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오거돈 후보가 28일 부산시청 앞에서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는 풍산마이크로텍 노조원들과 면담하고 있다. 김동하 기자 kimdh@kookje.co.kr

- 오전 6시 캠프서 공식 일정 시작
- 현안 자료 밑줄 그어가며 숙지
- 라디오 출연·연설 방송 강행군
- "시민의 성원과 지지가 보약"
- 악수와 손 흔들어 고마움 표시
- 당선땐 '풍산 사측'과 대화 약속
- 민간어린이집 교사 행사 참석
- 저녁 본사 합동토론회 준비 올인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해야 할 일을 다한 후에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 무소속 오거돈 부산시장 후보가 선거 전망을 묻는 기자에게 답한 한마디다.

28일 오전 7시께 부산 연제구 연산교차로 '오거돈캠프' 사무실. 사전 약속보다 일찍 캠프 사무실에 예고 없이 방문했다. 캠프와 오 후보의 '민낯'을 보고 싶었다. 당황하는 캠프 인사들과 달리 오 후보는 '트레이드 마크'인 소탈한 웃음과 "어서 오소"라는 정감 있는 말로 기자를 맞았다.

선거는 새누리당 서병수 후보와의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초박빙 상황. 오 후보 본인이 전망하는 선거 결과가 궁금했다. 그는 "부산 시장직이라는 것은 개인의 뜻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 민심의 흐름에 따라서 결정된다. 거대한 물결이 흘러가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단지 그 물결, 민심에 내 진정성이 전달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일을 다하는 것이다"고 답했다. '어렵지만 이기지 않겠느냐'는 뻔한 답을 예상한 기자의 '우문'에 '현답'이 돌아온 것이다.

오 후보는 이날 일정을 오전 6시께 캠프 사무실에서 시작했다. 오전 8시10분 KBS라디오 인터뷰 등 언론 인터뷰와 방송 연설이 3개나 잡혀있었다. 사무실에 겹겹이 쌓인 부산 현안 자료 더미에 기가 질릴 정도였다. 하지만 그는 자료를 한 장 한 장씩 꼼꼼히 펼치고 밑줄을 그어가며 인터뷰와 연설에 대비했다.

오전 인터뷰를 마친 뒤 캠프로 돌아와 잠시 목을 축인 그는 오전 9시30분께 다시 사무실을 나섰다. 차량도 없이 시청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중간중간 자신을 알아보고 '화이팅', '오거돈'을 외치는 시민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다가서서 꼭 악수를 하며 지지를 호소했고, 길 건너 있으면 손을 흔들어 고마움을 표시했다.

5분 여간 걸어가 그가 멈춘 곳은 부산시청 앞. 풍산마이크로텍 노조원들이 정리해고 철회와 생존권 문제 해결 등을 요구하며 집회를 벌이고 있는 현장이었다. 오 후보는 지난 26일 TV토론회에서 통합진보당 고창권 후보에게 '풍산 문제'에 대한 관심을 약속했고, 이날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현장을 찾은 것이다. 오 후보는 40여 명의 노조원들과 일일이 손을 마주잡으며 "밥은 먹고 싸워야하지 않느냐"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오 후보와 노조원들 간 즉석 현장 간담회도 열렸다. 오 후보는 "시장에 당선된다면 풍산 사측을 만나 문제 해결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약속했다.

오 후보는 현장을 떠나면서 지지 호소를 하지 않고 돌아섰다. 그는 "힘겹게 농성을 벌이고 있는데, 여기서 '내한테 표 주소'라고 하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고 겸연쩍어 했다.

오전 11시께 캠프로 돌아온 오 후보는 매일 만나는 자원봉사자를 비롯해 방문객들에게 한 사람도 빼놓지 않고 "오거돈입니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자원봉사자들도 "화이팅"이라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대뜸 "캠프 출입문 앞 전화번호와 다른 전화도 착신연결하라"고 지시했다. 전화응대 봉사자가 혼자서 전화를 받아서 연결하면 힘들지만, 다른 사람도 같이 받게 되면 조금 수월하지 않겠냐는 것.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오 후보의 '배려'였던 것이다.

이후부터는 '언론과의 인터뷰 전쟁'이 벌어졌다. 오후 1시 CBS라디오, 오후 2시30분 부산MBC 후보 연설 방송 등이 줄줄이 예정됐다. 점심을 먹을 짬을 내기도 어려워 도시락이 배달됐다. 먹는둥 마는둥 하고 부산진구의 CBS로 향했다. 2시간 뒤 곧바로 수영구의 부산MBC로 이어지는 강행군을 소화했다.오 후보의 차에 동승해 "힘들지 않느냐"고 물었다. 오 후보는 "시민의 성원과 지지가 보약"이라고 웃었지만 눈빛은 진지했다. 방송 연설이 끝나자 예정에 없던 일정이 잡혔다. 오후 5시30분께 연제구 부산육아종합지원센터에서 열린 부산시 민간어린이집 스승의 날 기념행사. 오 후보가 행사장에 나타나자 예상하지 못했는 듯 어린이집 교사들의 환호성이 터졌다. 환대가 이어지자 오 후보의 표정에 기분 좋은 쑥스러움이 묻어났다.

행사를 마친 오 후보는 오후 7시부터 이날 밤 10시까지 종반 판세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국제신문 토론회 준비에 '올인'했다.

사실상 올해 초부터 5개월간의 강행군, 하루하루가 가시밭길이었다. 결과도 알 수 없다. 그에게 '꿈'을 물었다. "40일간 민생대장정을 거치면서 부산의 많은 분들을 만났다. 조그마한 기업을 하는 분들, 직장인, 노인분들, 여성분들, 형편이 어려분 분들. 이분들 하는 일이 쉬운 일이 없다. 시장되려는 사람이 편하게 하려고 하면 안 된다. 부산시민 한 분 한 분이 자신의 꿈을 이루는 것. 그것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시장이 되는 것. 그것이 내 꿈이다."


# 吳 후보 가족 이야기

- 아내 심상애 씨 '삼세번' 외치며 유권자들에 살갑게 인사
- 1남2녀 노래 헌정 등 측면지원

무소속 오거돈 후보의 부인 심상애 씨가 28일 선거 운동중에 만난 유권자의 아이를 보고 환하게 웃고 있다.

무소속 오거돈 부산시장 후보는 28일 본지 취재팀과 하루종일 동행하면서 틈만 나면 스마트폰에 저장된 동영상을 봤다. 동영상에는 감미로운 음악을 배경으로 오 후보의 민생대장정 모습이 담겨있었다. 오 후보는 "피로회복제"라고 했다. 이 동영상의 배경 음악은 피아니스트인 둘째 딸 현정 씨가 아버지를 위해 직접 작사·작곡하고 노래도 불렀다. 오 후보는 "셀 수도 없이 동영상을 보고 음악을 들었지만 들을 때마다 피로가 풀린다"고 말했다.

정당 소속이 아닌 오 후보의 든든한 배경은 '가족'이다. 첫째 딸인 주영 씨와 사위도 거의 매일 캠프 사무실을 방문해 자원봉사자들을 격려하고 힘을 북돋아주고 있다. 막내 아들은 외국에서 근무 중이어서 마음으로 아버지를 성원하고 있다.

1남2녀가 아버지를 측면 지원하고 있다면 부인 심상애(62) 씨는 남편의 당선을 위해 직접 팔을 걷고 나선 상태다. 심 씨는 이날도 기장시장, 해운대 신시가지 아파트상가 및 주변 거리 인사, 토현성당 방문 등 오 후보 못지않은 일정을 소화했다.

심 씨는 상인들과 인사를 나누면서 아무런 거리낌없이 얘기를 주고받고 살갑게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유권자들이 제법 많이 모이는 공간이 눈에 띄면 차에서 내려 '삼세번'을 외치기도 했다. 오 후보가 부산시장 선거에서 두 번 떨어진 만큼 세 번째인 이번 선거에서는 지지해달라는 뜻이다.

심 씨는 이미 선거 전부터 활발한 대외활동을 해왔다. 부산시의 문화관광해설사 일을 하고 있고, 재부산 이화여대 동창회장도 맡고 있다. -끝-

◇ 오거돈 후보 28일 일정 오전 8시 10분 라디오 인터뷰 오전 10시 풍산마이크로텍 노조원 면담 오후 1시 라디오 개인연설 녹음 오후 2시30분 방송 개인연설 녹음 오후 5시30분 부산시 민간어린이집 스승의 날 기념행사 오후 7시  국제신문 토론회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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