 A 후보의 선거캠프는 최근 '특정 후보와 세월호 선장의 공통점'이라는 제목의 A4 한 장 분량의 문서가 유권자들에게 유포되고 있다는 소문을 접하고 사실 확인에 나섰다.

　A 후보와 세월호 선장을 각각 무능한 시장과 무능한 선장으로 표현한 이 문서에대해 A 후보 선거캠프는 수사 의뢰를 검토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세월호 추모 분위기 속에 특정 후보가 유권자들을 만나 술을 먹었다는 내용의 확인되지 않은 소문 등도 전국 각지에서 난무하고 있다.

　◇'논문 표절·땅 투기 의혹' 단골 메뉴로 등장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 부산과 강원에서는 논문 표절 의혹을 놓고 상호 비방전을 펴고 있다.

　새누리당 부산시장 서병수 후보는 무소속 오거돈 후보의 박사 논문을 겨냥해 "거의 복사에 가까울 정도로 부도덕하다"며 오 후보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오 후보는 서 후보의 전 보좌관이 저지른 원전 비리 사건과 연계해 서 후보의 비리 연루 의혹을 제기하면서 "비리 관련성이 확대되는 것을 막으려고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강원도지사 최흥집 후보 측은 맞대결 상대인 새정치민주연합 최문순 후보의 1984년 서울대 영어영문학과 석사 논문의 표절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에 최문순 후보 측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이른바 '마타도어(흑색선전)'"라고반박한 뒤 강원랜드 사장을 지낸 최흥집 후보를 겨냥해 "강원랜드를 망친 '관피아'에게 강원도의 운명을 맡길 수 없다"고 되받아쳤다.

　3선 경북도지사에 도전한 새누리당 김관용 후보는 선거전이 본격화되기 전인 지난 3월부터 '도청이 이전하는 예천·안동 신도시 일대의 토지를 (김 후보) 친인척이대량 매입했다'는 유언비어에 시달렸다.

　◇무책임한 막가파식 '네거티브' 전략

　경남도 교육감 선거에서는 학생 2명이 숨진 진주외고 폭력사건 문제와 관련, 후보자들이 선거의 주요 쟁점으로 부각시켜 네거티브 전략으로 활용하고 있다.

　당시 재학생 2명이 구속되고 7명이 입건되는 등 사회문제로 떠오른 이 문제를 놓고 해당 후보자들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낯뜨거운 상황이 연출됐다.

　이런 가운데 진주외고 동문회와 주민들은 "당시 사건을 교육감 선거에 끌어들여본질까지 심각하게 왜곡하는 것에 대해 더는 묵과할 수 없다"며 일침을 놓기도 했다.

　제주도지사 선거에서도 네거티브성 공세가 유권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제주도당은 새누리당 원희룡 후보가 사법연수원생 시절 폭력사건에 연루된 행적을 들추며 해명을 요구하는 등 네거티브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인천 남구청장 박우섭 후보는 '하루 밥값 160만원을 썼다'고 허위 사실을 유포한 새누리당 최백규 후보에 대한 조사를 선관위에 요청했다.

　강원도 선관위의 한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로 사실상 중단된 선거운동이 최근 재개되면서 지지도와 시간에 쫓긴 후보 측이 과거 구태인 흑색선전을 펴고 있다"며 "악의적인 흑색선전 등은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엄중하게 처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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